“경제 어려울수록 勞의 진정한 협조를 얻어야”
  • 조용준 기자 ()
  • 승인 1990.01.07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담 ‘새해 노사관계 전망’ … 법 · 제도의 민주적 개선 필요

 새해 임금투쟁은 어떤 양상을 띨 것이며 바람직한 노사관계의 정착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무엇인가?  정부는 일찍부터 과격한 노동쟁의의 강경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고 경제 6단체는 지난 23일 경제단체총협의회(경단협)를 발족시켰다. 또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는 새해 1월 출범을 앞두고 있어 강력한 임투가 예상된다. 다음은 金錦守 노동문제연구소장과 全基浩 한국노동경제학회장의 대담이다.

  = 노동문제라 하면 어떤 원칙이나 이론에 근거를 두지 않은 각종 주장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정부나 기업가들은 경제위기의 본질을 노동자들의 무절제한 욕구분출의 결과로 보고 있습니다. 즉 국제경쟁력 약화, 투자의욕 상실과 근로의욕 저하 등 모든 책임을 노동자측에 돌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성장의 목적은 국민생활 향상에 있다고 볼 때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요구는 당연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全 = 그렇습니다. 노동자들의 과도한 임금 인상 요구가 경제침체의 근본원인은 될 수 없습니다. 6,70년대에는 물론 임금상승률이 노동생산성보다 낮았고 88년만해도 노동생산성은 12.2%가 상승했으나 실질임금 상승률은 7.8%에 불과했습니다. 다만 작년 1~4월 기간 중 임금상승률이 노동생산성을 조금 상회했지요. 기본적으로 경제위기는 기업가의 부동산투기, 원화평가절상, 통상마찰 등에 더 큰 원인이 있는 것으로 봅니다.

  = 지난해와는 달리 새해에는 경제 6단체들로 구성된 경단협이 노동자들의 요구에 적극 대응하리라 봅니다. 경영 · 인사권 침해저지, 무노동 · 무임금, 생산성범위내의 임금인상 원칙을 고수하려 들 것입니다만 근로조건의 향상과 관련된 문제라면 당연히 교섭대상이 되어야겠지요.

 全 = 기업인들은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나쁘게 보도록 국민여론을 이끌어가고 정부는 노동운동에 강경대응하여 그들의 권리를 제한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겉으로는 잠잠해지고 일시적으로 노조활동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겠지요. 그러나 그런 반민주적인 행위는 장기적으로 볼 때 새로운 문제를 잉태시킬 따름입니다.

 金 = 백보를 양보해서 기업 경영자측에서는 그런 입장을 취할 수 있다해도 임금교섭과 관련하여 정부에서 발표한 일련의 방침들이 거의 경영자측의 논리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노사관계 정책에 있어 중립의 입장과 자율의 원칙을 포기한 행위라 해야 마땅할 것입니다.

 全 = 노총에서는 올해의 임금인상률을 20%선으로 잡고 있습니다. 결성을 앞둔 전노협은 아직 제시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20%이상 주장하리라고 예상됩니다. 또 정부에서는 한자리수를 강조하지요. 문제는 인상률이라기보다 노사자율에 의해 결정되느냐 하는 점이며, 그것이 중요합니다. 마음으로 근로조건을 승복하지 않는다면 효과가 없어요. 더구나 한자리 숫자라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지요.

  = 임금이 몇 퍼센트 올라가느냐 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노동자들의 임금이 수치상 급속히 상승한 것은 사실입니다만 실제 생활수준이 향상되었느냐 하면 그렇지 못하지요. 생계비 · 주거비의 상승 등 소득 잠식요소가 너무 많습니다. 또한 고용보험제도가 없어 휴 · 폐업시 소득보장이 안되고 노동자들의 진정한 협조를 얻지 않으면 안 됩니다. 여하튼 새봄에는 많은 마찰요인을 안은 채 임금교섭에 들어가리라고 예상됩니다.

  = 전노협의 출범과 함께 상당히 시끄러울 것으로 전망되지요. 전노협은 노총보다는 더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리라고 봅니다. 한편 정부와 기업은 강경대응하기로 했으니 공권력과 노동자단체와의 마찰이 불가피할 것이며 당분간 조용하지 않을 거에요.

  = 전노협을 좌경폭력세력으로 규정하고 과격투쟁을 하리라고 예상하는 것은 너무 섣부른 판단이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아직 탄생되지도 않았고 방향제시도 없었습니다. 경단협처럼 임의단체이자 합법적인 노동조합의 모임이지요. 노동자와 사용자가 대등한 입장에서 자율적으로 교섭에 임해야 할 것입니다만 현행제도는 노동 3권을 묶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 가능하면 단체 교섭을 산업별로 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겠지요. 사용자가 경영권을 성역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노동자의 경영참가를 과감하게 넓혀나가야 할 것입니다.

  = 관련 법 · 제도가 민주적으로 개선되어야지요. 3자개입 금지, 복수노조 금지, 공무원 노동 3권 금지, 사립학교 교원의 전교조가입 금지 등 비민주적이고 비합리적인 조치가 인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합니다.

  = 정부와 사용자측은 강격태세를 거의 굳히고 있는 것 같고 노동자측에서 보면 최근 몇 년간 큰폭의 임금상승에도 불구하고 생활이 향상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새해의 임금교섭에서는 임금인상뿐만 아니라 노동문제와 관련된 제도와 정책의 개선을 함께 요구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실질적인 노동기본권 보장요구 등 말입니다. 이런 저런 상황을 고려해 볼 때 마찰의 요인이 많아요. 통제 · 제한을 통해 일시적으로 수그러진다해도 근본적인 해결은 될 수 없지요. 경단협에서 내걸고 있는 방침 중 노동자의 경영 · 인사권 침해저지는 마치 실정법에 근거한 것처럼 일반적으로 생각되고 있는데 그렇지 않지요. 자본소유권의 한 형태일 뿐입니다. 법률은 재산권을 행사하는데도 공공법리에 적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경영 · 인사권이 자본에 귀속되는 것이 아닌데도 이를 당연시한다면 문제이고 불필요한 분쟁의 소지가 될 수 있습니다. 무노동 · 무임금 원칙이란 것도 법률규정이 아니지요. 그 반대로 현행법은 일 · 월차 수당지급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파업기간 중에도 고용계약관계가 해지되는 것이 아니고 노동력이 계속 유지돼야 하기 때문이지요.

  = 무노동 · 무임금원칙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쟁의행위를 하지말라는 말과 같지요. 정부에서 이것까지 간섭할 일이 아니라 자율적인 노사협의에 맡겨야 할 것입니다. 또 생산성 범위내에서 임금인상을 한다는데 생산성이란 대단히 애매한 개념입니다. 흔히들 생산성문제를 이야기할 때 노동자측의 책임을 전제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설비문제 등 기본적인 책임은 역시 자본측에 많다고 봅니다. 임금상승률을 말할 때 기준시점에서 임금이 적정수준이 됨을 전제로 해야 하는 만큼 우리나라에서 적정 수준이 된 시점이 언제였느냐는 문제 또한 생각해 봐야지요. 임금교섭에서 생산성은 고려할 사항은 되나 생산성 범위내에서의 임금인상이라는 것이 원칙이 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