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에도 고속 질주 ‘예약’
  • 조용준 기자 ()
  • 승인 1990.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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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권 7% 성장 전망 … 중국 · 필리핀 침체 못 면할 듯

 89년의 아시아 경제는 성숙 단계로 접어들기 시작한 한국과 대만 등 동아시아의 조정국면과 사춘기를 맞은 동남아시아의 빠른 부상으로 요약할 수 있다. 환태평양의 동아시아 경제권은 세계에서 가장 급속한 성장을 보이고 있고, 그 증가율이 다소 둔화 된다 하더라도, 당분간 상당 수주의 성장을 계속 할 전망이다.

 일본의 권위있는 연구기관인 아시아경제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90년의 아시아권 경제전망에 따르면, 전반적인 수출부진에도 불구하고 한국 · 대만 · 싱가포르 등 신흥공업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평균 7.5%, 태국 등 아세안 4개국은 평균 7.7%의 높은 성장을 이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같은 전망치는 신흥공업국이 89년에 비해 0.5% 포인트가 상승하고 아세안 4개국은 0.8% 포인트가 하락한 것이다. 주요 국별로는 싱가포르와 대만은 각각 8.3%, 7.5%의 성장률을 보일 전망이고 말레이시아는 7.3%, 인도네시아는 6.3%를 기록할 전망이다 태국은 88년의 11%, 89년의 12.4%에 이어 90년에도 10.9%의 고도성장을 이룩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태국은 지난 3년간 연속 두자리 숫자의 성장률을 보이는 등 놀라운 속도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데, 그 성장요인으로는 농업위주의 경제 정책에서 벗어나 과감한 경제개혁조치를 단행함으로써 건설 · 합작투자 · 관광산업에서 괄목할 만한 신장을 이룩했다는 사실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지난 86년 이후 일본을 중심으로 한 외국기업의 꾸준한 현지투자가 빠른 경제성장을 촉진했는데, 89년 외국인 투자는 50%이상 늘어나 70억달러를 훨씬 넘을 전망이다. 한편 이 연구소는 한국의 90년도 성장률을 7.3%로 전망 89년의 6.2%보다 다소 높게 내다보고 있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90년 선진국의 경제성장률이 89년에 비해 다소 둔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유럽공동체(EC)의 성장률을 3.5%에서 3%로, 미국의 성장률을 2.9%에서 2.1%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아시아 경제성장이 폭발적인 국내수요 증가에 힘입고 있지만, 아직 수출이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선진 공업국의 경제성장 둔화는 아시아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극동 및 동남아시아의 급속한 경제성장과는 대조적으로 환태평양시대의 주인공 역할을 분담해야 할 중국의 경우 새해 전망은 다소 어두운 편이다. 이는 지난 10여년간 높은 경제성장 과정에서 쌓여온 인플레압력을 억제하기 위한 긴축정책과 천안문사태 이후 위축된 투자분위기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여러 연구기관은 90년도 중국의 성장률이 5% 미만에 머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값싼 노동력과 풍부한 자원 등 유리한 투자환경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불안에 휘말리고 있는 필리핀은 동남아 지역에서 경제성장이 가장 뒤질 전망이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빠른 경제성장을 보여왔던 이 지역 국가에서는 물가상승 압력이 계속 커지고 있어 인플레 억제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주요 경제정책의 하나가 될 것이 분명하다.
 
 아시아 · 태평양지역 국가들이 경제협력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역내 국가들이 왕성한 경제력 신장은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들 국가들과 경쟁관계에 설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이 나라들이 인종적 · 종교적 복합성에도 불구하고 노사분규나 통상압력 등 경제환경에서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민주화와 구조조정의 시기를 맞아 우리경제의 감속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뛰고 있는 주위국가들을 볼 때 안타까운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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