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악법’ 새해에도 유효
  • 조용준 기자 ()
  • 승인 1990.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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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국회 민생과제 관심없어 … 통과된 토지공개념 관련법도 투기근절 미봉책

 지난 12월19일 147차 정기국회가 석달여의 회기를 마치고 폐회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다루어진 가장 중요한 경제 관련 안건은 예산심의, 토지공개념 관련법안, 기금관리법안 그리고 한은법개정이었다.

 한편, 5공청산 등 산적한 정치현안에 밀리고, 여야가 정치쟁점 타결을 위해 주요 법안들을 정치적 카드로 이용한 탓에 국민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민생 관련 법안의 처리가 미루어져 국회가 나라살림을 충분히 다루지 못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참새는 못잡는 거미줄 法“
 이번 정기국회 안건 중 가장 관심을 모았던 경제관련 법률안은 무엇보다도 토지공개념 관련법안들이었다. 이번 국회에서 통과되어 새해 1월1일부터 실시되는 법은 토지초과이득세법,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 등 3개 법이다. 토지공개념 도입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면서 일반 국민들은 물론 토지 과다보유자들의 관심은 이 제도가 과연 어느 선에서 실행될 것인지에 모아졌었다. 그러나 정부원안은 상당부분 퇴보했다. 그 뒤 야3당도 이를 보완할 만한 단일법안 마련에 실패함으로써 결국 당정협의원안이 거의 수정없이 이번에 통과된 것이다.

 經實聯의 李根植교수(시립대 · 경제학)는 “현재 우리 경제의 불공평한 분배를 시정하기 위해 조속히 시정되어야 할 각종 경제악법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5공청산에 밀려 악법개폐가 이루어지지 못한 점이 유감스럽다. 토지공개념 관련 3개 법안이 원안에서 후퇴해 토지투기 근절에는 훨씬 못미치는 수준에서 통과되었다. 특히 토지초과이득세법은 수많은 비과세 감면조항을 인정함으로써 ‘참새는 뚫고 지나가고, 모기 파리만 걸리는 거미줄 법’이 되고 말았다”라고 평가한다.

 이번에 확정된 법안내용을 요약하면,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은 내년부터 서울 등 6개 도시에서는 1가구 2백평 이하의 택지만 소유케 하자는 것으로 만약 2백평 이상의 택지를 소유할 경우에는 초과소유부담금을 물어야 한다.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은 각종 개발사업으로 사업자가 벌어들인 이익 가운데 절반은 국가에 내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토지초과이득세는 이같은 개발지역 주변이나 부동산투기로 땅값이 비정상적으로 뛰어올라 막대한 이익을 본 사람에게 부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택지상한제의 경우, 업무용과 비업무용의 기준이 분명치 않는 등 기업의 부동산투기근절을 위한 기본적인 장치가 마련되지 못해 부동산투기를 오히려 부채질할 소지를 안고 있다는 점, 초과소유부담금 부과의 경우 현행 세제상 과다하게 보유하고 있는 토지를 팔지 않는 한 과세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그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 등을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현행 세제를 가지고, 실명제가 뒷받침 안되는 현 상황에서 더욱이 지금 국회 구도 아래서 진정한 토지공개념 도입은 사실상 어렵다고 본다”고 李海瓚의원(平民)은 진단한다. 그는 또 “이번 정기국회에서 행한 토지공개념 관련법 처리로 공개념도입에는 일차적으로 성과가 있지만, 실효를 기대하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개정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국회의 기능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나라살림의 규모와 성격을 확정하는 예산안심의이다. 이번 국회는 각 당이 예산안심의를 5공청산과 지방자치제 실시 등 정치현안과 연계하여 대정부 견제카드로 이용, 처리 법정기한을 넘기는 진통 속에 3천3백60억원의 삭감으로 총규모 22조6천9백원의 새해 예산안을 확정했다. 결국 1조5천억원 이상 삭감하겠다고 벼르던 야당의 주장이 정치구호에 지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지난 가을 떠들썩했던 근로소득세 초과징수와 관련해 이번 국회는 30만원 한도내에서 갑종근로소득세에 대한 종합소득 산출액의 20%를 공제하도록 하는 근로소득세액 제도를 신설했다. 이밖의 경제관련 법안은 농어가 부채경감에 관한 특별조치법과 임대차의 최단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키로 한 주택임대차보호법, 대규모 기업의 금융 · 보험회사간 상호출자를 금지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외환은행을 민영화하기 위한 외은법 폐지 등이다.

2년을 끌어온 한은법 개정 또 미뤄
 금융자율화와 관련해 지난 2년간 끌어왔던 한국은행 독립을 위한 한은법 개정안은 결국 이번 회기안에 처리되지 않아 미루어졌다. 뿐만 아니라 예산심의와 함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던 기금관리기본법 제정 역시 해를 넘기게 되었다. 석유사업기금, 국민연금기금을 포함한 60여개의 준조세 성격의 각종 기금은 약 25조원 규모로 일반회계 23조원보다 오히려 덩치가 큰데, 정치자금 등으로 쓰여지지 않았느냐는 의혹을 받아왔던 만큼 이 법안의 처리는 정치권의 큰 숙제로 남아 있다.

 빠른 개혁이 요구되는 현시점에서 그것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각종 법정비를 위한 입법기관으로서의 국회의 역할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할 때. 이번 국회에 접수된 총 3백20건의 법안 가운데 처리된 것은 반 수에 머무르고 있어, 147차 정기국회가 효율적이고 생산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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