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년 경제는 여러차례의 하향조정 끝에 최종 목표치로 정하였던 7.2%의 성장마저 결국 이루지 못하게 된 듯하다. 3/4분기까지의 전체 제조업성장률은 4.3%(경공업부문의 성장률은 0.3%에 불과), 수출증가율은 -5.6%를 기록하였다. 이같은 경제의 속사정을 들여다 볼 때 새해의 고용전망은 상당히 불투명하게 보인다.
수치적으로 낮은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새해의 고용전망을 어둡게 보는 이유로는 제조업위축과 수출둔화경향이라는 총체적 불안요인이외에도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점들을 들 수 있다. 첫째 89년 중 분기를 거듭하면서 우리나라 노동력공급의 대종을 이루는 남자핵심연령층(25~49세)의 실업률은 계속 늘어왔다는 점이다. 반면 서비스부문의 노동수요 확대로 15~19세 연령층의 남자와 전연령층의 여성고용이 늘고 있지만 결국 새해에는 서비스부문의 확대도 한계에 이를 것으로 보여 고용흡수 여력이 89년보다 훨씬 떨어질 전망이다. 둘째 외국에서와 같이 일시적 해고가 관행화되어 있지 않은 우리나라 인력관리상의 특징 때문에 경기둔화초기에는 신규채용만이 억제된다. 즉 성정둔화가 고용둔화로 나타나는 시차가 비교적 길기 때문에 89년 성장둔화의 고용효과가 90년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셋째 경기가 불투명해지면서 일자리 구하는 것을 아예 포기한 노동자가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마지막으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89년 중 고용의 질이 많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상당기간 고용의 안정성이 확보되는 상시고가
줄어든 반면 언제라도 해고할 수 있고 노동비용이 적게 드는 임시직, 일고가 크게 증가, 고용안정성이 떨어지고 있다. 또한 자동화추세와
인력용역형태가 다양화됨에 따라 시간제 취업자와 파견노동자가 늘어 근로조건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부문에서의 고용확대가 많았다. 경기 하강국면이
새해에도 계속되면서 위와 같은 불안요인이 증폭되어 나타나면 전체 실업률은 상당히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