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룡 주연' 새 영화 나온다
  • 묵현상(삼보컴퓨터 기획부 부장) ()
  • 승인 1993.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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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영상'으로 인간 창조 길 열려…<쥐라기 공원> 등 특수효과 대도약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 <쥐라기 공원>('쥬라기'는 틀린 표기임)은 90년에 발표된 이래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 1억년 전에 살았던 모기가 공룡의 피를 빨아먹은 후, 나무 수액에 갇혀 호박(琥珀)이 되었는데, 현재에 이르러 이 보석으로부터 공룡 유전자의 리보핵산(DNA)을 추출하여 파충류의 완전한 세포에 이식함으로써 공룡의 알을 얻고, 이로부터 완전한 공룡을 만들어내게 된다.

 남미 해안에 있는 무인도에 디즈니랜드와 같은'쥐라기 공원'을 만들어 어린이를 대상으로 장사를 하려는 해먼드의 계획과, 이 계획을 훔치려는 사람들의 음모가 얽힌 이 소설은 91년 스필버그에 의해 영화가 만들어져, 93년 6월11일 개봉되어 9일만에 1억달러의 흥행 수입을 올리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 영화에는 사람보다 공룡이 더 많이 등장한다. 이 공룡들이 인형이나 마네킹 같은 엉터리 공룡이 아니고 생생히 살아 있는 공룡으로 우리 앞에 나타나게 된 데에는 <터미네이터 2>로 아카데미 특수효과상을 받은 스탠 윈스턴과 조지 루카스의 ILM(Industrial Light and Magic)사의 공로가 컸다.

디지털 허상이 실제보다 더 실감나
 스탠 윈스턴은 1년 반에 걸쳐 <쥐라기 공원>에 등장하는 주연급 공룡들을제작하였다. 티라노사우루스?벨로키랍토르?브라키오사우루스 등이 바로 그것이다. 화명 가득히 장대비를 맞으며 먹이를 노려보는 티라노사우루스를 보는 순간 관객들은 등골이 오싹함을 느낀다. 광대한 초원에서 캥거루 떼처럼 무리를 지어 달려가는 갈라미무스를 보면서 그 동작의 생생함에 혀를 내두른다. 이러한 모든 화면은 컴퓨터가 만들어낸 그래픽 화면이다. 실리콘그래픽스 회사의 워크스테이션을 사용해 만든 그래픽 화면들은, 단 몇초짜리를 만들기 위해 몇 개월씩 걸리기도 했다. 무리 지어 초원을 맹렬한 속도로 달려가는 갈라미무스를 만드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갈라미무스의 모형을 만든 다음, 이 모형을 3차원 스캐너라는 장비를 이용해 컴퓨터로 읽어들인다. 컴퓨터에 입력된 3차원 화면을 여러 각도에서 조정하고 모델링을 하여 갈라미무스의 이미지를 완성한다. 여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대체로 3개월 정도이다.

 초원을 달리는 갈라미무스의 영상은 갈라미무스의 이미지를 수십개 복사해 아프리카 초원의 영상을 삽입한 다음, 두 대의 카메라로 잡은 것이다. 티라노사우루스가 쥐라기 공원을 탐색하는전기 자동차를 갈가리 찢어 내던지고, 일행인 변호사를 삼키는 장면도 모두 디지털 영상이 만들어낸 걸작품이다. 우선 배우들이 전기 자동차에서 뛰어나오는 장면을 찍고 그 화면을 컴퓨터로 읽어들인 다음, 미리 제작해 두었던 티라노사우루스의 이미지를 화면에 삽입한다. 여러 구도에 따라 디지털 영상에 생명을 불어넣으면 살아 있는 티라노사우루스가 전기 자동차를 갈가리 찢는 화면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공룡이 삼켜버린 변호사도 실제 인간이 아니라 디지털이 만들어낸 허상일 뿐이다. 디지털 허상이 실제보다 더욱 잔인하기 때문에 이 영화가 많은 반대론에 시달리는지도 모른다.

 <쥐라기 공원>에 등장하는 공룡을 만드는 데 동원한 자원은 대단한 것이다. ILM의 컴퓨터 엔지니어 50여 명이 1년 6개월 동안 수천만달러에 달하는 장비를 사용했다. <터미네이터 2>를 제작할 때 들인 1천만달러의 2~3배가 넘는 금액이다.

 <쥐라기 공원> 제작으로 상당한 자신감을 얻은 ILM측은 지난 4월 미래의 영화 산업을 위한 프로덕션 환경을 구성할 계획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조지 루카스가 감독했던 <스타워즈>의 제다이와 같은 이름을 가지는 디지털 이미지를 위한 통합환경(JEDI : Joint Environment for Digital Imaging)'을 제창하며 새로운 영화의 앞날을 제시하였다. 만약 '제다이'가 널리 사용되게 된다면 공룡을 만들어낸 그 기술로 사람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영화배우가 필요 없는 영화가 탄생할 수도 있다. 다섯 편의 영화를 남기고 요절한 브루스 리가 주연 배우로 등장하는 여섯번째 영화를볼 날도 그리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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