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 찾았지만 ‘악몽'은 계속
  • 북경·수전 페어즈 통신원 ()
  • 승인 1991.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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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경시 중심가에는 오늘도 2년 전과 마찬가지로 햇빛이 밝게 비치고 있다. 거리는 수많은 사람들과 깃발로 붐빈다. 이 사람들은 대부분 먼 시골과 지방도시에서 온 관광객들이다. 또 깃발들 중 일부분은 공공기관에서 내건 국기들이지만 그중에는 최근 이 도시를 방문한 중요 외빈을 환영하기 위한 것들도 있다.

  올해 북경의 봄은 매우 분주했다. 관광객이 다시 모여들기 시작했고, 중국 외교부장은 한동안 냉각됐던 외교관계를 되살리기 위해 지난 2~3월 몇몇 유럽국가를 방문했다.
  북경 정부가 이와 같이 침착성을 되찾기까지에는 2년여의 세월이 필요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도시의 공기는 우울하고 가라앉아 있었다. 이런 분위기를 일신하여 다시 활기를 되찾게 한 것은 지난해 열렸던 아시아 경기대회였다. 비록 오랫동안의 준비기간과 엄격한 보안조처들 때문에 시민들의 일상생활이 많이 제약되기는 했지만 강압적인 정책을 사라지게 한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중국인들이 북경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 접근하기도 그전보다는 훨씬 쉬워졌다.

  일상 정책에 대한 정부의 대응도 훨씬 자신감에 차있는 것 같다. 지난 1월과 2월에는 천안문 시위자들에 대한 재판이 행해졌는데 선고는 세가지 형태로 나왔다.

  아직까지 개전의 정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13년 정도의 형량이 선고되기도 했지만 몇몇은 그냥 풀려나왔고 잘못을 뉘우친 사람들에게는 비교적 짧은 형량이 언도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느슨한 분위기의 이면에는 불만세력에게 불만을 피력할 기회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북경 정부의 단호한 의지가 깔려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89년 천안문 시위의 촉발제가 되기도 했던 5·4운동 기념식을 올해에는 관제 청년조직들 주도로 치러졌다. 다른 전통적인 기념일들, 예를 들면 4월초의 청명일 축제도 올해에는 조용히 넘어갔다.

  이런 분위기는 아마 천안문사태 2주년이 외는 6월4일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벌써 2년이 지나기는 했지만 북경의 지도자들이 아직도 천안문의 악몽에서 완전히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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