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문 사태 2년 제자리 찾는 중국
  • 조성환(세종연구소 연구위원) ()
  • 승인 1991.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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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정치 안정되고 경제 살아나…적극 외교로 고립 탈피

  중국  건국이래 최대의 반체제 민주화 운동, 제2의 5·4운동 등으로 불리며 세계인의 관심을 모았던 천안문 사태는 78년 이래의 현대화 정책에 내재된 주요문제가 겉으로 드러난 것이었다. 천안문사태는 중국의 개혁·개방기조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지난 10여년간 중국의 현대화 정책은 4개항의 기본원칙(사회주의 노선, 무산계급 독재, 공산당 지도,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모택동사상) 아래 실시됐다. 경제체제 개혁은 ‘정경 분리??가 그 특징이었다. 중국은 근본적 정치개혁은 하지 않은 채 양적 성장을 위주로 개혁?개방을 추구해왔던 것이다.

  89년 북경의 봄을 맞아 서구적 정치·경제제도의 전반적 도입(全盤西化)을 주장하고, 과두지배 개인독재 관료부패 등을 이유로 鄧小平 체제의 정당성을 부정(僞權威)한 지식인과 학생 등의 급진적 체제발전 요구의 골자는 언론자유, 기본적 인권의 보장을 근간으로 하는 다원주의적 민주화로 개혁의 질적 비약을 이루라는 것이었다.

  이같은 다원주의적 민주화 요구는 민주집중제를 원칙으로 권력의 일원적 지도를 견지하는 가운데 권력분산·간부제 개혁 등 부분적 정치체제 개혁을 구상하는 권력핵심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었다. 전 중국공산당 총서기 胡耀邦의 사망(89년 4월15일)을 계기로 급속히 확산돈 천안문 시위는 즉각적으로 등소평 체제하 권력핵심의 파벌경쟁이 보수·개혁의 양극적 대결국면으로 치닫게 한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했다.

강택민·이붕 쌍두체제 확고
  특히 당시 개혁촉진파로서 당 총서기를 맡고 있었던 趙紫陽이 천안문 시위에 묵시적으로 동조한 것은 체제 유지의 궁극적 책임을 지고 있었던 등소평으로 하여금 군부등 강경보수 인맥의 편으로 선회하게 한 동기가 됐다. 그 결과는 인민해방군에 의한 천안문 학살이라는 극약처방으로 나타났다.

  천안문사태 직후 중국은 권력지도부의 전반적인 강경보수화와 새로이 등장한 江澤民·李鵬 지도체제의 불확실성, 雷逢(문화혁명 당시 애국주의·국가충성의 전형으로 우상화된 병사) 학습의 부활 등 이념교육의 강화 경제적 중앙통제의 강화에 따른 경기 둔화와 변혁을 위한 국민적 에너지의 소진, 개방정책의 위축과 국제적 고립의 심화 등 국내외적 여러 요인에 의해 소위 총체적 체제위기의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러나 중국은 천안문사태 1주년을 보면서 이 사태에 의해 야기된 비상시국의 여러 요인을 하나둘 해결해나가기 시작했다. 개혁·개방정책은 역류보다는 정상화 방향으로 진척되기 시작했으며 2주년을 맞은 현재로서는  국내 정치의 안정과 경기의 호전, 대외관계의 적극화가 가시화된 상태에 있는 것이다.

  중국은 현재 고령의 등소평이 돌연 사망할 경우에 따른 권력승계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강택민 총서기(당)·이붕 총리(행정)의 쌍두체제가 자리를 잡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현 지도체제는 위기관리세력으로서의 군부의 국정개입을 최소화하는 한편 최근 朱容基 전 상해시장의 부총리 임명, 조자양 계열의 개혁촉진파인 胡啓立의 재등용 등에서 보듯이 개혁·개방을 정상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실무관리 인맥을 재등장시킴으로써 보수파와 개혁파간의 균형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맥락에서 천안문사태 직후에 팽배했던 중국의 향배에 대한 비관적 전망은 상당 부분 가시게 되었고 좀더 긍정적인 판단이 가능해 보인다.

  물론 이러한 긍정적인 판단에 의거, 중국이 빠른 시일내에 천안문사태 이전 조자양 체제에서 보인 과감한 시장화 추진과 적극적인 개방정책을 가시화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는 힘들다. 다만 국내의 정치적 안정을 해치지 않고 초인플레 등 경기과열을 피하는 선에서 현대화 정책의 속도를 조정하려 할 것이라고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최근 7중전회 4차회의에서 채택된 8차5개년계획(일명 8·5계획)의 기본 방침인 “안정기조속의 경제체제 개혁과 대외개방의 확대??가 시사하듯이 이계획기간(91~95)의 전반 2~3년 동안 시장화 개혁을 촉진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통제와 긴축기조를 견지하여 개혁의 기반조성에 주력하고(治理整頓), 후반부에 이르러 적극적인 시장화 발전에 나서게 될 전망이다.

보수화 경향으로 개혁·개방엔 신중
  작년 연말을 고비로 급속히 호전되기 시작한 중국의 국내경기와 대외무역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개혁·개방정책은 전반적으로 신중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경기 호전은 작년 상반기만 해도 예상되지 않았던 것이다. 90년 국민총생산은 5%가 증가했다. 총수출액도 6백20억6천달러에 이르러 89년보다 18.1%나 성장했으며, 대미 흑자는 1백억달러 이상으로 늘어나 최근 미국과 무역마찰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국내경기의 호전과 수출증가세는 90년 4·4분기 이후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어 한국과 대만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투자액도 90년 4·4분기중 14.2%가 증가했다.

  결국 현 중국 정부는 천안문사태 이후 강온 양면정책을 취함으로써 국내 정세의 안정과 경기호전을 이끌어냈고 아시아 경기대회를 성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그동안의 국제적 고립을 피하는 전기를 만들어나갔다.

  최근에는 걸프전이 진행되는 동안 유엔과의 협조 및 중동지역에 대한 무기수출을 병행함으로써 외교적으로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취했다.

등소평 사망 등 개혁 변수 없지 않아
  강택민의 모스크바 방문(5월15일~19일)에 즈음한 중국 외교의 행보 역시 가속 일로에 있다. 점차 뚜렷해지고 있는 중국의 적극외교는 천안문사태와 함께 급작스레 닥쳐온 국제적 고립을 탈피하려는 노력으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뿐만 아니라 기존의 외교노선을 부분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는 측면에서도 주목된다.

  중국의 새로운 외교구도는 무엇보다 대미·대일 등 서방 위주의 외교를 다변화시켜 아시아 지역국가와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하고 소련과의 관계를 더욱 구체적으로 진전시켜나가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지난해 인도네시아와의 국교회복, 싱가포르와의 수교, 베트남과의 관계개선 모색, 캄보디아 문제해결을 위한 적극공세 등을 통해 아시아 지역 전반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또한 대만과의 경제교류 확대, 일본의 대중국 차관 재개 유도(90년 8월 휴스턴 G-7정상회담 이후), 한국과의 무역대표부 상호교환 등 동북아 국가와도 경제협력 외교를 진전시켰다. 천안문사태 이후 미국 등 서방에 의한 중국의 부르조아 체제화를 경계해왔던 중국이 중·소 정상회담을 계기로 소련과 밀착하자 이같은 현상이 세계질서의 재편과정에 새로운 변수로 등장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까지도 나오고 있다.

  현 단계에서 중·소 밀착의 세계적 여파를 정확히 예견하기는 힘든 상태이나 최소한 동북아 지역의 질서재편의 새로운 변수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부인할 수 없다. 19일 모스크바 중·소 정상회담에 이은 공동선언에 나타나듯이 89년 북경 정상회담에서 미묘하게 드러난 양국의 국내개혁 노선상의 견해차가 전반적으로 해소된 현상황에서 반패권주의를 선언한 대목은 주목을 요한다. 이는 중국이 현재 동북아에서의 정치·외교적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 소련과 공동보조를 취하여 적극적인 평화공세에 나섬으로써 장기적으로 동북아의 질서변화에 주도권을 행사할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중·소는 모두 정책의 최우선 고려사항을 내부 경제개혁의 안정적 추진에 두고 있는바, 이를 역할 수도 있는 국제적 공세는 근본적으로 한계를 안고 있다. 왜냐하면 국제적으로 미·소 냉전상황하에서 효과적으로 쓰였던 중국카드는 탈냉전체제가 구체화되는 현상황에서 그 효력이 반감되었으며, 국내정세의 추이도 등소평 사후 권력승계상의 불확실성, 개혁에 내재된 사회·경제적 문제의 노정등 국내적 가변요인에 의해 일시에 반전될 소지마저 안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천안문사태 2주년을 맞아 주목되고 있는 중국의 적극 외교는 일차적으로는 최근 들어 안정되어가는 권력구도와 경기호전이라는 국내상황을 지속시키기 위해서 주변환경을 적극적으로 조성한다는 데 그 초점이 모아진다. 부차적으로는 현재 통상문제와 인권개선 요구가 맞물려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대미 관계를 정면돌파보다는 소련 카드, 동아시아 지역외교의 적극화 등 간접적인 상황유도로 우회하려는 세련된 외교포석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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