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선거 '젊은 후보'몰려 온다
  • 서명석 기자 ()
  • 승인 1991.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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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 대거 진출하면 정치권 '지각변동'예상 …지역기반 취약이 한계

  6월 20일로 잠정 확정된 광역의원 의원선거를 채비하는 여야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위기정국에서 선거정국으로의 전환을 위해 '소리내며'선거를 준비해온 여당은 물론이고, 시국공세와 선거준비의 양동작전을 펴온 야당들도 본격적인 선거준비에 돌입했다.
  낙점 단계에 접어든 각 당의 후보자 면면을 보면, 관심을 끄는 대목이 있다. 그 어느 선거 때보다도 20~30대 젊은 층의 진출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전국 8백66개 선거구 중 6백여명의 후보자를 사실상 확정해놓은 신민당의 경우 이중 20~30대의 비율은 25%에 달한다. 신민당 7인 공천심사위원회의 李吉載 대외협력 위원장은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높은 만큼 젊은 세대의 신선한 도전은 바람직한 일"이라면서 "단순히 연령이 낮다는 차원이 아니라 대부분이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인물 이거나 전문직 종사자란 점에서 윗세대와 내용적으로도 다르다"고 덧붙인다.

  '선명성과 참신성'을 내세우는 민주당의 경우, 당내에 기득권을 가진 인물층이 엷은 만큼 젊은 후보 비율은 더 높아 3백명의 공천 신청자 중 20~30대 비율이 30%선에 이른다. 특히 민주당은 일찌감치 신문지상에 '광역후보감 구함'광고를 냈고, 변호사·세무사 등 전문직능 모임에 공문을 보내 후보 출마를 적극 권유하는 등 '젊은 후보'확보에 힘을 기울인 바 있다.

  1차로 33개 선거구의 공천결과를 발표한 민중당의 경우, 이중 25개 선거구의 후보가 20~30대로 진보정당의 '특성과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제도정당권 외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시민연대회의 등에서도 독자후보를 낼 계획이어서 '젊은 후보'들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3월 기초의회선거에서 '독자후보 '25명 전원을 당선시켜 잠재력을 과시한 전교조측은 이번 광역선거에도 20명 안팎의 후보를 낼 계획이다. 전교조측의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후보인선은 내부 검토 중이지만, 20~30대 후보가 대부분일 것"이라고 말한다.

  반면 거대여당 민자당은 전국의 공천신청자 1천1백91명 중 20대가 단 한명이고, 30대가 57명(4.8%)에 머물러 야권의 '젊은 후보'추세와는 대조적이다. 민자당의 민주계 당직자 ㅂ씨는 "지역에서 알려진 인물이 넘치는 여권에서 젊은 층이 공천을 따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라고 전제하고 "학생운동권 출신의 젊은 당직자 몇몇이 공천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지역기반이 취약하다는 이유로 좌절됐다"고 털어놓는다.

재야·전문인·당직자 세 갈래
  야권의 '젊은 후보'들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그 첫째는 87년 6월항쟁 이후 재야의 '제도정치권 진입'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정당판에 뛰어든 축이다. 예컨대 87년 평민당으로 들어간 평화민주통일연구회, 올 2월 민주당의 제 2창당 당시 통합한 민주연합, 올 4월 신민당 창당에 참여한 신민주연합 세력들이 여기에 속한다. 학생·노동·농촌·빈민운동 등 각 부분에서 활동했던 이들 젊은 재야들은 "합법공간 참여를 통해 사회개혁과 민주화를 이룬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 부류에는 70~80년대 대학운동권인 신민당의 禹元植(35·노원 을) 白張鉉(32·서대문 갑) 鄭鳳柱(33·노원 갑) 南根祐(36·종로 갑) 池龍鎬(27·동대문 갑·경희대 총학생회장 출신)후보, 민주당의 鄭泰根(29·성북 갑·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 李成浩(29·종로·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후보 등이 꼽힌다.

  민중당 후보들은 '대학운동권 출신'이란 점에서는 같지만 졸업 후 노동·농촌운동에 뛰어들었던 인물이 많다는 점에서 다르다. 金鐵洙(35·성동 갑·민중당 성동갑 지구당위원장) 후보 등이 그대표적 경우다. 이는 민중당 지향성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두 번째는 당내 중하위 당직자, 의원 비서관 혹은 보좌관 등을 지낸 '예비 정치지망생'들이다. 이들 '젊은'당직자들은 6공초기 세 야당이 정책정당으로 변신하기 위해 공개채용한 공채 출신 '신세대'들이며 의원 비서관 출신들은 대부분 5공청문회·광주청문회·3차례의 국정감사 등에서 돋보인 야당의원들을 도운 '조역'들이기도 하다.

  이 그룹에는 신민당의 柳時敏(33·관악을·李海瓚 의원 비서관) 吳相範(31·강서 갑·鄭大哲 의원 비서관) 權泰旭(36·영등포 갑·朴英淑 부총재 보좌관) 李相悳(36·중랑 갑·朴英淑 부총재 비서관) 金東喆(36·노원 을·權櫓甲 의원 보좌관) 후보 등이, 민주당의 金善皓(34·송파 을·李哲 의원 비서관) 李泰珪(29·도봉 을·조직국 부장) 王宙鉉(29·도봉· 갑·연수국 부장) 후보 등이 속한다. 그러나 이 그룹과 첫 부류와 엄격한 구분은 힘들다. 류시민씨는 84년 서울대 복학생협의회장 당시 '서울대 프락치 사건'의 주동자로 구속된 뒤 《거꾸로 읽는 세계사》(푸른 나무간)의 저자로 화제를 모은 인물로 '운동권'과 '정당생활'을 함께 거쳤는데, 이런 후보들이 사실상 많기 때문이다.

  변호사·세무사·환경문제 전문가 등 이른바 '고학력 전문인'후보는 세 번째 유형으로 분류될 수 있다. 야권에서는 후보자 물색과정에서 '참신한 전문인'을 둘러싸고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신민당 李相洙 의원은 "산업사회 속에서 구성원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다양해짐에 따라 야권에서도 전문직 출신의 필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한다.

  이 유형에는 신민당의 金東基(32·관악을), 민주당의 曹沼鉉(35·서초을) 沈揆哲(33·서초을) 변호사 등을 꼽을 수 있는데, 각 당에서 공들여 영입한 인물들이다. '시민연대회의'에서는 李德昇(36·YMCA 시민중계실 간사) 후보를 비롯, 환경공해방지·여성·시민운동 분야의 전문 실무자들을 후보로 내세울 계획이다. 전교조 후보들의 경우는 '교육실무경험을 가진 전문가'들이므로 모두 이 유형에 속하는 셈이다.

  신민당과 민주당이 <서울 에비타>의 오페라가수 李京愛(35·과천시) 야구선수 崔東原(32·부산 서구) 후보 등 대중인기인을 각각 공천한 것은 '비청치 분야 전문인'을 겨냥한 예이다.

  본격적인 전문·다양화 시대에 고등교육을 받은 20~30대는 산업화시대의 가치관·정서·문화관을 습득한 세대다. 정치적으로는 군사독재의 폐해를 겪으면서 '민주화 열망'을 강하게 추구한 세대이기도 하다.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와의 전선"
  따라서 이들 젊은 후보들은 자신들을 윗세대와 뚜렷이 구별짓고 있다. 한 20대 후보는 "이번 광역의회선거의 제1전선이 당대당 전선이라면, 제2전선은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간의 전선"이라고 단정짓는다. 신민당 李海瓚 의원도 "13대 총선에서 일부 젊은 세대들이 원내로 진출했지만 교두보를 마련한 데 불과했다"고 지적하고, "젊은 세대가 대거 참여하는 이번 선거야말로 해방 이후 정치판도를 밑에서부터 바꿔놓을 지각변동의 첫 조짐"이라고 평가한다. 이의원은 나아가 "이들이 광역의회에 진출, 집단적으로 문제 해결의 역량을 발휘한다면 정치권의 통합과 세대교체는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도 있다"고 덧붙인다.

  정당공천제로 시행되는 광역의회선거는 기초의회와 달리 '準정치의 장'이라는 점, 최근의 위기시국이 정부 여당에 대한 불신감을 증폭시킨 점, 때묻은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과 새 정치풍토에 대한 유권자의 갈증이 심하다는 점, 유권자의 절대 다수가 20~30대인 점 등은 젊은 세대의 진출에 유리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젊은 세대'들의 진출 가능성 자체를 비관적으로 보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우선 이들 중 농촌·지역탁아운동 등 지역 사회운동을 해온 몇몇을 제외하면 대부분 지지기반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일부 전문가 그룹을 제외하면 지방의회가 요구하는 행정경험·실무능력이 미지수라는 평판도 나오고 있다. 신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지방의회 선거는 국회의원선거와는 다르다. 지역일꾼을 뽑는다는 점에서 지명도보다는 탄탄한 지역기반이 우선돼야 한다"면서 젊은 층의 당선 가능성을 비관적으로 내다본다.

  지역연대 사업이 활발한 인천 안양 등 일부 지역에서 연합공천이 시도되고 있지만 야권내 비슷한 성향을 지닌 후보들이 경합하는 선거구가 많은 것도 '젊은 후보'의 당선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민주당 李富榮 부총재(광역선거대책위원장)는 "함께 민주화운동을 해온 사람들끼리 맞붙지 않도록 가능하면 선거구를 피해가려고 한다. 경합하는 사태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신민당·민주당·시민연대회의·민중당의 젊은 후보가 2파전 3파전으로 얽혀 있는 지역이 더러 있다.

  아무튼 이번 광역의회선거에서는 여야 정당간 싸움 못지 않게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후보'간 경쟁이 주목된다. 그 승패는 지난번 기초의회 선거율을 55%로 떨어뜨리며 '정치적 냉소주의와 무관심'을 드러냈던 20~30대의 투표기피 경향이 어떻게 달라지느냐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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