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黨 구조가 흔들린다.
  • 박준웅 편집위원대우 ()
  • 승인 1990.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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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체제에 대한 불만과 지자제 선거 앞둔 각당 이해 맞물려 재편움직임 가속화

興小野大는 과연 황금분할인가. 4당구조의 정치는 무엇을 남겼는가. 현재의 정치구조는 이대로 좋은가.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질책의 목소리와 함께 정가는 새해 벽두부터 정계개편의 움직임으로 술렁이고 있다. ‘청산을 위한 청산’이라는 비판속에 5공문제를 대강 마무리지은 여야는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냉소와 스스로의 무력감을 해소하고 자신들의 입지를 재정립하기 위한 이합집산에 분주한 모습들이다.

우선 민정당이 서둘러 대표위원을 임명하고 사무총장과 원내총무 등의 핵심당직을 개편하여 5공청산 과정에서 사분오열된 당의 결속과 융화에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고 야당도 공조체제의 사실상 와해에 따른 대응과 변신의 진통을 겪고 있다.


국민 기대는 평민. 민주 통합쪽으로
그러나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반영하듯 KBS가 연초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여소야대의 현 4당체제에 응답자의 51.8%가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88년의 조사에서 45.9%가 만족의 반응을 나타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편 90년대에 정계개편을 한다면 어느 정당 사이에 협조가 이루어지는 것이 좋겠느냐는 질문에는 ‘평민당과 민주당을 주축으로 한 정계개편이 되어야 한다’가 36.0%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이 민정?공화당으로 18.0%, 민정?민주가 13.7%, 민주?공화가 13.4%, 민정?평민이 11.1%였다.

정계개편 문제는 金泳三 민주당총재와 金鍾泌총재가 “지방자치제 실시 이전에 확실하게 정계개편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두당의 합당 가능성을 비침으로써 정국을 개편 쪽으로 급박하게 몰아가기 시작했다. 여론조사에 의한다면 두 金총재는 끝에서 두번째의 기대치에 승부를 건 셈이다.

金泳三총재로서는 4당체제아래서 제3당으로서 정치력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고 4당구조가 지속되는 한 현재의 민정?평민의 협력구조에 밀려 93년의 대권은 고사하고 차기 총선과 당장 눈앞에 닥친 지자제 선거에서도 참패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느꼈음직하다. 바로 이러한 위기의식이 金총재로 하여금 정치생명을 건 일대도박을 결행케 했으리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실제로 6공의 정치적 역학관계는 민정?평민의 두 기둥에 의해 떠받쳐지고 민주당과 공화당은 서까래의 구실에 그쳐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金총재는 이러한 정치구도가 장기화될 경우 정치적 존립근거가 근본적으로 흔들린다고 판단했을 것이며 공화당과의 밀월관계도 그러한 맥락에서 풀이되어야 할 것 같다.

실제로 金총재의 의도대로 민주?공화의 합당이 이루어졌을 경우 평민당보다 많은 의석을 차지, 제1야당으로 부상하게 되며 차기대권 경쟁에서도 가장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게 된다. 그러나 여기에는 장애요인도 만만치 않다. 양측의 이질적인 정치 뿌리, 양金간의 권력배분에 따른 이해관계, 대통령제와 내각책임제를 각각 다르게 선호하는 양金씨의 인식 차이, 야당의 정통성을 주장하는 민주당내의원들의 이탈 가능성 등이 그것이다.

한편 공화당의 金鍾泌총재는 과거 여당이나 야당을 같이 했다는 舊緣에 얽매일 게 아니라 색깔에 따라 뭉쳐야 한다고 일단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정계개편은 내각제를 지향하는  保?革구도로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金泳三총재는 공화당을 비롯하여 자신이 염두에 두어온 세력을 확실하게 끌어모으면서 야권통합추진파를 비롯한 민주당내 이탈자를 다둑거려야 하는 이중의 부담을 안고 있다.

그동안 통합파 의원들은 야권이 분열되어 있는 한 진정한 5공청산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임박한 지방의회 의원선거는 물론 차기 대권경쟁에서도 패배할 것이라는 명분론을 내세우며 서명운동 등의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87년 대통령선거에서 천재일우의 기회를 양金씨의 분열 때문에 놓쳤다고 주장하면서 이제야말로 양金씨가 통합에 나서도록 압력을 가하는 한편, 여의치 않을 경우 양金씨의 명예퇴진이나 최악의 경우 별도의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

이들은 또 평민당이나 민주당의 중진급 의원들의 동조를 얻고 있고, 특히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할 경우 자신들의 비교적 신선한 이미지에 힘입어 야권통합을 원하는 국민들로부터 적지 않은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렇게 될 경우 양金씨는 그동안 누려왔던 권위에 큰 상처를 입게 되며 특히 金泳三총재는 민주당소속 통합추진파의 주축이 자신의 본거지인 釜山?경남지역 출신이라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편 정계개편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金大中 평민당총재는 4당체제하의 민정?평민 구도에 안주하면서 금년 상반기 중에 있을 지자제 선거에 치중한다는 입장이다. 지역적으로 확실한 기반이 있는 그로서는 지자제 선거에서 연합공천제를 통해 호남에서 민정당과 제휴해주는 대가로 영남에서 평민당에 대한 협력을 얻어내 지역적인 취약성을 보완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있다.

물론 金총재로서도 호남지역과 연고가 없는 平民硏중심의 소장의원들이 야권통합에 적극 나서고 있어 이 움직임이 ‘大勢’로 작용하거나 ‘헤쳐 모여’식의 정국이 활기를 띨 경우 어떤 형태로건 개편기류를 타야 할지도 모른다. 이와 관련, 민정당이 평민당과 大聯政을 시도할 가능성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양당 사이에 색깔과 체질이 다른 데다 지역과 뿌리에 바탕을 둔 반목과 불신의 골이 깊긴 하지만 제1당과 제2당이 연합함으로써 가장 강력하고 효율적인 정권을 창출할 수 있을 뿐더러 지역감정해소라는 난제중의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력있는 품목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민정당은 집권당이면서도 원내 과반수의석을 확보하지 못함으로써 2년 가까이 정국의 주도권을 상실한 채 야당에 끌려왔기 때문에 이제 5공의 족쇄에서 벗어난 만큼 집권 3년째를 맞은 盧泰愚대통령의 통치기반을 다지며 정국의 주도권을 확보해나간다는 측면에서도 여소야대 구도의 타파에 당력을 집중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여권이 구상하고 있는 정계개편 구도가 가장 구체적으로 나타난 것은 朴浚圭전 민정당대표의 발언이었다. 朴대표는 △현재의 4당체제는 양당체제로 개편되어야 하고 △정계개편을 위해 필요하다면 盧대통령이 민정당 총재직도 떠날 것이며 △민정당을 해체할 용의도 있다는 내용의 충격적인 발언을 했었다. 뒤이어 南載熙대표대행과 李春九총장이 그의 발언을 뒷받침함으로써 민정당이 가는 방향을 비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盧대통령의 의중을 누구보다도 정확히 읽고 있었던 朴 전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失言이 아니라 그동안 盧대통령과의 여러차례 대화를 통해 얻어진 결과이며 이같은 盧대통령의 뜻은 지난 12월15일 청와대에서의 대타협 이전에 야권의 3金씨에게도 전달됐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민정당이 추구하고 있는 정계개편구도는 평민당의 우파 일부와 민주?공화당을 포함하는 보수민주세력의 연합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민정당의 해체론과 함께 총재직사퇴론까지 나오게 되었다는 것.

그러나 이같은 保?革구도는 아직 진보세력이 미약한 상황에서 이상적인 형태일 뿐이며 각 당의 이질감이 두터운 상황에서 실현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민정?민주?공화당의 연합형태가 거론되고 있으나 이는 평민당을 배제함으로써 反호남세력의 연합이라는 비판의 소지가 남아있다. 보수대연합이 안될 경우 작년 7월 잠시 거론됐던 민정?공화의 제휴가능성도 없지 않다.

실현가능성과 관계없이 이처럼 여러 갈래의 개편움직임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진보신당의 태동과 재야 및 운동권의 움직임도 정계개편의 큰 변수가 되고 있다. 이들은 이미 1盧3金의 ‘대타협’을 기존 정치권의 ‘野合’ 또는 ‘사기극’이라고 몰아 부치며 파상공격을 펴왔고, 全斗煥씨의 국회증언에 대한 국민들의 비난 여론을 등에 업고 정부?여당과 야당 등 제도권에 대한 정치공세를 강화할 움직임이다.

이들의 공세에 과격학생과 노동자세력이 동조할 경우 정치권에는 혁신세력의 바람이 거세게 일어날 소지도 없지 않다. 특히 全民聯을 이끌던 일부 세력이 중심이 된 진보정당준비모임이 정당의 모습을 갖춘 후 지방자치제?선거를 계기로 제도정치권에 도전의 기치를 들 것으로 예상되어 개편기류의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게 될 것 같다.

개편 전제로 내각제 개헌론도 대두 예상
정계개편작업이 가장 가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계기는 금년 상반기 중에 실시키로 되어 있는 지방의회 선거 때이다. 2월 임시국회에서 지자제선거법이 통과되고 연합공천의 윤곽이 구체화되면서 개편의 방향도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민정당은 금년 중 적절한 시기에 정계개편을 전제로 한 내각책임제 개헌론을 들고 나올 것으로 보여 개헌추진과정에서도 개편움직임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특히 금년의 지방의회 선거에 이어 91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92년의 국회의원 선거 등 앞으로 매년 선거를 치르게 돼 있어 이 과정에서 4당구조는 어떤 형태로 든 변화를 겪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이처럼 새해들어 정가의 관심은 5공청산의 일단락과 함께 정계개편으로 집약되는 정치질서 재편의 방향에 쏠리고 있다. 여소야대의 4당구조로는 안되겠다는 국민적 요구와 함께 정치권의 위기의식에 바탕을 둔 자성론이 정치구조 자체의 변화를 모색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정계개편의 움직임이 정치주도권을 노린 집단간의 이합집산이나 단순한 짝짓기, 또는 정권연장의 수단으로 악용되지나 않을까 우려와 경계의 소리 또한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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