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는 ‘惡의 꽃’ 美군수산업
  • 윤덕한 (경향신문 외신부 차장) ()
  • 승인 1990.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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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건의 군비확장 노선으로 전시에 버금가는 호경기를 누려오던 미국의 군수업체들이 동유럽의 급변과 동?서 화해분위기로 2차대전 이후 최대의 시련을 맞고 있다. 바르샤바조약기구가 ‘뜨거운 태양밑의 얼음덩이’처럼 변모하게 된 마당에 지속적인 군비확장 주장은 이미 논리적 근거를 상실하고 만 것이다.

이에따라 89년초까지만 해도 국방예산증액을 추구하던 부시 행정부는 91년부터 5년간에 걸쳐 전체 국방예산의 5%에 해당하는 약 2천억달러의 삭감을 검토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미국 국방부가 검토중인 군비축소 내용을 보면 육군은 병력을 20만명 줄이고 39개 기지를 폐쇄하며 탱크와 헬리콥터 구매를 삭감한다는 것 등이다.

해군의 경우 항공모함 2척을 퇴역시키고 트라이던트 미사일 잠수함의 구매를 늦추거나 취소하며 A12 전술항공기의 필요성을 재검토하고 있다. 공군은 5개 전술비행단을 예비역으로 돌리고 15개 공군기지를 폐쇄하며 B2 스텔스 폭격기의 구매를 줄이고 F16기의 구매기간을 연장하는 방안 등을 포함시키고 있다.

이에따라 ‘피를 먹고 자라는’ 군수업체들은 국방예산의 감축에 따른 무기시장 불황에 초조해하면서 일부 업체들은 벌써부터 업종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F16 전투기와 트라이던트 잠수함, M1 탱크를 생산하는 제너럴 다이나믹스社는 발주가 줄거나 취소될 위기에 처해있고 10억달러를 들여 대당 5억3천만달러 짜리 B2 스텔스 폭격기를 개발한 노드롭은 이 비행기를 공군에 1백32대나 팔 꿈에 부풀어 있었으나 구매가 훨씬 줄어들 것으로 보여 불안해하고 있다.

이밖에 해군의 항공모함 전투기 전문생산업체인 그루먼社와 전투기 생산업체인 록히드社 등 미국의 대표적인 군수업체들이 호경기가 끝나가고 있음을 아쉬워하면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사업다변화, 하청 축소, 인수합병 등으로 살아남을 전략을 세우고 있는데 록히드는 보잉과 유럽의 에어버스社로부터 민간항공기 제작을 하청받으려 하고 있다.

어려움에 직면하기는 군소 군수업체도 마찬가지여서 전투함정의 항해장치를 납품해온 한 전기회사는 지상 핵 오염탐지기 개발을 서두르고 있으며 핵 발전소에서 나오는 핵폐기물 처리 분야에 뛰어든 업체도 생겨나고 있다.

군비삭감은 군수업체에 종사하는 고용인력 축소를 가져올 뿐 아니라 7년째 계속되고 있는 호경기 끝에 이미 불황의 조짐이 보이고 있는 미국경제 전체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의 군수산업에 종사하는 인력은 미국 총 노동인구의 3%에 가까운 3백여만명이며 여기에 현역 군인 2백20만, 군무원 1백30만을 합치면 6백50만명이 군과 관련해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미국이 군비축소 작업에 나선 것은 비단 동유럽의 변화라는 외부적 요인 못지않게 국내의 재정적자가 이러한 조치를 불가피하게 한 측면도 있다. 현재 부시 행정부의 최고 우선순위정책목표는 연간 1천5백억달러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줄이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예산구조를 보면 사회복지비, 국채이자 등 통제불능 항목이 전체의 75%를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는 국방비로 되어 있어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국방비를 삭감하는 방법 이외의 다른 수가 없다.

아무튼 군비삭감으로 당장 타격을 입게된 미국의 군수업체들은 이제 한계에 달한 유럽이나 미국 시장보다는 다른 곳을 찾으려 할 것이다. 화해와 협력이라는 세계조류에 아랑곳 없이 여전히 냉전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동북아, 그중에서도 한국에 잔뜩 눈독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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