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야에 묻힌 화가 ‘창작 지도' 준비
  • 편집국 ()
  • 승인 1991.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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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난다는 양수리. 그곳에서 산길을 따라서 다시 1시간 이상 들어가면 동녘골이라는 작은 마을이 나타난다. 행정구역상 경기도 양평군에 속해있는 마을로 도시 냄새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8가구가 사는 산골이다.

  서양화가 閔晶基(42)시의 작업실(외양간으로 건축허가를 받았다)은 여기에 있다. 그는 80년에 결성돼 민족민중미술의 지평을 열었던 ‘현실과 발언'동인으로서, 이른바 "이발소 그림"이라고 불리는 대중적 이해도가 높은 그림을 현대식으로 다시 그리면서 독특한 작품세계를 펼쳐오고 있다.

  그가 농민과 삶을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이곳으로 들어온 것은 4년 전, 폐가가 점차 늘어나는 농촌현실 때문인지, 지나치게 깊숙이 들어와서인지 그의 관심사는 옛 향리의 숨결이 서려 있는 山水에 모아져 있다.

  이 고장의 ‘역사성??에 반한 민씨는 지프차 한 대를 구입해 이 일대를 샅샅이 뒤지는 사전작업을 했다. 특히 인근 노문리 지역은 조선조 후기 이향로 선생이 서원을 경영하면서 "구곡도"(옛 동양화의 한 장르로 아홉계곡을 그린 그림)를 그렸던 곳이라 자연히 九谷圖에 관심을 쏟고 있다.

  이런 작업이 결과로 올 11월로 예정돼 있는 세 번째 개인전에는 그는 ‘창작지도'라는 새로운 장르를 대중에게 선보일 계획이다. 창작지도란 정보적 가치와 예술적 가치를 겸비한 지도 반, 그림 반 형태의 작품을 말한다. 한국의 산수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전통적인 지리철학을 곁들여 우리 산하를 재조명하려는 새로운 시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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