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연극잔치’ 관객동원 성공
  • 김방옥(연극평론가) ()
  • 승인 1991.06.13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극의 해 첫 주요 행사인 ‘사랑의 연극잔치’는 일단 기획 면에서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과 일반을 대상으로 준비한 ‘사랑티켓’ 5만 매가 매진되는 등 큰 호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본래 이 행사의 의도는 사랑티켓 제도를 통해 각 극단을 재정적으로 지워하고, 연극 붐을 조성해 관객을 늘리자는 데 있었으므로 애초의 기획대로 목적을 달성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외형적 붐이 반드시 ‘연극의 해 축제’의 내실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번 ‘연극의 해’ 축제는 개방연극제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축제사무국은 4월말부터 6월까지의 행사기간 중 서울 지역 극단의 참가 신청을 모두 받아들였다. 따라서 참가작의 수준이 모두 높은 것은 아니며 개중에는 관객을 실망시키는 것도 끼어있을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 연극계 수준에서 볼 때 관람권을 미리 판매한 개방연극제는 궁극적으로 관객을 쫓는 방식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많은 극단이 기존의 레퍼터리 중에서 자신있는 작품을 내놓았고 신작 중에는 야심작이 많이 끼어 있으므로 잘 선택하면 싼값(3천원)으로 좋은 연극을 볼 기회인 것은 틀림없다.

참가작 대부분 재공연 작품
 참가작 총 40여편 중 5월말 현재까지 절반 정도 막이 올랐다. 대부분 재공연 작품이지만 우선 신작무대를 꼽아보면, 극단 ‘목화’의 <백구야 껑충 날지마라> ‘우리극장’의 <한밤의 북소리> ‘동랑청소년레퍼토리극단’의 <외로운 별들> ‘롯데예술극장’의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등이 있다.

 항상 왕성한 실험정신으로 독특한 무대를 보여주는 오태석 작·연출의 <백구야…>는 우리의 전통 가면극의 취발이, 할미장면을 변형시킨 야심작이다. 3·1운동에서부터 최근의 분신시위까지의 정치적 사건을 배경으로 남녀·모자간의 만남과 헤어짐, 기다림 등을 엮었다. 기존의 ‘한국적 연극’이나 계몽조의 마당극 패턴에서 벗어나 작가 특유의 해학과 한의 정서를 자유분방한 공간 구성·색채·리듬감으로 표출했다. 그러나 전통가면극을 소재로 했으면서도 왠지 일본풍의 취향이 엿보인다.

 브레히트의 초기작 <한밤의 북소리>는 표현주의의 단계에서 서사극이라는 새로운 양식을 모색한 과도기적 작품인데 아마추어 수준을 넘지 못한 연출을 문제점으로 꼽을 수 있다. 뮤지컬의 고전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는 전문적인 뮤지컬에 거의 접근하는 수준의 숙련된 춤과 빠른 장면 전환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하고 있다.

이미 호평을 받은 작품의 재공연으로서 많은 관객을 모으고 있는 연극으로는 이데올로기에 희생된 한 越南 의사의 몰락상을 그린 <한씨연대기>, 성적 이상심리의 소년을 정신과 의사의 눈을 통해 조명한 <에쿠우스>, 삶에 눈뜨는 이혼녀를 그린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이문열 원작의 각색극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미국이라는 물질만능사회에서 소모품으로 전락해가는 노인을 그린 <세일즈맨의 죽음>, 현실을 부정하는 안티고네와 현실을 긍정하는 크레온의 지적 대립을 그린 <안티고네>, 결혼을 위해 가짜 귀족 행세를 하는 빈민가족들을 그린 희극 <따라지의 향연> 등이 있다. 대부분의 재공연 작품에서 특기할 것은, 주연급 역에 새로운 얼굴을 기용해 작품의 재해석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따라지의 향연>은 평론가 한상철 씨로부터 “우리의 연극에서 희극을 소화해낼 수 있는 수준의 한 정점을 보여주었다”라는 평을 받았다.

 이밖에도 재공연 작품 중 기독교의 부패상을 풍자한 <하느님 비상이에요>, 전통장례의식을 현대적으로 희화화한 <오구>, 세상을 향해 출범하는 두 젊은이의 꿈을 그린 <그린 줄리아>, 신혼 초야부터 파경까지의 남녀관계를 그린 <연인과 타인>, 구한말 멕시코로 강제 이주된, 버림받은 백성을 그린 <애니깽> 등이 꾸준히 관객을 모으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