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우선의 정책 기대
  • 김병익 (문학평론가) ()
  • 승인 1990.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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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御寧 초대 문화부장관에 바란다

 문화부가 창설되었다는 것, 그리고 그 첫 장관에 달리 오염되지 않은 문예계 인사가 임명 되었다는 것은 90년대를 위해서, 그리고 우리 문화예술계를 위해, 그 상징으로나 실세에 있어서나 매우 반가운 일이다. 경제성장과 정치적 민주화의 참된 뜻이 우리 삶의 질의 높임에 있다면, 문화부의 독립은 우리 발전 전략이 양적 추구로부터 질적 향상의 방향으로 수정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까닭에 새 장관에 의해 새 문화부가 해야 할 첫 일은 문화를 복지 개념으로 전환시켜, 우리 마음 가난한 사람들을 풍요롭고 자유롭게 일구어나가도록 현실화시켜야 할 문제이다. 그것은 지역간?직종간?계층간의 문화적 빈곤과 격차를 극복하게끔 복지의 균점권을 배분하는 동시에, 이제껏 생산자에게만 집중되어왔던 문화투자를 소비자에게로 이관하는 작업을 지칭하는 것이다. 도서관의 확충, 지방 문화원의 활성화, 문화공간의 증설, 문화욕구 유발과 그 참여기회의 개발 등등이 그것의 구체적 사업들일 터인데, 이 일들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때에야 90년대가 복지사회를 지향하며 문화부가 그 실천의 주체가 된다는 추세를 성취시키는 것이 될 것이다.

신임 장관은 임명 소식을 듣고 난 후 기자회견에서 문화의 다양성을 고취하겠다는 바람직한 약속을 제시한 바 있다. 우리는 그 다양성이 기존의 문화체계안에서만의 것이 아니라 그 체계에 도전적인 것까지도 포용하는 다양성이기를 바란다. 80년대에 개발되고 확산되어온 진보적인 이념들이 우리 의식과 연구, 창작 각 방면에 두루 번지고 적용되는 경험을 가지고 있거니와, 그것들은 그럼에도 여전히, 억압되고 배제되고 있음을 목격한다.

여기서의 기성층의 오류는 그 새로운 문화체계들이 기존 체계를 훼손하는 적대적인 것으로 바라보고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겨누고 있다는 점인데, 이제 그같은 유치한 사고방식은 버려야할 것이다. 그것은 적어도 90년대에는 포용되고 검토되어 우리 인식을 확대하고 전진화할 하나의 대안으로 수용해야 할 것이다. 전시대적인 금서 관행의 철저한 폐기와 진보적 문화운동에 대한 긍정적 배려로 표현되어야 할 이 작업은 아주 두터운 공안세력들과의 싸움을 의미하는 것이겠지만, 자유지식인의 본을 시켜온 새 장관으로서는 넉넉히 감당할 과제이리라고 믿어진다.

이와 연관시켜서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되기를 바라는 일이 오랜 분단으로 빚어진 남북간의 이질화 현상을 적어도 문화적 측면에서 해소하는 일이다. 그것은 학문?예술의 인적?물적 교류로부터, 가령 국어사전의 공동편찬과 같은 협력 사업, 우선 우리부터라도 할 수 있는 북한 창작품의 개방에 이르기까지, 가능하며 다각적인 많은 일거리를 가지고 있다. 이 일은 휴전선의 벽이 여전히 두텁기 때문에 시급히 해야 할 일이고 또 해볼 만한 일이다. 그것이 통일을 위해서나 통일 이후를 위해서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작업이라는 점은 6?25  전세대인 새 장관이 더 잘 아는 일일 것이다.

문화부의 출범이 90년대의 첫날에 이루어진다는 것은 매우 함축된 의미를 품는다. 그것은 부정과 자학의 과거로부터 벗어나 자부와 기대의 시대로 옮겨가는 시대에 서서 21세기를 향한 우리의 미래 구상에 적극적인 전략으로 도전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에 다름아닌 것이다. 최상의 아이디어 뱅커이자 뛰어난 경력가인 새 장관에게 특히 기대되는 몫이 이것이다.
우리의 너무 큰 요구와 새 장관의 참신한 의욕은 권위주의적 관료체계의 두터운 타성의 벽에 부딪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벽은 허물어져야 한다. 우리가 신임 李御寧장관에게 축하보다 격려를 더 많이 보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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