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투쟁’ 기치 아래 전대협 5기 출범
  • 부산 · 오민수 기자 ()
  • 승인 1991.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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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당 광역후보 낙선운동 적극 전개 … ‘전총련’ 발족 위해 조직 재정비

 지난 5월31일 저녁 8시 전야제를 시작으로 6월2일까지 2박3일간 부산대에서 열린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제5기 출범식에는 전국 각지에서 4만여명의 대학생이 참석했다.

 6월1일 저녁 7시. 쏟아지는 장대비를 그대로 맞으며 이번 대회의 주행사인 ‘구국의 강철대오 전대협 제5기 출범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金鍾植 제5기 의장(한양대 총학생회장) 을  비롯해 이인영 제1기 의장(87년 고려대 총학생회장), 현주억 전노협 의장직무대리, 이수호 범국민대책회의 집행위원장, 고 김세진씨 어머니, 임종석 전 의장 어머니 등이 참석했다.

 임종석씨의 어머니는 축하 인사말에서 “전대협은 쇠와 같아서 치면 칠수록 더 단단해지는 조직입니다. 우리 종석이도 감옥 안에서 여러분의 투쟁을, 전대협의 성장을 진심으로 빌 것입니다”라고 말해 학생들로부터 요란한 박수를 받았다. 이어 전대협 의장으로 ‘옹립’된 김종식군은 환호를 받으며 단상에 올라 “반미 반독재 조국통일 투쟁을 힘있게 펼쳐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우산을 받쳐들거나 준비위측이 긴급 배포한 비옷을 착용한 4만여명의 참석자들은 새벽까지 이어진 출범식을 끝까지 지켜봤다. 이번 전대협 출범식 행사에서는 앞으로의 학생운동의 흐름과 주요 쟁점을 살펴볼 수 있는 몇 가지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6월1일 오전 10시에 열린 ‘전국 대학생총연합 준비를 위한 분임토의’와 오후 3시에 개최된 ‘조국의 평화와 자주적 통일을 위한 제2기 학생추진위원회 출범식’이 그것이다.

 전대협은 이번 출범식을 계기로 ‘반민자당 투쟁’과 ‘조국통일 투쟁’의 구심점을 확보하기 위한 조직 재정비 작업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우선 반민자당 투쟁의 일환으로 6월에 실시될 광역의회선거에 조직적으로 참여, 대도시에서 ‘민자당 후보 낙선운동’을 펼쳐나가겠다는 계산이다. “현재 우리 국민의 정서나 의식수준을 고려할 때 선거는 국민의 정치적 욕구를 표출하기에 가장 유력하고 합법적인 공간”이라는 판단에 따라 기초의회 때와는 달리 ‘선거투쟁’을 펼쳐나가겠다는 것이다. 또한 이 기세를 몰아 92년말이나 93년초로 예상되는 대통령선거 이전에 현재의 ‘협의체’ 수준의 조직을 결속력이 한층 강화된 전국대학생총연합(전총련)으로 확대 개편할 예정이다. 즉 각 대학 ‘총학생회 대표의 협의체’가 아니라 학과 및 단과대 학생회, 전국 동아리연합회 등 각 ‘하부조직의 연합체’를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전대협은 아직 광역선거 참여 구상을 구체화하지는 못하고 있으나 재야·야당과 적극적인 연대를 통해 반민자당 분위기를 확산, ‘민주정부 수립’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부산에서 광역의회선거를 준비하는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조직적 역량을 갖춘 학생들의 참여는 침체에 빠진 정치권의 분위기를 일신할 것”이라면서 “구체적 합의과정을 거친 후 조직적 결합을 시도할 마음의 준비를 다잡아놓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약화됐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학생운동권이 ‘5월투쟁’을 계기로 확고한 조직을 갖추고 87년 당시처럼 시민들의 관심을 끌어모은다면 전대협은 광역선거 정국에서 ‘태풍의 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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