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관한 시민권익 옹호
  • 강철규 (서울시립대교수 경제학) ()
  • 승인 1990.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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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 투기의…》 金泰東 李根植 지음 비봉 출판사 펴냄

 한국경제에서 토지문제만큼 중요한 것도 드물다. 왜냐하면 국민경제의 생산기반을 와해하고 시민의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아가는 지가폭등 현상이 거기에서 발생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가의 폭등은 토지소유의 편중에서 비롯되는 것이지만, 소유 편중현상은 토지공급의 유한성과 이를 보완할 수 있는 토지제도와 조세제도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는 시민생활의 안정도 지속적인 경제발전도 이룰 수가 없다.

이러한 자각이 드높은 이 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는 김태동?이근식 두 교수에 의해 오늘날 우리사회에서 땅의 문제가 무엇이며 그것이 시민생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그리고 그 해결방안은 무엇인가를 밝힌 《땅 : 투기의 대상인가, 삶의 터전인가》가 이번에 출간되었다.

이 책의 의의는 일반 저술과는 달리 시민을 위한 시민의 작품이라는 데 있다. 이땅에 시민계급이 존재하기 시작한 것은 오래된 일이지만 시민이 스스로의 권리와 이익을 위하여 조직적으로 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발족한 경실련이 처음이며동의 첫사업인 토지의 경제정의 실현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려는 것이 바로 이 책이기 때문이다.

또한 필자들이 서문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이 빛을 보기까지에는 경실련에 참여하는 많은 학자, 법률가, 일반시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장시간 토론을 거듭한 후 공청회에 부쳐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이 있었다. 그 결과를 두 저자가 더욱 발전시켜 책으로 엮어낸 것이다.

이책의 중요한 특성은 실사구시의 사상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단순히 문제를 지적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해결방안이 무엇인가를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모두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땅값 폭등의 원인과 그것이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제1장과 제2장에서 다루고 제3장에서는 토지의 경제정의가 무엇인가를 밝히고 있다. 여기에서는 시장경제체제하에서 제값받고 제몫대로 나누는 것이 경제정의라고 지적하고 누구나 주거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토지를 보유할 권리가 있으며, 토지는 생활과 생산을 위하여만 사용되어야 하는 것이지 재산증식의 목적으로 소유되어서는 안되고 토지로부터 발생한 불로소득은 사회에 환원되어야 한다는 등, 토지에 관한 경제정의 5대원칙을 밝혀 토지정책이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제4장과 제5장에서 토지투기를 부채질하는 현행 조세제도와, 소리만 요란한 정부의 토지대책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6장에서는 토지문제는 해결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그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현 단계에서 우리나라의 토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금년부터 발효되는 택지소유상한제한, 개발이익환수, 토지초과이득세법 등 이른바 공개념확대법에서 예외조항을 없애는 등 지금보다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그것만으로는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가 없다고 보고 이들 3개 법안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으로 과세표준의 조속한 현실화, 종합토지세와 양도소득세의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즉 조세제도의 정비강화가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시급함을 지적하고 있다.

이 책의 출간은 문제의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이 실현될 때까지 시민운동이 그것을 뒷받침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즉 경실련운동이 그 실현을 보장하게 되는 무서운 책이 될 것이다. 경실련문고 제1호인 이 책을 필두로 하여 시민의 경제생활과 관련하여 정의롭지 못한 것이라면 그것이 경제력 집중이든 공해문제든 조세제도든 앞으로 계속 2호, 3호로 출간하여 그것을 바로잡아 나가겠다는 경실련의 의지를 담아내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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