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관계 해빙기류가 보인다
  • 표완수 편집위원 ()
  • 승인 1990.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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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 총리 상호방문 가능성… 통행·통신 협정 등 초안 마련도

 한반도에도 마침내 화해의 봄바람과 통일에의 서광이 태동하기 시작하는 것인가. 기존의 남북한관계에 새로운 변화가 있음을 예고하는 조짐들이 새해 벽두부터 무성하게 나타나고 있다.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북한 延亨默총리의 서울방문 및 盧泰愚대통령과의 면담 가능성이다. 이와 함께 청와대에 군비통제기구를 설치, 이 기구가 남북한 군축협상과 관련한 전반적인 군비통제문제를 담당하리라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지금까지 주로 적십자, 체육, 문화예술, 경제 등 비정치·군사분야에 국한돼온 남북한관계 교섭이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고 있음을 의미한다.

북한 총리의 서울방문은 남북 고위급회담(남북총리회담)을 위한 예비회담의 합의에 따른 것으로 양측 합의에 의하면 이달 31일 제6차 예비회담과 2월의 7차 예비회담을 거쳐 3월 중 서울에서 1차 본회담을 열고 4월에 평양에서 2차회담을 열도록 돼 있다.

고위급회담과 관련한 북한 총리의 서울방문 가능성에 대해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양측이 구체적으로 합의하지 않았으나 그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해 3월 남북고위급회담의 서울개최 및 북한 총리의 서울방문 성사를 위해 정부가 노력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예비회담의 남쪽 수석대표인 宋漢虎 통일원차관도 “이미 합의한대로 3월 중 서울에서 남북 고위급회담이 열릴 것으로 본다”고 말하고 “서울에서 남북 고위급회담이 열리면 북한의 총리가 盧泰愚대통령을 방문하고 이어 4월의 평양회담에서 남한의 총리가 金日成주석을 방문하게 되므로 남북한과계 개선에 중요한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한겨레신문 1월7일자).

남북한 군축과 관련한 군비통제기구 설치문제는 이 기구를 대통령직속기구로 하여 청와대 외교안보보좌관을 의장으로, 외무부·국방부·통일원 등 대북관계부처의 실·국장들로 구성돼 남북한 군비통책정책을 개발?수립하고 군축협상 전반을 담당토록 한다는 것이다(중앙일보 1월6일자). 정부의 고위당국자는 이 문제에 대해 “아직 구체화된 것이 없다”고 부인하면서도 국제정세가 전반적으로 긴장완화의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고 남북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키 위해 그같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음을 인정했다.


평양방송 청취허용 검토
정부는 이밖에도 동·서독모델을 참고로 북한과 통행·통신·통상협정을 체결키 위한 초안을 마련중이며 평양방송 청취를 허용하는 문제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85년 11월 이래 중단된 남북경제회담을 곧 재개, 남북경제협력위원회 설치를 추진할 계획이며 남북교류기금을 신설,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확대키로 했다는 것이다. 금강산공동개발을 위해 오는 4월 다시 북한을 방문할 예정으로 있는 현대그룹 鄭周永명예회장의 대북한 경협활동도 적극 지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들어 정부가 이처럼 대북한 관계개선의 폭과 심도를 크게 확대하고 대화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은 지난해 가을 이후 전개되고 있는 동유럽세계의 일대변혁과 몰타 미·소정상회담을 계기로 국제적 상황이 한반도문제 해결에 천재일우의 호기를 제공해주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 동유럽사태와 몰타 미·소정상회담 이후 세계는 脫이데올로기·脫군사화의 흐름을 분명히 보이고 있는 것이다.

소련은 이미 88년 12월 일방적 감군 계획을 발표한 이후 구체적으로 감군작업을 진행중에 있으며 미국도 유럽과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병력의 감축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주한미군 감축과 관련, 미국의 <워싱턴 타임스>는 지난 4일 미국정부가 금년 중으로 5~6천명의 병력을 철수하는 방안을 한국정부에 제의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한·미 양국 정부가 지난해 8월 美의회를 통과한 주한미군감축타당성보고법안(넌-워너 수정안)에 따라 주한미군의 점진적 감축 타당성을 비롯, 이와 관련한 제반문제에 관한 협의를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미 양국 정부는 팀스피리트훈련 규모를 축소하는 문제를 협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남북한관계의 전환에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구랍 22일 남북체육회담 제6차 회담에서 의미심장한 10개항 의제가 모두 타결된 사실, 지난 5일 미·북한간의 참사관급 접촉이 북경에서 성공적으로 재개된 일 등은 새로운 차원의 남북한관계 개선의 앞날에 낙관적 전망을 갖게 하는 요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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