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보다 광고전략에 중점을”
  • 이만재 (카피라이터) ()
  • 승인 1990.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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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자에 이르러 국내 출판사들의 서적광고가 점차로 대형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해방 이후 우리의 일반적인 사고속에서 뿌리깊게 자리해온 ‘출판사업=영세성’이라는 도식과 그 개념을 크게 달리하는 것으로 인식될만하다. 우리처럼 신문광고료가 만만치 않은 현실에서 출판유통의 규모가, 그 비싼 광고면을 5단통급 및 그 이상의 대형으로 수용할 만큼 커지고 있는 것이다. 문화발전의 척도로 지목되는 출판물의 마킷 사이즈가 커졌다는 것은 누구라도 반길만한 일이고, 또 우리의 출판사들이 마킷 사이즈에 맞춰 경영체질 자체를 기업화의 방향으로 적극 개조해나가고 있음을 반증한다는 점에서 당연히 환영할 일이다. 종래에는 월부판매조직 가동을 목적으로 한 전집류나 사서류, 또는 입시준비 참고서류가 더러 대형광고로 집행되곤 했었는데 요즈음에는 특정 작가의 단행본 한두권이 예사로 전5단을 차지하고 클로스업되는 것이다.

땅덩이는 비록 작다 하나 인구가 4천만이나 되는 이 큰 잠재시장을 매스미디어의 대량전달 수단을 통해 관리하겠다는 그 적극적인 발상은 백번 옳고 또 옳다. 그러나 광고의 대형화에 맞춰 그 내용도 함께 전문화되고 있느냐 하는 의문은 당연히 제기될만하다.

광고효과 기능의 3대 배경요소를 제품연구, 시장연구, 소비자연구에서 찾는다고 했을 때, 생산자는 생산자대로의 출시 근거를 갖고 있어야 하고, 시장은 시장대로의 유통 타당성을 갖고 있어야 하며, 또한 소비자는 아까운 자기 돈과 그 제품과를 맞바꿀만한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당위성을 생각하게 된다. 이 3박자의 톱니바퀴가 제대로 맞물려 돌아갈 때 비로소 제품은 시장에서 ‘움직이게’ 된다. 특히 그 ‘3박자’는 책다운 책을 구경하기 어렵던 시절의 ‘출판사 주도형 시장상황’이 아니고, 오늘날처럼 서점마다 온갖 책들로 넘쳐나서 제품끼리의 경쟁이 치열한 ‘소비자 선택형 시장상황’인 경우에는 더욱 그 의미의 비중이 크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순진하고 선량한 출판사 사장님들은 피같은 쌈지돈을 풀어 광고를 대형화하는 모험을 감행하면서도 장차 그 ‘3박자’ 구성의 전문화를 통한 효과의 극대화에는 어인 일로 생각이 미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기에 대다수의 대형 서적광고들을 보면, 제품의 내용을 그럴듯한 문학적 수사로 미화한 생산자의 일방 메시지만 가득차 있고 시장연구나 소비자연구의 흔적, 또는 불특정 다중 가운데서 목표고객을 선별적으로 수용하고자 하는 전략적 표현 흔적이 보이질 않는 것이다. 심지어는 광고 접근방식에 있어서조차 그것이 ‘고지광고’인지 ‘유지광고’ 인지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마저 적지 않다.

출판사업을 정말로 기업화의 궤도위에 올려놓으려면 우선 광고전략의 전문화가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프러모션의 전문화 없는 마키팅을 생각할 수 없듯이 효과적인 마키팅 전략이 무시된 출판사업 또한 “기업” 이라 부르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화가 되지 않은 사업을 가리켜 우리는 “투기” 라고 부른다. 광고의 규격보다는 그 광고내용의 전략적 구성쪽에서 더 연구 · 투자를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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