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교관과 대화 힘쓸 터”
  • 편집국 ()
  • 승인 1990.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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孔魯明 초대 駐蘇영사처장

“셰바르드나제 외무장관이 최근 한반도장벽의 제거를 촉구한 뜻은 남북간의 긴장완화와 대화진전을 바라는 뜻을 얘기한 것으로 보며, 그런 점에서 그 장벽이란 콘크리트 장벽이 아닌 상징적인 벽을 의미한다고 봅니다.”

헝가리, 폴란드, 유고와의 수교로 한국외교가 승승장구하는 가운데 공산주의 종주국인 소련과의 영사업무 개설을 위해 오는 27일 부임을 기다리고 있는 孔魯明대사(58)는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셰바르드나제의 ‘장벽’ 발언을 나름대로 풀이했다.

90년대 한소관계가 획기적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초대 駐모스크바 영사처장으로 임명된 孔대사는 한소관계증진에 대해 “현재로선 큰 장애물이 없다”며 낙관론을 폈다.

공대사가 부임하게 될 소련에는 한국회사나 교민이 사실상 전무한 상태이고 보면 그의 주요 관심사는 영사고유업무라기보다는 한소외교관계수립을 위한 ‘前哨兵’ 역할일성싶다. 본인 스스로도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그는 “영사업무외에 경제,무역, 과학 및 기타분야에서도 한소교류증진을 위해 힘쓸 생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모스크바에 상주하게 되면 북한 외교관들과의 접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데 공대사는 이에 대해 “북한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우리의 동반자”임을 강조하고 “어느 때, 어디서나 계기가 주어진다면 만나서 대화하고 서로의 이해증진을 위해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7일 도쿄를 거쳐 모스크바로 직행할 공대사는 부임 즉시 소련외무부에 영사업무개설에 관한 口上書를 제출할 예정인데 崔浩中 외무장관이 최근 소련외무장관과의 회담을 제의한 데 대해 “부임해서 소련외무부 관리들과 만나게 되면 자연히 우리의 입장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단지 타이밍이 문제지 양자의 회동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盧泰愚대통령의 친서휴대 여부와 관련, 공대사는 “여러 형태의 메시지가 있을 수 있으나 친서는 아니고…”라고 말끝을 흐려 모종의 메시지를 휴대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자신이 첫 주소영사처장으로 발령된 데 대해 “큰 기쁨이자 영광”이라 표현하면서도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한 공대사는 외무부 내에선 무슨 일을 맡겨도 거뜬히 해치울 줄 아는 자타가 공인하는 ‘실력파’다. 특히 지난 83년 5월초 승객 등 1백5명을 태운 중국민항여객기 납치사건이 터졌을 때 우리측 협상책임자로서 이 사건을 깔끔히 처리, 외교수완을 유감없이 발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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