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노리에가 사법처리 정당한가
  • 유병0 (국제법률경영연구원이사장 고대교수) ()
  • 승인 1990.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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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밀매 혐의 납득키 어렵고 ‘정당방위 요건’ 성립 안돼

 지난 12월20일, 미국은 마약밀매 관련혐의로 기소된 파나마의 노리에가 장군을 체포, 이송한다는 등의 명분으로 파나마에 군사개입을 강행함으로써 국제사회에 논란을 일으켰다. 한 국가가 다른 주권국가의 실권자를 일방적으로 기소, 법정에까지 서게 한 이 사건에 얽힌 법적 문제를 객관적으로 분석해보고 국제법적 측면에서 어떤 평가를 내릴 수 있는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이 사건의 직접적인 배경을 보면 파나마의 군부독재자 노리에가 장군이 국제마약밀매 사건에 깊숙이 개입된 혐의를 받아 미국 마이애미 법원에 기소됐고, 이로 인해 미국과 노리에가 정부간의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지난해 12월16일엔 미군이 피살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곧 이어 노리에가 정부는 미국에 대해 전쟁상태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미국은 이미 지난 88년부터 파나마에 대해 경제제재 조치를 취하면서 모든 노력과 압력을 가했으나 소용이 없자 군사개입을 감행, 결국 사태를 무력으로 해결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미국의 군사개입 명분을 보면, 첫째 마약밀매혐의로 기소된 파나마의 군사독재자 노리에가의 체포 및 미국 압송, 미국인의 생명보호, 파나마 운하조약에 규정된 운하의 안전확보, 파나마인의 인권 및 민주헌정질서 확보 등이며 구체적인 법적 근거로 UN헌장 제 51조의 정당방위, 미주기구 조약 제21조의 ‘自國民 및 시설을 보호할 권리’등을 내세우고 있다.

 UN헌장 제2조 4항에 의하면 다른 나라의 영토보전이나 정치적 독립을 거슬러 또는 UN헌장과 양립하지 않는 방법으로 무력의 위협이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지난 70년 10월24일 UN총회 결의 2635호 등은 다른 나라의 국내문제에 비간섭 의무를 확고히 하고 있다. 그러므로 국제법상 어느 국가가 다른 나라에 무력개입이나 간섭을 하는 것은 분명히 금지되어 있다.

 한편 노리에가 자신이나 그의 정부도 법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우선 그 자신이 중남미 일대를 무대로 하는 국제마약밀매에 깊숙이 개입되어 있는 혐의를 받고 있으며 미국법원에 기소가 되어 있는 상태였다. 또한 군사독재로 선거결과를 무력으로 조작하여 불법으로 정권을 유지하는 혐의를 받았을 뿐 아니라 국내 인권을 심하게 탄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국제마약밀매나 극심한 인권탄압은 국내문제만이 아니라 동시에 국제법의 규제대상이 된다. 인권에 관해서는 지난 66년 국제인권관계 협약 등 많은 국제법 규정이 있어서 국제적인 개입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한 마약을 금지하는 국제법도 36년 제네바협약, 61년 뉴욕협약, 72년 제네바의정서 등 수없이 많다.


니카라과 대사관 난입도 不當行爲
 그러면 인권탄압이나 마약밀매에 개입한 것이 사실이라면 미국의 무력개입은 정당화되는가? 여기서는 인권탄압의 정도가 문제되는데 국제법상 무력행사의 금지가 가장 중요한 법규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파나마의 상황이 미국의 무력행사를 정당화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된다. 마약밀매에 한나라의 통치자가 개입되었다는 혐의 자체는 매우 이해하기 어려우며 한심스런 일이지만 그렇다고 무력개입을 정당화하기에는 어렵다고 본다.

 미국은 自國民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정당방위를 내세우고 있다. UN헌장 51조에는 정당방위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정당방위의 객관적 요건을 갖추면 무력개입이 가능하다. 61년 쿠바 해안을 봉쇄할 때는 미주기구의 형식적 동의를 받았고 83년 그레나다 무력개입 때는 카리브 6개국과 공동행위를 하는 형식을 취하여 객관적 요건은 강화하려고 노력하였으나 이번 경우에는 전혀 그같은 노력이 없는 것이 특색이다. 국제법상 정당방위란 상대방의 불법행위에 의하여 일정한 권리나 法益을 보호할 다른 방법이 없는 위급한 상황에서나 급박한 상황 및 상대방의 불법행위에 상응하는 피해자 자신의 임시적 대응행위로 안보이사회에 보고하고 그 규제를 받는 보조적 행위다. 비록 미군 장교가 피살되고 노리에가 독재정부가 무모하게 미국에 대하여 전쟁상태를 선언하였어도, 2만명의 군대밖에 없는 파나마의 국력을 감안할 때 정당방위의 요건을 충족시키기는 어렵다. 미군은 인권과 민주헌정질서의 회복을 주장하는데 이권은 명분이 되어도 다른 나라의 민주정부 수립을 위하여 개입하는 것은 현행 국제법상 정당화하기는 어렵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12월29일 UN총회결의는 매우 시사적이다. UN총회 결의는 미국의 무력개입을 강력히 비난하면서 동시에 파나마의 인권과 민주헌정의 회복여건의 확립을 선언하고 있으며, 또한 표결 내용을 보면 1백59개 회원국 중 찬성 75, 반대 20, 기권 40, 불참 24로 회원국들이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말하자면 미국의 행위는 국제법 위반이나, 노리에가나 그 정부의 소행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한가지 분명히 해야 할 것은 미국이 파나마 주재 니카라과 대사관에 난입한 것은 61년 외교관계 비엔나협약에도 명백한 위반이며 매우 부당한 행위로 정당화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또한 노리에가를 미국에 강제 압송한 행위는 결국 무력개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도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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