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維新한 것은 큰 잘못” 도전받는 YS구상
  • 박중환 편집위원대리 ()
  • 승인 1990.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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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공화와의 합당 놓고 의견대립 노골화 의원보좌관 폭행사견 후 통합파 목소리 커져

 민주당이 새해 벽두부터 표류하고 있다. 정치 풍향에 ‘感’이 빠르다는 金泳三민주당 총재가 脫4당체제를 선언하고, 이른바 ‘YS구상’이라 불리는 보수대연합을 향해 ‘민주’號의 닻을 올린 지 불과 열흘 안팎. 민주당은 김총재의 노선을 놓고 당내 의견 대립이 노골화되면서 당내 폭력 사건까지 겹쳐 심각한 내분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13일 열린 민주당 정무 · 의총 합동회의는 이런 속앓이를 일단 공식석상으로 끌어냈다는 점에서 그 뜻은 크다.

 회의 초반부터 金正吉 張石和의원등 통합파 의원의 발언은 만만치 않았다. 김의원은 “정계개편과 관련해서 총재의 구상에 찬성할 수 없다. 총재의 말 대로 과거를 용서하려면 모두 용서해아 한다. 후보 단일화를 깨고 나간 것보다 維新을 한 것이 더 큰 잘못이다”라고 논박한 뒤 “언론에 비치고 있는 당의 정계 개편 구도는 非호남 구도인 것 같은데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장의원은 “(金泳三)총재가 金大中총재를 만나 통합하자고 먼저 이야기해 보라. 여의치 않더라도 국민들은 이해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도 대의 명분을 갖게 될 것이다”라고 평민당과의 先통합논리를 폈다.

 한편 崔炯? 黃珞周의원, 金相賢부총재등 일부 중진들은 공화당과의 합당을 완강히 반대하며 질타의 과녁을 ‘YS 구상’의 이론 제공자로 알려진 黃秉泰의원(총재 특별 보좌역)에 맞추었다.

 최의원은 “우리 당과 공화당이 통합을 하려 한다고 생각했다. 비난하기에 앞서 합의문이 나오게 된 배경을 대변인이 설명하라”며 따졌다. 黃珞周의원은 “정계개편의 YS 구상이 구체적으로 나와야 토론을 할 수 있다”며 골프 회동 때에 배석했던 黃秉泰의원을 둘러 쳤다. 金光一의원은 “7개항의 합의문을 보면 민주-반민주 구도의 선명성 대결보다는 정책 대결로 지향하겠다고 되어 있는데, 지금 같은 위장된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대항하는 태도가 선명해야 한다”고 공박했다.

 이날 난상토론은 보수대연합 논리와 공화당과의 합당설에 대한 반대론과 우려론이 큰 흐름을 이루었고, 鄭相九 兪棋濬 崔正植의원 등은 YS구상 옹호론을 폈다.

 막상 논란의 표적이 된 黃秉泰의원은 회의 막판에서 발언을 했으나 예봉을 살짝 비켜 나갔다. 그는 연초 언론에 보도된 ‘3월 이전 정계개편 추진’ 기사와 관련해 “지난 4일 김총재가 MBC와 신년 인터뷰를 할 때 지자제 선거전 정계개편 의사를 밝혔다. 그 자리에서 한 방송기자가 그러면 언제까지 개편이 되겠느냐고 물어 물리적인 시간을 감안해 보니 3월까지는 완료되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생각돼 말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는 김총재가 “민주당 진로 문제에 이견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앞으로 정무회의나 의원총회 등의 공식 기구를 통해 의견을 수렴해 나가겠다.”고 밝히는 것으로 끝났다.

 이날 회의는 열띤 토론 분위기에 걸맞지 않게 일방적인 의견 청취로 그쳤다. 향후 당 진로에 관해 뚜렷한 결론도 얻지 못했다. 평민당과의 先통합을 주장하는 金正吉 張石和의원 등은 “공화당과의 합당 움직임에 속도를 줄인 것 뿐, ‘보수대야합’의 기존 노선에 변화를 찾을 수 없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YS구상이 쉽게 수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는 무성하다. 최근 민주-공화 합당설 파문이 있은 뒤 두 김총재 사이에 손발이 맞지 않는 듯하지만 이러한 이견쯤은 지난해 10월 이후 지속 되어온 밀월관계를 감안해볼때 앞으로 보수 대연합이든 소연합이든 이해가 일치한다면 해소될 수 있는 하찮은 제스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뚝심 좋다’는 김총재가 의원들의 반론 때문에 국민들에게 선언한 정계개편의 원칙을 쉽게 물리지 않을 것이고, 더욱이 黃秉泰의원이 ‘단순하면서 낙천적’이라는 김총재를 놓아두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崔炯佑 金相賢등 중진들은 김총재가 당내의 이견을 확인했으니 김총재의 추후 결단을 지켜보겠다는 자세이다. 이들 통합 소장파나 중진들 모두가 보수대연합 노선에 반기를 들고 있고, 그 과녁은 보수연합 논리의 제공자인 황의원에 맞추어져 있는 듯하다. 김총재가 제시하고 있는 보수대연합 구상은 황의원이 80년대초 미국 버클리대학 유학 시절부터 주장해온 논리라는 것이 당시 함께 공부했던 한 교수의 말이다. 어쨌던 황의원은 김총재를 통해 자신의 뜻을 실현시킨다는 데 사명감을 지닌 것 같다. 이런 점 때문에 당내 일부 중진이나 김총재의 지난날 측근들은 민주당이 일개인의 실험대상이 될 수 있느냐고 비판하는 듯하다.
 아무튼 민주당이 연초부터 겪는 당내 내분은 정계개편의 노선 설정을 둘러싸고 당의 진로가 흔들리는 데서 비롯됐다.

 김총재가 그의 당초 구상을 밀고 나간다면 이런 數式이 성립될 법하다.
 (59-X) + (35-Y)?69

 이 수식을 풀어보면 민주당 의석(59)에서 통합파(X)를 빼고, 공화당 의석(35)에서 통합 가담 의원수(Y)를 제외해도 평민당 의석(69)과 같거나 많으면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통합을 추진해 볼만 하다는 것이다. 일단 원내 2위 당으로 올라선다면 93년 대권에 한발짝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 계산할 수도 있을성싶다.
 그러나 김총재의 구상은 당내 반발로 벽에 부딪혔다. 고심 끝에 다시 내놓은 ‘온건민주중도’ 노선도 범민주 통합을 주장하는 당내 목소리를 누그러뜨리지 못하는 데에 YS의 고민이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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