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패 판정’뒤에 남겨진 불씨
  • 김당 기자 ()
  • 승인 1990.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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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代自動車 노조 상여금투쟁 종결싸고 ‘무노동 무임금 원칙 확대해석’ 쟁점화

 태업=무노동=무임금인가. 88년부터 정부가 적극 권장하고 기업가들이 수용해온 ‘無勞動 無賃金 원칙’이 현대자동차 노조의 특별상여금투쟁 종결방식을 둘러싸고 勞使간의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번 상여금투쟁은 현대자동차라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자본과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줄곧 노동운동을 선도해온 대표적 노조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올해 임금투쟁의 전개양상과 관련,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우선 겉으로 드러난 결과만을 두고 말할 때, 지난해 경영실적에 따른 성과배분을 요구하면서 시작한 현대자동차 노조의 상여금투쟁은 일단 노조측이 상여금투쟁을 종결함으로써 노조쪽의 ‘전술적 후퇴’로 끝난 느낌이다. 더욱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이번 상여금투쟁을 지켜본 언론에서 그 결과를 크게 보도함으로써 노조는 마치 싸움을 걸었다가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한 채 다음을 기약하게 된 듯한 모습이다.

 그뿐이 아니다. 우리나라 노조 대표주자의 후퇴라는 점에서 이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은 올해부터 모든 사업장에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움직일 수 없는 철칙’인 양 확대해석 되고 있다.

 지난 1월8일자 석간신문들과 1월9일자 조간신문들은 현대자동차 노조의 ‘특별상여금 투쟁 종결’ 방침을 두고 하나같이 ‘無勞動 無賃金 수용’ 또는 ‘태업=무임금 수용’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같은 보도는 노조가 상여금투쟁을 종결한 배경에 비추어 ‘사실과 다르다’는 점에서 ‘춘투’의 불씨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우선 상여금투쟁을 종결짓기로 한 노조대책위의 결정 배경을 조합원들에게 밝힌 ‘분노를 삼키며 상여금 쟁취투쟁의 깃발을 내린다’는 제목의 1월8일자 <노조소식지>를 보자.

 “지금까지 상여금투쟁을 이끌어온 대책위에서는 지난 과정과 현재의 주 · 객관적 조건, 앞으로의 전망을 종합해볼 때 대책위 실책으로 인한 패배를 인정하면서 더이상 투쟁을 지속시키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 아래 종결짓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러한 결정이 무노동 무임금(태업부분 무임금 적용)을 승복하는 것은 아니며 단협, 임투를 통한 결사투쟁을 전제로 더 이상 치욕적인 상여금 추가분 협상이나 투쟁을 않겠다는 것입니다.”


노조 · 기업 · 언론 모드 ‘전제의 오류’ 범해
 그런데 언론에서 “노조측은 회사측이 내세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받아들이기로…구정때 성과급 지급시 수령”(ㄷ일보)이니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노조가 승복하는 치욕적 선례”(ㅎ신문)니 하는 “사실무근의 허위 보도와 편파보도를 보였다”는 게 노조측의 주장이다.
 또 노조 정책조정실의 관계자에 따르면 “1월6일 대책회의를 통해 첫째 전면적인 강경투쟁, 둘째 합법적 테두리내에서 지속적인 투쟁, 셋째 패배를 시인하고 종결하는 등의 3가지방안을 놓고 토론을 한 결과, 어느 쪽을 택하건 문제점이 많으나 집행부에 대한 조합원들의 재신임을 전제로 패배를 시인하고 종결하되 단체협상과 임투를 대비해 전열을 정비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같이 결정한 이유로 “이번 투쟁은 자본의 뒤에서 무노동 무임금 적용을 강요하고 있는 정부와의 ‘승산없는 싸움’인 까닭에 현재의 고립 · 분산투쟁에서 전국 동시 공동투쟁으로 전술을 바꿔야 했으며 자칫 잘못하면 전노협 선봉에선 집행부를 깨려는 유도작전에 말려들 공산이 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날 대책위에서도 그 결정이 안고 있는 문제점으로 “‘무노동 무임금’ 적용 사례가 전국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고 정부 · 기업 · 언론의 여론 공세가 가속화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런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노조와 기업은 물론 이를 보도한 언론마저 중대한 ‘전제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선 ‘패배’의 빌미가 된 ‘품질배가 운동’(태업)의 경우 그것이 불법쟁의행위인지 아닌지는 사법부가 판단할 문제이다(태업때 임금공제에 관한 판례는 없으나 회사측은 지난 64년 5월 13일자 보사부 질의 · 회신에 있는 “노조가 정당한 행위절차 없이 태업하였을 경우 생산량이나 근로를 제공한 정도에 상응한 임금만을 지급하면 된다”는 규정을 들어 임금공제가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만약 회사측 주장대로 태업이 불법행위라면 이는 ‘원인무효’에 해당하므로 임금 지급여부를 따질 필요조차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따라서 회사가 불법한 태업부분에 대해 임금을 공제하고 노조가 임금공제 백지화 요구를 철회한 것을 두고 이끌어낸 ‘무노동 무임금 원칙 수용’이란 명제는 ‘전제의 오류’에서 빚어진 잘못된 명제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겉으로 드러난 결과는 분명히 노조측에서도 인정하다시피 노조의 “완전한 후퇴로 끝난” 반면에 회사측은 ‘도랑치고 가재도 잡는’ 성과를 거두었다. 다만 노조측이 얻는 뼈저린 경험은 단협이나 임투에서 첫 단추를 끼우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교훈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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