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증권사 국내활동 박차
  • 조윤증 기자 ()
  • 승인 1990.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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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작 개방 앞으로 1년…환율 · 금리 안정, 금융실명제 정착으로 대처해야

 80년대 세계 금융시장의 가장 큰 특징 하나는 자본시장의 국제화를 꼽을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자율화와 개방화는 90년대 한국 자본시장이 극복해야 할 커다란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1일과 12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3차 아시아자본시장회의는 개방을 앞둔 우리나라 자본시장에 대해 국제금융가에서 얼마나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었다.

 <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이 주관한 이번 회의 첫날 李揆成재무장관은 ‘한국 경제발전과 금융개혁’이라는 기조연설을 통해 정부는 지난 88년 12월에 발표한 자본시장 개방일정에 맞추어 오는 92년부터 외국인들의 직접 증권투자를 단계적으로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금년까지 개방여건 성숙을 위한 제반 수용태세의 정비에 총력을 경주하면서 지금까지 추진해오고 있는 간접개방을 더욱 확대하고 91년부터는 외국 증권사의 국내지점 설치와 합작사 신설을 허용해나갈 계획이다. 더 나아가 92년부터는 외국인의 직접 증권투자도 단계적으로 허용함으로써 자본시장 국제화 중기계획을 차질없이 추진해나갈 방침이다.” 이같은 이장관의 발언은 최근 국내 경제악화와 주식시장 침체에 따라 개방일정에 차질이 올 것이라는 일반의 우려를 불식시켜주었다. 이장관은 그러나 자본시장 국제화는 자본시장 개방에 대한 국내의 수용태세가 충분히 갖추어지기 전에 추진할 경우, 자본 시장뿐만 아니라 외환시장 교란과 자본의 급격한 유출입 등으로 국민경제 전반에 걸쳐 심각한 충격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히 추진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시아지역에서는 대만 다음으로 개최된 이번 서울 회의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3백50여명의 금융전문가들이 참가, 성황을 이루었는데 우리의 증권회사는 물론 일본 · 미국 · 홍콩 등 아시아 주요 자본시장의 정책 결정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아시아 각국 자본시장에 관한 정보교환에 열을 올렸다.

 “아직 개방되지 않은 한국이나 대만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기대는 매우 크다. 그리고 한국의 자본시장은 90년대 여러 변화에 성공적으로 대처할 경우 지역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본다.” 주최측인 <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의 발행인 마이클 윌슨은 이번 회의가 서울에서 열리게 된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자본시장 개방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
 90년대를 맞아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는 한국 증권시장은, 그동안 급속한 경제성장에 힘입어 시장개방의 선행조건이 되는 무역과 외환자유화가 폭넓게 이루어지고 있고, 금리자유화 등 금융자율화로 금융시장도 성숙하고 있어, 국내 자본시장 규모도 상장주식 시가총액이 95조원을 상회해 세계 13위 시장으로 크게 성장했다. 비록 지난해에는 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80년초와 비교하면, 종합주가지수는 909.72를 기록해 거의 8배로 불었다. 또한 같은 기간중 상장주의 시가총액은 95조4천억원으로 40배로 늘었고 상장회사 수도 3백55개에서 6백26개로 많아졌다. 지난해 증시를 통한 자본조달액도 21조억원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주식시장은 실물경제의 침체 영향으로 연초에 비해 1% 하락했는데 이같은 주가하락은 기본적으로는 실물경제의 침체와 직접적으로는 시장내의 수급불균형, 즉 주식공급 과다에 의한 것이었다. 그러나 올해에는 주식발행도 비교적 시장상황에 맞게 사전조정되고 자금사정도 회복될 전망이어서 과다한 주식공급은 없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한편 실물경제도 다소 회복될 전망이고 덩달아 91년부터 시작될 부분적인 자본시장 개방의 영향으로 올해의 주가는 조정기 속에서 완만한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증권 관계자들은 예측하고 있다.

 “90년대에는 자본시장 규제 해제와 컴퓨터 · 통신 등 기술발달이 새로운 자본시장 형성의 추진력이 될 것이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의 여러나라가 자본시장 개방에 필요한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하는 동안 홍콩과 싱가포르는 국제적인 금융센터로 발돋움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홍콩 증권거래소 袁天凡 이사의 말이다.

 내년부터 외국 증권회사들의 발길이 더욱 바빠지고 92년부터는 우리 증권시장에 주식을 사려는 일반 투자가들이 밀려올 것이다. 이와함께 재무부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개방일정에 따라 개방을 위한 일련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해외전환사채(CB)와 해외 신주 인수권 부사채(BW)의 전환주식을 외국인들끼리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게 한 지난 12월초의 조치도 이를 위한 것이었다. 3개 투자신탁 회사의 외국인 전용 수익증권을 9천만달러로 새로 설정하고, 코리아 유러 펀드의 자본금을 6천만달러로 늘린 12 · 12 증시안정화 대책도 시기가 좀 앞당겨지긴 했지만 개방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재무부는 금년 하반기중 개방화 계획에 따라 두가지 작업을 벌일 예정인데, 그 하나는 국내증권과 해외증권을 한데 묶어파는 혼합펀드를 설정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외국증권회사들의 국내 진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일이다. 혼합 펀드(매칭 펀드)는 국내외 투자자들이 국내외 수익증권에 동시에 투자하는 것이므로 국내 자본시장 개방효과와 해외 증권투자 확대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 91년부터 외국 증권사의 국내진출을 어떤 방식으로 허용할 것인가 하는 가이드라인에는 외국 증권사의 영업기금, 영업범위, 합작선 자격, 허가절차 등이 포함되어 있다. 정부 관계자들이 현재 외국 증권사들의 국내진출 허용과 관련, 가장 큰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지점 형태와 합작투자 형태 가운데 어느 것에 중점을 두느냐인데, 합작투자를 허용할 경우 국내 증권사의 판도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개방에 앞서 사전 문단속 시급
 현재 국내에는 일본의 노무라, 닛코증권과 영국의 베어링 브라더스, 시티코 S 비커스 등 19개의 유수 외국 증권사들이 국내 자본시장 개방을 앞두고 바쁘게 뛰고 있다. 5년전만 하더라도 그 수는 5개에 불과했다. 국내 증권투자는 92년부터 시작되지만, 국내기업의 전환주식을 가지고 있는 외국인은 내년부터 부분적으로나마 주식투자가 허용된다. 해외증권 전환주식을 국내 증권시장에 팔면, 그 액수만큼 다른 주식에 투자할 수 있다. 92년부터 일반 외국인들의 주식투자가 전면적으로 허용된다 하더라도, 외국인들이 살 수 있는 주식규모에는 제한이 가해진다. 한 종목에서 한사람의 외국인이 살 수 있는 한도는 3%이내이고 한 종목에서 모든 외국인이 살 수 있는 한도는 15% 이내로 규제된다. 그러나 李揆成장관이 지적한 주식시장의 급속한 개방에 따른 위험 부담은 여전히 남기 때문에 재무부는 국내 자본시장의 보호를 위해 외국인 주식보유 한도를 하향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개방은 양쪽으로 열리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국내 시장개방은 곧 국내기업과 일반인의 해외 증권투자 자유화와도 맞물려 있다. 우리나라 금융부분은 실물경제에 비해 상대적인 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증권시장의 개방이 성공적으로 되려면, 환율이 안정되고 금리가 제대로 가격기능을 유지해야 하며 금융실명제도 완벽하게 실현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제 막 시작되고 있는 금융 자율화가 얼마나 우리 실정에 맞게 정착되느냐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정책당국이나 금융업계의 노력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한번 열어준 문을 집안사정으로 다시 닫기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대신증권의 李康源상무는 “개방화는 바람직하지만, 금리와 환율의 자율성 확보 등 국내시장 여건이 충분히 성숙되기 전에 자본시장이 열리게 됨에 따라 그만큼 위험이 뒤따른다”라고 진단했다. 개방화에 따라, 통화량 조절과 환율의 안정적 운영에 대한 정부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결국 개방화의 약속을 이행해가는 과정에서 그 폭과 스피드 조절이 개방전까지 남아 있을 문제”라고 이상무는 전망했다.

 아무튼 올 한해 동안 증시는 많은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기업공개나 증시는 많은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기업공개나 증자는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고, 다만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을 막기 위해 시기와 규모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과잉공급은 저질 증권을 일시에 쏟아냈다. 따라서 공개요건 강화와 기관투자, 그리고 기관확대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올해엔 특히 해외증권 발행으로 자금조달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원화절하와 실세금리 하락세가 이어지더라도 여전히 해외자금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혼합 펀드 설립, 외수증권 확대 등을 통해 외국인들의 간접투자 기회가 늘어나고 그들이 사들이는 종목이 국내 주가형성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기업 내재가치를 중시하는 투자분석이 점차 일반화되면서 업종별 주가 동조화 현상이 퇴조하고 종목별 주가 차별화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주요 증시 호황 이어져
 한편 이번 아시아자본시장회의에 참가한 아 · 태지역 금융전문가들이 동남아지역을 중심으로 내다본 올해 증시전망은 밝다.

 증권전문가들은 올해에도 동남아시아의 증시가 단연 아 · 태지역의 선두주자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작년 한해를 주가지수 기준으로 보면, 이 지역내에서 가장 두각을 보인 태국증시는 1백27%의 높은 성장을 했고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역시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은 대만 증시도 88%의 성장을 기록했다. 지속적인 성장을 계속해오던 홍콩과 필리핀의 주식시장은 정치적 불안으로 흔들렸고, 우리나라와 함께 호주, 뉴질랜드는 국내 경제침체로 비교적 저조한 실적을 나타냈다.

 태국 증권거래소의 위라삭 부사장은 “태국의 증권시장은 앞으로 몇 년간 지속될 경제성장과 함께 성장이 계속될 것이다. 결국 지난 몇 년간의 부분적인 개방은 증시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 커다란 활력을 불어넣어주었다”라고 자국의 개방화 정책을 평가했다.

 전문가들이 내다보는 올해 아 · 태지역의 국가별 전망에 의하면 중국 천안문 사태와 수출부진으로 위축되었던 홍콩시장이 올해 회복될 것이고, 우리 증시도 작년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만의 경우 현재 주체할 수 없는 유동성을 바탕으로 천정부지로 뛰어 주가가 과대평가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위험요소가 많이 도사리고 있다고 진단하고, 호주는 국내 경제침체로 큰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로 보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2~3년 단기투자에 최적지로 꼽히는 활발한 시장이고, 마닐라 증시는 계속되는 정정불안으로 획기적인 조치가 없는 한 투자자들이 꺼려할 투자 대상국으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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