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파극 요소 강한 이념물
  • 김문환 (서울대교수 연극평론가) ()
  • 승인 1990.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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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본 북한의 공연예술 ― 혁명가극 <꽃파는 처녀>

 <꽃파는 처녀>는 1920년대말에서 30년대초에 걸친 시대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 주인공인 꽃분이의 아버지는 좁쌀 두말의 빚 때문에 머슴살이를 하다가 지주의 등쌀에 못이겨 일찍 세상을 떠났고 어린 동생 순희는 지주가 모처럼 구한 산삼을 다리던 약탕관을 잘못 건드려 엎어지면서 눈이 먼다. 지주내외는 약을 버린 것만 아까워 순희를 학대하고 오빠는 이에 항의하여 지주집에 불을 지르고는 감옥으로 끌려간다. 어머니는 빚에 얽매여 고역에 시달리고 꽃분이는 어머니의 약값을 구하기 위해 꽃바구니를 들고 유흥거리에 나선다.

 도적으로 몰려 매까지 맞지만 어머니는 약한첩 못써보고 세상을 떠난다. 어머니대신 종살이의 운명을 피할수 없게 된 꽃분이는 7백리 먼길을 걸어 감옥을 찾아갔으나 오빠가 죽었다는 뜻밖의 소식을 듣는다. 그러나 오빠는 죽은 것이 아니라 실상은 탈옥하여 조선 혁명군의 한 대원이 된다. 그의 영향 아래 마을 사람들은 궐기하여 지주를 물리친다. 모든 것이 행복하게 끝을 맺게 된다.

 서장과 7장 그리고 종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작품의 의의에 대해 북한은 “불후의 고전적 명작을 옮긴 혁명가극 <꽃파는 처녀>는 우리 인민의 크나큰 민족적 긍지와 자부심에 대한 가장 빛나는 상징으로 된다”고 절찬한다. ‘불후의 고전적 명작’이란 그것이 김일성의 항일투쟁시기 작품이라는 의미이고, ‘혁명가극으로 옮겼다’함은 이 작품이 72년 영화화에 이어 노래와 춤 등이 복합된 종합예술작품으로 다시 만들어졌다는 뜻인데, 이때에는 김정일이 지도하여 “혁명가극의 참된 본보기로 완성되었다”고 말해진다.

 이 작품이 ‘참된 혁명의 본보기’로 불리우는 것은 우선 그것이 ‘민족해방’ ‘계급해방’ ‘인민해방’을 제대로 고취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민족제일주의 교양의 참된 교과서’라고 되불린다. “사람들로 하여금 몇 안되는 착취자들에게는 ‘천당’이지만 절대다수의 근로자들에게는 ‘지옥’인 불평등한 계급사회는 반드시 뒤집어엎어야 한다는 확고한 사상의식을 가지게 한다”는 해석이 이 작품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어하는 이유임에 틀림없다. 북한당국은 필시 이 작품에서 묘사되고 있는 상황이 오늘의 남한상황과 일치한다고 여기고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그 1년전에 만들어진 ‘<피바다>식 창조원칙’에 의거하지만, 오히려 ‘가장 빛나는 본보기’로 손꼽힌다. 그 이유는 가극예술은 음악을 기본형상수단으로 하는 종합예술이라는 인식 아래 부정인물들의 노래까지도 ‘절가화’함으로써 가극의 유절가사화를 완전히 해결했고, 오케스트라에 맞춰 합창하는 ‘방창’이 갖는 기능과 역할을 극진행은 물론 등장 인물의 내면세계까지 묘사토록 더욱 풍부화시키는 데 큰 성과를 거두었을 뿐 아니라, 무대미술 발전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된다. 북한은 이 무대 위에 인력거가 등장하는 것을 사실주의의 극치인 양 내세운다.

 비디오를 통해 본 전반적인 인상은 신파극적 요소가 강해 감상적이라는 느낌인데, 북한은 이러한 특징을 ‘인정심리극적’이라고 부른다. 그들은 “작품의 내용을 뻔히 알면서도 스스로 그 감정조직에 끌려들어가 눈물을 흘리게 되며 가슴이 저리도록 강한 인상을 받게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꽃분이의 꿈장면은 될 수록 화려하게 꾸며져 있는데, 북한 무대예술의 실상을 한눈에 파악하자면 이 작품이 아마도 첩경인 듯 싶다. 단지 단조로운 줄거리를 4시간쯤 참아내려면 상당히 인내심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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