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방식 장례
  • 여운연 차장 ()
  • 승인 1991.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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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된 국토의 효율적 활용과 관련, 화장제를 확산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전국의 묘지가 포화상태가 되어가는 상황에서 과연 현행 매장방식을 계속 고집해야 할 것인가

.찬.  박희진 시인. 공간시낭독회 상임시인. 고려대 영문과 졸업

화장제 확산에 찬성하는 이유는?
 화장을 마다해야 할 이유가 도무지 없기 때문이다. 매장과 마찬가지로 화장도 인류의 가장 오래된 시체처리 방식의 하나였다. 생자에게 있어 대개의 경우, 시체는 한낱 혐오와 공포의 대상일 따름이다. 생명을 여읜 육체(물질)는 하루빨리 물질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즉 지·수·화·풍으로 돌아가야 생자나 사자나 마음이 놓이고 개운해지며 자연의 섭리를 따른 닝ㄹ이 된다. 매장이건 화장이건 수장이건 풍장이건, 다 풍토적 환경적 또는 종교적 여건에 의한 응분의 타당성이 있다고 보는데, 그 중 어느 하나만을 선호해서 배타적 입장을 취한다는 것은 독선적 편견이 아닐 수 없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뿌리깊은 매장 선호의식을 갖고 화장을 기피하고 있다. 오랜 유교사상과 신라 말 풍수지리설의 영향으로 매장을 해야된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묘지난’이란 이유 하나로 장례제도를 하루 아침에 바꿔야 된다고 강요할 수는 없지 않은가.
 유교사상과 풍수지리설의 영향도 있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매장선호의식을 가져온 것은 아마도 이땅의 강산이 너무도 수려한 탓이리라. 하지만 오늘날의 인구폭발과 거기에 따른 묘지난의 문제도 이젠 심각한 사태에 이르렀다(우리의 국토가 중국이나 미국 타은 방대한 대륙이라면 모르지만). 이런 말을 들었다. 어느 작은 섬의 이야기다. 한정된 땅인지라 죽은이들의 무덤이 늘어나서 산이들은 집 짓고 살림할 공간이 줄어 육지로 떠나야 할 입장이 되었다. 무덤들만 남아 있는 무인도를 한번 상상해 보시라. 게다가 또 한가지. 과연 자손들이 조상의 무덤들을 길이 보살피고 관리할 만한 정성과 능력이 있는지 묻고 싶다. 미아리 공동묘지는 지금 어떻게 되었는가. 밀집된 주택가로 탈바꿈하고 말지 않았는가. 시간문제이지 모든 무덤들은 결국 버려지고, 훼손되고, 파괴되고, 없어지고야 만다. 본인의 경우 그렇다고 매장불가론자는 아니다. 다만 화장을 부당하게 염기하고 폄하한다는 것은 편견임을 강조할 따름이다.

많은 국민들은 사체라 할 지라도 절대로 훼손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를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산 사람의 도리이며 이는 또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이 아니었는가.
 화장을 하면 마치 사람이 두 번 죽는 꼴이 아니겠느냐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한번 죽는 것도 괴롭고 비참한데, 왜 그 시체를 무서운 불길 속에 던짐으로써 두 번 죽게 만드느냐는 것이다. 만약 화장을 두 번 죽게 하는 일이라 본다면(물론 그것은 한낱 망상에 지나지 않지만), 매장은 백벅 천번 죽게 만드는 일이라 볼 수 있다. 흙 속에 묻혀 캄캄절벽 속에 수십년을 두고 서서히 썩어가는 추깃물, 벌레 각종 세균의 온상이 되었다가 천신만고 끝에 겨우 한줌의 티끌로 화하는…. 이런 목불인견의 기나긴 해체과정, 그것이 두고두고 시체를 욕되게 훼손하는 일이라는 생각은 안드는지.

비좁은 국토가 해마다 묘지로 잠식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행정당국은 화장제도를 권유하고 있다. 그러나 묘지난은 구묘 화장제를 도입하거나, 묘지 아파트 건립, 묘지 면적을 제한하는 방법 등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매장을 선호하건 화장을 택하건, 그것은 각자의 자유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실정에 비추어서 매장과 화장이 각기 반반쯤의 점유율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싶다. 현재는 대부분이 매장쪽에 기울어져 있다고 들었는데, 질문에서 지적했듯이 갖가지 묘책으로 무난히 해결할 방도가 있다면야 염려할 게 무엇이랴.

말로는 화장제도를 찬성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정작 당사자 문제로 접어들면 화장을 기피하는 경향이 높다. 본인의 견해는?
 시체엔 감각도 의식도 생명도 영혼도 없다. 거듭 말하지만 부패를 재촉하는 물질일 따름이다. 시체는 하루빨리 소멸해버리는 게 당연하고도 바람직한 귀결이다. 그런 의미에서 화장은 가장 합리적이며 청결한 장례방식이라 여겨진다. 그러면 매장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이렇게 반문할 것이다. “그래도 시체를 무덤에 안장해야, 일년에 한두번 자손들이 찾아가서 성묘하는 미풍양속이 지속될 게 아닌가.” 그렇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꼭 성묘를 해야 조상에 대한 숭모의 정이 샘솟는 것 아니리라. 생자와 사자의 영혼이 만나는 자리가 있다면, 그것은 다름아닌 우리 각자의 마음 안인 까닭이다. 조상의 기일을 기억해 두었다가, 위패를 모시고 정성껏 제사를 올리는 일도 또한 훌륭한 미풍양속일 터이다.

반.  이중기 성균관 총무처장. 일본 기쿠지농잠학교 졸업.

묘지난 해소의 한 방안으로 화장제가 확산돼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가고 있는데 이를 반대하는 이유는?
 부모가 두 번 죽는 것 같은 화장을 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지금은 유교가 국가통치의 기본이념도 아닐뿐더러 토지는 살아있는 인간 위주로 이용돼야 한다는 차원에서 화장제 권유는 당연한 추세로 받아들여야 할 게 아닌가.
 유교인만이 매장을 원한다는 질문같으나 다른 종교인도 인간임이 틀림없듯이 유교인이라해서 토지를 아끼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조상이 있었기에 내 몸이 이 세상에 태어날 수 있었고 후세에 영원히 이어갈 자손이 있을 것으로 믿어진다면 비록 시신일지라도 소홀히 취급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랜 세월을 이어온 매장을 하루 아침에 바꿀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방법을 강구해내야 할 것이다. 예를 든다면 많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호화묘지를 못만들도록 국법으로 정한다든가.

조상의 묘자리가 자손의 성공·실패에 관계가 있다고 믿는가. 그렇다면 그 이유는?
 조상의 묘지가 자손의 성공·실패에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 할지라도 조상의 묘를 정성들여 보호하고 가꿈으로써 한 가족 한 자손들이 화합을 이루고 단합될 수 있었다고 본다면, 오랜 세월 동안 성공과 실패에 무관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우리나라 전통 풍수지리설에서는 화장된 유골도 좋은 땅에만 묻히면 자손이 복받을 수 있다는 게 기본원리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이 잘못 전해져 매장만이 좋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풍수지리설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는 하나 조상의 시신이라 할지라도 외관상으로 지질이 좋은 곳을 찾아서 모셔야 하겠다는 것은 자손된 도리와 인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지세나 산세가 외관으로 보아서 좋게 보이는 곳이라면 그러한 곳이 곧 좋은 묘지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우주가 음양의 이치로 이루어진다고 믿는다면 음양의 이치에 순응해서 묘를 모시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는 매장률이 월등히 높다. 특히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서 묘지면적의 증가는 날로 가속화되고, 90년대 말이면 돈을 주고도 묘지를 구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를 것이라 한다. 이에 대한 대책을 말해달라.
 매장률이 높다 낮다고만 볼 것이 아니라 그 나라 그 민족의 오랜 역사 풍속 습관이 각기 다르다는 것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다만 지나치게 많은 면적을 차지하는 일은 막아야 할 것이다.

묘지제도 개선에 미치는 종교계 영향이 크다. 최근들어 가장 보수적인 유교측도 다소 신축성있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국가적 상황을 감안해 좀더 적극적인 변화를 보일 수는 없겠는가?
 유교라 하면 무조건 보수적이고 고집불통으로만 몰아붙이는 데 이는 잘못된 인식이다. 유교는 인본주의이며 가장 민주적이라 생각한다. 요새 흔히들 나만이 있을 뿐 남, 즉 우리를 생각지 않는 풍토로 변해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유교인이라면 누구나 할 것 없이 국가의 장래를 먼저 생각하고 우려하고 있다 하겠다. 묘지제도 개선방안의 하나로서 묘지면적의 광역화를 반대하면서 연고가 없는 분묘의 처리방책·가족묘지의 설치 등을 들 수 있으나 화장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기당 묘지면적을 최대한 줄이고 봉문이 없는 평분을 늘리자는 방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앞의 질문에서도 언급했듯이 묘지면적을 극소화하는 것은 전적으로 찬성한다. 평분은 원치 않으나 면적을 극소로 하고 묘석으로 누구의 묘소인가를 명백히 하여야 할 것으로 안다.

부유층의 호화분묘가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 사이에 위화감을 조장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묘지는 ‘조상의 유택’이란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닌지.
 이것은 국민 대다수의 지탄을 받고 있는 일이다. 지위가 높다고 해서 교만해서도 안되고 재물이 많다고 해서 자랑해서도 안된다고 옛 성현은 가르쳤다. 다만 한평의 묘지에다가 조상을 모시더라도 온가족이 한마음 한뜻으로 정성들인 조찬으로 성묘를 한다면 그것이 자손된 도리요, 행복한 순간이 될 것이다. 분묘가 조상의 유택임은 틀림이 없으나 그것도 그 자손들이 분묘를 관리하고 있을 때의 유택이지 아무도 돌보지 않은 이러한 분묘가 유택이 될 수 없을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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