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정계, 保革구도로 재편
  • 한영구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
  • 승인 1990.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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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民 · 社會 소비세 등 정책 둘러싸고 첨예 대립 가능성

公明 등 중도야당 몰락 … 야3당 연합정권구상 실현 어려울 듯

 1955년 合黨이래 일본의 自民黨에게 있어 최대의 위기로 인식되었던 2월18일의 총선거(중의원선거)는 예상과는 달리 자민당이 안정다수의석(2백75석)을 확보하고 끝났다. 더구나 선거 직후 무소속 11석을 영입, 자민당의 총의석수는 2백86석이 되었다. 이로써 35년간의 자민당 집권은 다시 연장된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자민당은 기존의석 중 20석을 잃었으며 반면 社會黨은 지난해 7월의 참의원선거에서의 압승에 이어 이번 선거에서도 여러 정당 중 유일하게 51개 의석을 추가하는 승리를 거두었다.

 이와 같은 자민당과 사회당의 의석확보는 公明 · 民社 등 중도야당의 패배를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사회당과 공명 · 민사당의 의석이 거의 동수였던 이전에 정계구조가 변화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즉 70년대의 형성된 보수 · 혁신 · 중도의 3극구조에서 중도가 약화된 60년대의 보수 · 혁신의 구도로 되돌아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60년대 양당체제하에서 정책상 대립된 태도를 취했던 것처럼 앞으로 소비세 등을 둘러싼 정책에 있어 여야간에 첨예한 대립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자민당이 참의원에서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러한 장책상의 대립은 보다 선명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체제선택’을 내건 자민당의 안정다수확보는 일본국민이 자민당 주도의 기존 사회체제를 선택한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참의원선거에서 나타난 사회당 압승의 여세가 이번 중의원선거에 이어진 것은 또한 자민당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정치체제의 안정이라는 측면에서 자민당정권의 계속을 지지하는 형태로 나타나기는 했으나, 이는 달리 수권정당으로 선택할 정당이 없었음을 나타내는 것임과 동시에 자민당 정치에 대한 견제역으로서 사회당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자민당에 안정다수의석을 부여한 것은 참의원선거 이후 중의원선거가 있기까지 6개월간 사회 · 공명 · 민사 · 사민련 4당간 연합정권 협의가 구체화되지 못한 데 대한 실망을 나타낸 것이라 하겠으며 이러한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공명 · 민사당의 패배를 초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이들 중도야당의 정책노선이 선명하지 못한 점에도 패인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가이후 총리, 자민당내 입지더욱 불안

 한편 자민당의 안정다수확보는 중의원선거가 중선거구제로 지역을 중심으로 치러지기 때문에 자민당이 지역기반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었던 점, 그리고 비례대표제 · 소선거구제인 참의원선거 때와 같이 소비세 · 리크루트 부정사건과 같은 쟁점이 크게 부각되지 못했던 점에서도 그 요인을 찾을 수 있다. 안정다수의 확보로 가이후(海部俊樹)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 단독정권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나, 리크루트 사건으로 근신중이었던 아베(安倍晋太郞) 전간사장, 미야자와(宮澤熹一) 전대장상 등 파벌의 리더들이 이번 선거에서 당선돼 정치 전면에 나서게 됨에 따라 당내기반이 약한 가이후 총리가 총재임기 2년을 채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그러면 사회당을 중심으로 하는 3당간의 연합정권 협의는 계속될 것인가. 소위 ‘록히드 선거’로 지칭되었던 76년 선거를 전후하여 여야 백중시대를 맞이하면서 야당, 특히 사회 · 공명 · 민사 3당은 연합정권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이때의 자민당과 나머지 야당의 의석수는 거의 같았으며, 또한 사회당과 공명 · 민사당도 거의 같은 비율의 의석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결과는 자민당 · 사회당의 양극구조를 보다 선명히 나타냈으며, 중도야당의 참패로 연합을 추구하는 정당간의 균형이 깨졌다. 더욱이 중도야당이 사회당의 연합정권 협의에 관한 노력부족에 참패의 주요 요인을 둘 때 앞으로 3당간의 연합정권 구상이 제대로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사회당은 사민련이 제의한 바 있는, 사회당에서 이탈한 민사 · 사민련과의 제휴를 다시 신중히 검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자민당도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한 참의원에서 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없는 처지이다. 따라서 자민당은 참의원에서 과반수 확보를 위해 공명당과의 제휴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같이 볼 때 일본정계는 그야말로 보 · 혁이라는 양극체제로 되돌아갈 가능성을 크게 안고 있다. 그러나 자민당이 중의원에서는 안정다수이지만 참의원에서는 과반수 이하의 상태라는 점, 그리고 사회당이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었으나 단독행동이 가능할 정도는 아니라는 점을 고려할 때, 자민 · 사회 양당은 중도야당과의 타협과 제휴를 추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일본정계는 미약하나마 형태상으로는 3극체제를 유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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