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상품 터무니없이 비싸다
  • 김선엽 기자 ()
  • 승인 1990.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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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산지 가격의 보통 3~5배…된장 · 소금까지 ‘외제 시대’

수입상품이 넘쳐나고 있다. 얼마전만해도 백화점 수입코너에서나 구경할수 있었던 각종 ‘외제’들이 이제는 전문점뿐 아니라 일반점포에서도 국산품들을 밀어내고 매장의 인기품목이 되어버릴 만큼 종류와 물량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고가품에 속하는 대형 수입가전제품과 카핏, 1천만원을 넘는 의류세트, 평당 2~3백만원 하는 목재주택에서부터 애왕동물용 잡기, 간장 · 초컬릿 등에 이르기까지 서울에서는 그야말로 외국산 없는 품목 찾기가 힘들 정도로 ‘수입품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수입만 왕성한 게 아니라 소비량도 눈에 띄게 증가해 어린이들이 자연스럽게 외제 과자나 사탕을 간식으로 즐기고 웬만한 중 · 상류층 가정에서는 외제품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중 · 상류층 수입품 사용 일반화
 한국소비자생활교육원에서 작년 10월1일부터 25일간 시내 아파트 단지 등 중 · 상류층 주부들 6백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도 우리나라 중 · 상류층의 수입품 사용이 일반화되어 있음을 보여준다(수입상품 구입경험 80.77%). 가장 구매 빈도가 높았던 상품은 열대과일을 비롯, 의약 · 화장품, 전기 · 전자제품, 음료 · 식료품 등. 제조국별로는 미제(54.59%)와 일제가 총77.27%로 타국제품들보다 압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전통적으로 일제 전기 · 전자 · 주방용품을 선호하던 주부들이 요즘은 미제 대형가전제품을 더 많이 구입하고 있는 것도 새로운 특징.

 이들이 수입상품을 구매한 이유에 대해서는 48.58%가 “품질이 좋아서”, 6.93%가 “가격이 싸서”라고 답해 개방초기처럼 맹목적으로 외국산을 구입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보임새가 좋아서”(28.41%) “유명상표라서”(5.90%)라는 응답도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아직 합리적인 소비자세를 제대로 확립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가격에 대해서는 대체로 비싸다는 응답이 많았는데 그 이유로 “품질이 좋아”(28.92%) “수입상품 판매상의 폭리”(24.92%) “높은 관세”(13.8%) 기타 복잡한 유통과정, 과시형 소비풍조 등을 들고 있다.

 이처럼 수입상품들의 가격이 비싼 것은 터무니없이 큰 마진폭때문이다. 그간 수입상품들의 안전성 보장, 너무 비싸게 책정된 가격의 시정요구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지만 해가 바뀐 지금까지 거의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우선 수입가전제품 중 주부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냉장고, 세탁기 등의 국내 시판가는 원산지가격의 최저 2.9배에서 최고 4.8배까지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결과는 한국공익문제연구원이 작년 9월27일~11월15일 신세계, 롯데, 롯데월드, 그랜드, 뉴코아, 현대, 영동백화점 및 현대무역센터와 4군데의 서울소재 수입가전제품직매점에서 실시한 가격조사에 의해 확인된 것(조사대상 36종 중 수입원가 조사가 가능했던 품목은 모두 14종이었음).

 냉장고의 경우 미국 웨스팅하우스, 칼빈네이트, 월풀, 제너럴일렉트릭, AMANA 등의 제품이 팔리고 있는데 이중 마진폭이 제일 큰 것은 웨스팅하우스 5백리터급(모델명 RTD 16VJ). 수입원가 26만7천원, 시판가 1백16만원으로 무려 원가의 4.3배에 달하고 있다. AMANA 9백리터급(모델명 SXD-25JP)도 수입가 67만3천원, 시판가 2백85만원으로 원가보다 4.2배나 비싸다.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수입세탁기는 이탈리아 웨스팅하우스, 제로와트, 독일 바흐네트, 밀레, AEG, 미국 매직쉐프 등으로 유럽산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AEG 6㎏(모델명 LAVAMAT538)이 수입가 20만원, 판매가 95만원으로 원가의 4.8배를 기록하고 있고  AEG 6㎏(모델명 LAVAMAT579)도 수입가 24만3천원, 시판가 1백15만원으로 원가의 4.7배에 이르는 셈.

제조연월일 표시 안된 것도 많아
 매년 시장점유율이 늘고 있는 수입돼지고기 통조림 수입가의 2~3배 이상 가격으로 팔리고 있다. 한국소비자연맹에서 작년 11월 한달동안 36개 상품을 대상으로 비교조사한바에 의하면 90개 상품에 3배 이상, 7개에 2배 이상의 가격이 매겨져 있다는 것. 덴마크, 네덜란드, 미국제품이 주종을 이루고 있는데 평균 유통마진율이 1백6.4%로 엄청나게 높다. 통관후 가격과 판매가격의 차이를 비교해봐도 만진폭은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 통관전후 가격차가 큰 제품들은 덴마크산 닥차프트햄 4백50g(6백87원 · 2천3백~3천50원), 필랜드산 실비아 LM 3백40g(2백84원 · 1천원), 덴마크산 닥 차프트햄 2백g(3백47월 · 1천1백50원) 등.

 또 간장, 된장, 참기름, 마요네즈, 커피 등 일반식료품의 마진율도 예외없이 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소비자생활교육원이 작년 9월18일~11월29일 수입상가, 시장, 백화점 등의 수입식품을 조사한 결과 시판가가 원가보다 훨씬 비싼 것은 물론 같은 제품도 매장에 따라 가격차가 심하게 나타났다(수입식품가격조사표 참조). 이런 차이가 있긴 하지만 평균적으로 원가에 비해 판매가가 지나치게 높은 제품은 일본 기꼬망 식초(5.1배), 미국 크린베리 주스(3.6배) 등이다. 식료품의 경우 마진율도 문제지만 납세필증과 제조년월일이 기재되지 않은 채 유통되는 것도 많아 국민건강상 중요한 문제로 함께 지적됐다. 이 밖에 생활필수품은 아니지만 수입양주도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국주부교실중앙회에서 작년 10월18일~11월17일 정식 수입된 양주 가격을 조사한 결과 원가는 판매가의 6.2%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세금부담액, 일반 경비와 이윤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상품목은 커티삭(7백㎖), 커티삭 12(7백50㎖), 올드파(7백50㎖), 시바스리갈 12(7백㎖), J&B(7백50㎖), 조니워커 레드(7백㎖), 조니워커 블랙(7백㎖), 그랜피딕(7백50㎖), 레미마르탱(나폴레옹 7백㎖), 레미마르탱(VSOP 7백㎖) 등. 역시 시장, 수입상가, 백화점에서의 판매가가 다른 것으로 조사됐다. 백화점 판매가를 기준으로 볼 때 커티삭의 원가 비율이 4.5%로 가장 낮았고 그랜피딕도 5.6%에 불과했다.

 이처럼 수입상품들의 마진폭이 공통적으로 너무 크고 유통과정을 거치는 동안의 안전도 훼손, 한글표시 미부착으로 인한 내용확인의 어려움, 불편한 아프터서비스 등 부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수입상품들의 판매는 점차 늘어만 가고 있다. 강남 아파트단지의 중심가에 자리해 백화점 중 중산층 생활권에 가장 근접해 있는 뉴코와 백화점에서도 “수입식품이 기대 이상으로 잘 팔리고 특히 햄종류가 많이 나간다”고 담당자는 전했다. 가전제품도 대용량, 국산품이 갖지 못한 편리한 기능등 때문에 매장에 주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일부 부유층에서는 딸의 혼수품으로 각종 가전품을 일괄 구매하는 경향까지 나타내고 있다. 이런 과시형 구매는 현재 위험수위에 와 있는 과소비를 부채질할 뿐 아니라 계층간의 위화감과 불신의 벽을 더 깊고 두텁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과시형 소비’ ‘비뚤어진 상혼’ 없어져야
 상공부에서도 이같은 과소비풍조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판단, 오는 3월1일부터 과소비를 조장하는 수입상품에 대해 수입가격표시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대상 품목은 남자기성복, 여자바지, 스커트, 블라우스, 카핏, 아동복, 남녀용구두, 테니스 라켓, 장롱, 시계, 전동페달차(완구) 등 11개.

 상공부는 이 품목들의 대규모 소매점, 수입상품 전문점 등 최종판매자 중에서 수입가격표시 의무자를 지정할 예정이다. 의무자로 지정되면 소비자가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수입가와 소비자가격을 동시에 표시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품질이 더 좋은 상품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단지 외제라는 이유만으로 품질이 비슷한 국산품을 제쳐놓고 마진이 엄청난 수입품을 사는 것은 현대사회에서의 바람직한 소비자 태도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자기과시형 허영심에서 이런 수입품 선호가 비롯된 것이라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또 안이하게 수입품을 비싼 가격에 판매해 편하게 한몫 벌려는 기업들의 상술도 지양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된장, 간장, 식초, 소금까지 수입하는 업자들의 양식을 과연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가.

 몇 년전 일본에서 워낙 수입품이 안팔려 통상마찰을 빚자 수상이 직접 나서서 국민들에게 제발 수입품을 사달라고 촉구하던 일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도 살림에 진정으로 보탬이 되는 상품만을 합리적으로 구매하는 소비문화를 시급히 정착시켜야 한다. 이젠 기업이나 개인 모두가 사회전체를 좀먹는 과소비열풍에서 벗어나 냉정함을 찾아야 할 때다.


아이디어 상품
조립식 벽돌

 대명 조립식 벽돌은 실제 벽돌처럼 견고하면서도 조립과 해체가 용이한 것이 특징이다. 합성수지에 석분을 코팅한 것인데 개당 무게는 약 1백20g으로 가벼운 편.
 공간형편이나 용도에 따라 다양한 디자인과 분위기 연출이 가능하며 가정이나 영업장 어디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주로 응접실이나 주방의 미화에 적합해 진열대, 장식대, 칸막이, 책꽂이, 벽난로, 어항탁자 등으로 많이 쓰인다.
 쥐색, 적색, 밤색 등 세가지 벽돌색이 있어 취향에 따른 선택이 가능하며 더러워지면 물로 간단히 닦아낼 수 있다. 드라이버 하나만 있으면 이사를 하거나 형태를 바꾸고자 할 때 가정에서도 손쉽게 해체해 재조립할 수 있다. 공간이 큰 경우에는 회사로 연락해 서비스를 부탁해도 된다. 벽돌 하나당 가격은 5백80원이며 시공비는 개당 50원, 수명은 반영구적이다. 89년6월부터 일반에 시판되고 있으며 부산, 대구 등 전국에 70개 정도의 매장이 있다. 서울보다 지방에서 반응이 좋은 편.
(한국발명특허협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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