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검 갈등 속 ‘한뎃잠’
  • 이상철 기자 ()
  • 승인 1991.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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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충일인 6월6일 밤 백병원 앞에서 쓰러져 자는 ‘김귀정양 시신 사수대’(위)와 거기서 한블록 떨어진 중앙극장 앞길에서 지친 몸을 누인 ‘방패막이’들(오른쪽).

 지난 5월25일 시위중 사망한 김양의 부검을 둘러싸고 10여일 동안 지속돼온 대치는 이날밤 성균관대 장을병 총장을 비롯한 원로들의 중재로 극적으로 끝났다. 그러나 병원 앞에 누운 사수대의 육신에는, 사진 속의 구호대로 ‘살인폭력에 쓰러진 넋’을 사수하고자 한 이들의 허탈한 심정이 배어 있는 듯했다.

 검·경찰과 ‘대책회의’ 측의 부검합의가 이뤄진 후에도 진압복을 벗지 못한 채 한뎃잠을 자는 전경들의 모습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갈등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이틑날 부검은 예정대로 실시됐지만 양쪽 부검의들의 ‘소견’은 각각 달랐다. 하나의 시신을 두고도 사망원인을 보는 시각의 차가 좁혀지지 않는 한 양쪽은 또다시 종로에서, 퇴계로에서 최루탄과 화염병으로 맞설 것이다.

 길바닥에 쓰러진 이 젊은이들의 모습에서 우리 사회의 갈등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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