保守 우산 아래 巨人여당시대 개막
  • 박중환 편집위원대리 ()
  • 승인 1990.02.04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정 · 민주 · 공화 합당 … 파벌폐해, 호남고립 버거운 짐

‘大地震’은 휴일인 21일 국민들이 만들어준 4당구조를 기습 강타, 민정 · 민주 · 공화 3당이 거대한 보수정당으로 모이는 2당체제로 단숨에 모습을 뒤틀어 놓았다.

 헌정사상 일찍이 없었던 이번 ‘개벽’은 합당을 선언한 3당이 내세운 명분에도 불구하고, 국민의사를 무시한 정치인들의 ‘作黨’이라는 비난과 평민당을 외톨이로 만들어 생기는 호남지역의 정치적 고립을 어떻게 해소시킬 것이냐는 숙제를 남겼다.

 특히 학계 등 일각에서는 거대한 보수정당이 들어서면 일본의 자민당이 보여준 대로, 정국안정 효과는 얻을 수 있겠으나 특정당의 장기집권 · 보스정치 · 계파별 권력승계 등 부패한 정치행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를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어쨌든 향후 정국흐름은 거대한 보수신당 창당을 대세로 한 내각제 개헌으로 그 물꼬가 트인 듯하다.

 이제 한국 정치는 일본에서와 같이 계보별 보스정치가 불가피하게 됨으로써, 앞으로 관심사는 그 계파와 보스들이 누구 누구로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통합의 공로자인 민주 · 공화 두 당의 김총재는 물론 쉽게 예상되는 두 계파의 보스이지만 민정당내의 계파는 누구를 보스로 삼고 어떻게 나눠질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盧泰愚대통령, 金泳三민주당 총재, 金鍾泌 공화당총재의 22일 청와대 연석회담은 이러한 ‘개벽’이 대세임을 서둘러 천명하고, 앞으로 물줄기를 이렇게 흐르도록 하겠다고 밝히는 자리였다.

 청와대 합의를 보면 3당의 합당구도가 지극히 도식적이고 신당창당의 회임기간이 짧았던 만큼 産痛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盧泰愚대통령은 22일 상오 두 김총재와 회동한 뒤 ‘개벽’의 불가피성과 당위성을 이렇게 밝혔다. 이를 요약하면 △급변하는 내외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정치안정과 통일 기반 마련 △지역감정을 타파하고 政爭을 지양한다는 것 등이다.

 창당의 골격과 일정을 보면 신당의 총재는 盧泰愚대통령이 맡는다. 당의 수뇌부는 집단 지도 체제를 도입, 5인 최고위원을 두어 3당이 하나씩 맡되 金泳三 민주당총재가 대표최고위원을, 朴泰俊 민정당대표위원과 金鍾泌 공화당총재는 최고위원을 맡는다. 나머지 2명의 최고위원은 외부에서 영입한다.

 또 신당 창당작업은 각 당5명씩 모두 15명으로 한 통합추진실무위를 발족, 곧바로 신당의이름짓기를 비롯해 당헌 · 당규를 마련하고, 당 운영방식 · 조직정비 등 세부적인 작업에 들어간다. 정당의 이념을 제시하는 신당의 정강정책은 ‘민주 · 자주 · 통일’로 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수호와 통일실현’을 기조로 만들어질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따라서 통합실무위는 앞으로 6개월 이내에 신당창당을 위한 전당대회를 여는 것을 목표로 늦어도 2월말까지 창당 절차를 마치고, 5월말까지는 전당대회를 완료할 방침이다.

 이렇듯 합의내용을 살펴보면 칼로 두부 자른 듯 산뜻하다. 그러나 두 당도 아닌 세 당이, 그것도 오랜 기간 동안 상당한 견해차로 노선대립까지 보여왔던 여당과 야당이 모여 새로운당을 만드는 데는 곳곳에 걸림돌이 있게 마련이다.

 걸림돌로 드러난 것 중 하나는 원내 의석(민정 1백27명, 민주 59명, 공화 35명)으로나, 당 조직 · 재산 등으로 보나 현격한 차이가 있는 3당이 동등한 자격으로 합당한다는 점이다. 동등한 자격이라는 결정은 각 당의 수뇌부에서 정한 원칙이기 때문에 실제 신당을 만드는 과정에서 실무진들 사이에 적잖은 갈등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또하나 큰 걸림돌이 될 지구당 위원장 조정문제는 내각제개헌과 함께 국회의원 선거구제를 1구에 2~6명씩 뽑는 일본식 중선거구제를 도입해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

 개헌과 관련, 노대통령은 “신당 창당은 내각책임제를 수용한다는 전제에서 이야기 될 수 있는 것”이라 비쳤다. 그동안 대통령 책임제를 고집했던 金泳三총재도 정계개편이 구체화되면서 내각제 수용의사를 밝혔다. 또 金鍾泌총재는 내각제가 평소 지론이기 때문에 내각제로의 개헌은 이미 합의된 것이나 마찬가지로 그다지 문제가 안되는 듯하다. 사실상 3당의 의석을 합하면 2백21석으로 개헌선인 원내 의석의 3분의 2인 2백석 보다 21석이 많아, 이 21석 안에서 야권 통합파 의원 등이 대열을 이탈하더라로 개헌에는 별 영향이 없다.

 따라서 신당은 오는 9월 정기국회에 헌법개정특위를 설치, 개헌 논의를 벌여 국민여론을 모아 92년 4월에 있을 국회의원 선거전에 개헌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개헌의 시기는 내년9월 정기국회가 될 성싶다. 아울러 개헌할 경우에도 노대통령의 잔여 임기는 새 헌법의 부칙 규정으로 보장해준다는 것이다. 신당을 추진하는 3당은 일부에서 연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는 지자제를 예정대로 실시 하겠다고 벼르고 있어, 늦어도 3월초까지 신당을 출범시켜 지자제 선거에서 승리를 이끌어낸다면 일부 기성 정치인들을 도태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는 듯하다. 이런 다목적 신당 바람은 과연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 질문에 대해 긍정적인 측면만큼, 걱정되는 면도 많다는 것이 정치평론가들의 지적이다.

 무엇보다도 우려되는 점은 신당이 보수 · 혁신 구도를 상정하고 태동되었다는 점이다. 혁신의 개념을 기존체제 부정과 대체체제 제시로 체제의 변혁을 시도하는 행동적인 이념으로 본다면, 현 정치권내의 혁신세력은 극히 미미함에도 불구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보혁 구분 논리에 바탕을 둔 거대 보수신당의 출현은 애당초 동키호테가 풍차를 보고 칼을 빼드는 식의 논리적인 무리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과연 보혁구조를 바탕으로 한 양당 정치가 가능할 것인가?

 아무튼 개원초 民意국회라고 불렸던 13대 국회는 신당 창당으로 임기의 절반을 못채워 민의라는 명예를 스스로 훼손하는 정치력의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출범 초기 청문회 정국 때만 해도 야3당의 공조로 여소야대가 위력을 과시했었다. 그 뒤 5공청산이 부진해지고 야3당간의 공조가 깨어지면서 與强野弱 국회로 불렸고, 이제 신당이 출현하면 ‘巨與倭野’국회라는 별명을 가진 괴물이 될 것이다.

新黨 창당을 위한 3영수 합의사항
① 당 이름은 민주자유당(가칭)
② 자유민주주위와 시장경제체제 지지
③ 합당 등록 2월말. 전당대회 5월말
④ 각당 5인으로 통합추진위 구성
⑤ 모든 정당 · 개인에 문호 개방

정계개편 일지
● 88. 6. 22 = 金鍾泌 공화당총재, 6개국 대사 초청오찬에서 “앞으로 보수와 혁신이 갈라져 양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색깔개편론을 처음 거론.
● 8. 1 = 金鍾泌총재, 미국 방문중 “지역감정해소를 위해 내각제가 필요하다”고 역설.
● 8. 2 ~ 3 = 尹吉重 民政黨대표, 마닐라에서 내각제로 전환 · 내각제전 연립정부형태 출범론 피력.
● 89. 3. 20 = 盧대통령 중간평가 연기 특별담화 발표.
● 7. 6 = 朴浚圭 민정대표, 캐나다 오타와에서 “여야 4黨이 색깔을 분명히 하면 내년말까지 정계 개편이 가능할 것”이라며 정책연합?정치연합?聯政 및 정당통합등 단계적 구상을 피력.
● 7. 10 = 金鍾泌총재, 청와대 단독회담에서 “합리적 대동단결이 필요한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주장하고 보수대연합의 가능성을 시사.
● 10. 2 = 金泳三 · 金鍾泌총재 안양 컨트리클럽에서 첫 골프회동, 양당 밀월관계 공식화
● 10. 12 = 金泳三 民主黨총재, 국회개원 대표연설에서 “90년대를 위해 정치도 새옷을 갈아 입어야 한다”며 ‘새민주정치’를 주창.
● 12. 15 = 盧泰愚대통령과 野3黨총재 청와대회담, 연내 5공청산합의.
● 12. 28 = 朴민정당대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민정당이 기득권을 주장함으로써 새로운 정치적 희망에 차질을 빚어서는 안된다. 헌법문제는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 朴대표 전격사퇴.
● 90. 1. 5 = 金泳三총재, 시무식에서 “정계개편을 한 뒤 지자제에 임하겠다”고 조기정계개편 시사.
● 1. 6 = 金泳三 · 金鍾泌총재 골프회동, 지자제전 정계개편 등 7개항 합의. 민주 · 공화합당시사.
● 1. 9 = 김 민주총재 “정계개편을 어느 당과 어떤 방식으로 하겠다고 말한 바 없다”면서 공화와의 합당보다 新黨추진 시사.
● 1. 10 = 노대통령, 연두기자회견에서 인위적 정계개편을 반대하면서도 의원 당적변경 허용을 언급, 정계개편 가능성에 여운.
● 1. 11~13 = 노대통령 3김총재와 연쇄 영수회담을 갖고 정계개편 등 정국현안 논의.
● 1. 13 = 金泳三총재, 의원총회에서 “정계개편에서 특정정당을 대상으로 지칭한 바 없으며 어느 정파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신당추진을 공식 거론.
● 1. 15 = 金泳三 · 金鍾泌총재 극비 회동.
● 1. 16 = 金泳三총재, 내각제 개헌 수용의사 시사.
● 1. 18 = 金大中총재 연두기자 회견서 정계개편 중지 촉구 및 저지투쟁 선언.
● 1. 18 = 金泳三총재 신당 복안 밝히겠다고 발표.
● 1. 22 = 노대통령과 金泳三 · 金鍾泌총재 청와대회담서 민정 · 민주 · 공화 3당통합 신당 창당 합의.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