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는 상승, 경제 성장은 둔화
  • 장영희 기자 ()
  • 승인 1991.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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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은 지난 87년 대통령선거 직전 청와대로부터 특별 지시를 받았다. 그 동안 있었던 선거로 돈이 풀려 어떤 경제적 파급효과가 있었는가 분석해달라는 주문이었다. 조사 담당자였던 조사부 ㅂ과장은 회귀분석으로 뚜렷한 결과를 찾아낼 수 없어 내역을 쪼개 계절적 요인을 제거하고 이리저리 다른 통계분석을 시도해보았다. 결론은 선거와 통화증발의 직접적 관계는 적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역대 선거 중 소비지출이 크게 일어나고 무엇보다 부동산값을 부채질해 물가가 뛰었다는 최종 결론을 얻었다.

 ㅂ과장의 결론처럼 선거가 통화증발을 일으키고 어느 정도의 물가상승을 유발하는지에 대해서는 정설이 없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은 선거 때 통화금융 정책이 긴축이냐, 완화냐에 따라 우선 좌우되며 물가상승의 크기는 선거시기의 실물경제 동향 ·선거의 성격 · 집권당에 대한 국민의지지도 ·중앙은행의 독립성 여부 등에 의해 다르게 나타난다는 정도이다.

 지난 48년 제헌의회 국회의원선거가 처음으로 보통선거로 실시된 이후 직접선거만 해도 대통령선거 7회, 국회의원선거12회, 국민투표 3회 등 22회가 실시되었다. 지자제 선거로는 3회의 의원선거 및 2회의 단체장 선거가 있었다. 특히 70년대 이후 전국 규모의 총선거는 8회나 됐으며 평균 선거주기는 2.5년이었다.

 한 연구소가 70년대 이후 7차례의 총선거 기간을 대상으로 선거를 전후한 시기의 실물경제 통계와 일시적인 변동요인을 제거해 장기적인 추세치와의 격차를 이용한 통계분석에 따르면 통화팽창으로 물가에 뚜렷한 영향을 끼쳤다고 되어 있다. 선거시기에 따라 통화와 물가에 끼친 영향은 다소 차이가 났으나 평균적으로 총통화(평균잔액 기준, 분석 기간은 선거실시 전5개월간)를 2.3% 늘리고 소비자물가(시차효과를 고려하여 선거실시 후 5개월간)를 1.5% 상승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로 통화량이 늘어났다는 분석은 다른 연구기관의 보고서들에도 나온다. 뭘 평균 총통화 증가액이 선거당월에 비해 3~4개월 전에 크게 나타났다가 선거가 끝난 후1~2개월 이내에 통화환수 조처로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물가상승률은 2~3개월의 시차를 두고 연쇄적인 상승 양상을 보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선거가 경제성장에 끼친 효과는 어떠했는가. 선거 관련 일부 업종에만 경기상승의 효과가 있었을 뿐 전체적인 실질성장에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결론이다. 한신경가연구소는 선거가 실시되었던 분기의 경제성장률이 선거 전후의 분기별 경제성장률보다 낮았으며 당해연도 연간 경제성장률과 비교해도 0.6~4.0%포인트 밑돌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영향은 선거별로 크게 차이가 난다. 12대와 13대총선 때는 총통화증가율이 전년보다 높게 나타났지만 10대와 11대총선 때는 낮게 나타난 것이다. 선거시기별로 들쭉날쭉해 일관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선거가 통화증발을 가져왔고 이로 인해 물가가 뛴 현상이 생생히 나타난 것은 87년 12월에 실시된 13대 대통령선거 때였다. 선거를 앞둔 3/4분기에 총통화(평잔기준)가 2/4분기에 비해 2조4백억원이 늘어났으며 4/4분기에도 전년동기 증가액의 2배인 2조4천억원이 공급됐다. 돈도 많이 뿌려졌지만 각종 개발공약으로 부동산가격이 엄청나게 뛰어 물가상승을 증폭시켰다 .

 일반적으로 선거는 선거자금 방출과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로 인한 통화량 증가, 개발공약 남발이 부른 부동산 값 상승 등으로 물가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 노동력이 비생산적 부문으로 흘러가고 경제구조를 소비경제화 한다. 경제적 면에서만 볼 해 선거는 부정적 영향이 큰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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