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異國에서 밀월 단꿈” 해외신혼여행 인기
  • 김선엽 기자 ()
  • 승인 1990.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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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마다 허니문 상품 개발…효도관광은 예년 수준

이국의 정취에 젖어 꿈같은 허니문을 즐기려는 신혼부부가 꾸준히 늘고 있다. “젊은 사람들이 비싼 경비가 드는 해외여행을 굳이 해야 하는가”, “외국여행 갈 돈 있으면 그 돈으로 살림을 하나 더 장만하는 게 합리적이다” 등 비판의 소리가 여전히 높지만, 뭔가 독특한 추억을 남기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을 잡아놓기엔 역부족이라고나 할까.

 지난해 해외여행을 위해 출국한 사람수는 모두 1백40만여명으로 이중 20~30대가 48%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에 해외여행이 완전자유화되면서 그동안 갇혀 있던 젊은 세대들이 다양한 형태로 대거 외국나들이를 했기 때문인 것으로 관련자들은 보고 있다. 해외신혼여행 증가도 이런 추세의 한 단면으로 풀이되는데 지난해 각 여행사의 해외신혼여행상품 이용자는 한달에 보통 5~30쌍 정도. 아직 주요여행사들의 전체 매출액 가운데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는 않지만 당분간 신장세가 계속될 것이 분명해, 업체에서는 해외신혼여행상품 개발과 관리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작년 한해동안 우리 회사의 해외신혼여행상품을 이용한 커플은 3백50쌍으로 재작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게 증가했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결혼철인 3~4월을 앞두고 문의전화가 많아 이런 추세로 간다면 작년보다 3~4백% 늘려잡은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레인보우 허니문 투어’라는 명칭으로 신혼부부들을 위해 190가지 상품을 내놓고 있는 아주관광의 吉基演주임은 이렇게 현황을 전한다.


현지 호텔서 웨딩케이크 등도 무료서비스

 이에 따라 각 여행사에서는 일반 패키지 상품으로 소화하던 해외신혼여행상품을 별도로 분리, 개발하고 있는데 상품명도 허니문 할리데이스(금강여행사), 허니문 투어(롯데관광), 빙그레 허니문 투어(삼회관광), 나드리 신혼여행(서울항공), KAL 월드 투어 허니문(한진관광) 등으로 다양하다. 신혼여행상품의 특징은 해외여정이 담긴 비디오테이프, 사진 및 현지 호텔에서의 웨딩케이크·샴페인·과일바구니 증정 등 특별서비스가 이루어진다는 것. 또 두사람만의 낭만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고급호텔 룸과 교통편이 제공된다.

 신혼여행상품이 일반 패키지 상품에 비해 특히 다른 점은 항공편 확보 등 변수가 많은 해외여행에서 제 날짜 출발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행업계에서는 코스별로 한팀당 10인 이상이 되어야만 출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데 신혼부부들의 경우엔 행사의 특성을 고려, 희망팀이 단 1쌍이라 하더라도 제 날짜에 떠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단, 5쌍 미만일 때는 추가요금 부담). 이런 특성들 때문에 신혼여행상품은 같은 행선지의 일반상품에 비해 다소 비싼 편이다. 그러므로 해외로 가되 경비를 줄이고 싶다면 ‘분위기’는 포기하고 일반 여행객과 섞여 떠나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좋다. 금강여행사의 金大彦차장도 “앞으로 분위기보다 실리를 택하는 신혼 고객들이 많아지면 숙식·교통비가 절감된 저렴한 상품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싹쓸이’ 쇼핑·덤핑여행 등 부작용 줄어

 현재 판매되고 있는 신혼여행상품들은 대만, 필리핀, 홍콩, 일본, 태국, 사이판, 괌, 하와이 등을 목적지로 하는 단기여행이 대부분이지만 유럽을 일주하는 장기코스도 있다. 이중에서 관계자들은 허니문 적격지로, 색다른 환경에서 눈요기도 하면서 차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동남아국가들과 사이판, 하와이 등 휴양지를 추천한다. 그러나 “하와이 등지로의 여행에 대해 문의는 많이 오지만 가격부담 때문인지 실제로는 대만 등 가까운 곳으로 떠나는 커플이 많다”고 롯데관광의 李昌植주임은 신혼부부들의 알뜰작전 경향을 전한다. 지난 해 11월 여행사를 통해 대만으로 3박4일 신혼여행을 다녀온 김지영씨(女 27세·경기도 부천시 남구 괴안동)도 “제주도는 이미 여러번 가봤고 가격도 별 차이가 없어서 대만을 택했는데 만족할만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며 “외화를 쓴다는 점에선 다른 수입상품을 소비하는 것과 다를 바 없지만 견문을 넓히는 교육적 효과가 분명히 있는만큼 알뜰여행 자체가 매도되어서는 안될 것 같다”고 주장했다.

 날로 늘어나고 있는 해외신혼여행 수요와는 달리 작년 한때 붐을 이뤘던 효도관광은 별다른 변동 없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효도관광은 따로 개발된게 드물고 대게 60여종의 일반상품코스로 충당된다. 자유화 초기에는 5~6개국을 거치는 장기코스가 인기를 끌었으나 체력 등을 고려 할 때 노인에게 무리라는 경험자들의 충고 때문인지 요즈음 역시 단기상품이 인기다. 가장 많이 찾는 코스는 대만, 일본 등 1개국 및 동남아 3~4개국 순회여정 등. 세중여행사의 鄭美賢씨는 “젊은층들이 강한 호기심으로 외국여행을 하는 반면 노인들은 본인들이 적극성을 보이는 경우보다 장성한 딸, 아들이 회갑잔치 등을 대신해 보내드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전한다.

 나드리 세계여행 실무자인 金圭炳씨도 “자유화조치로 갑작스런 해외관광 수요폭발과 함께 업체 난립 및 과당경쟁과 여행객들의 ‘싹쓸이’ 쇼핑 등 부작용도 빚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차츰 여행문화가 자리잡혀가고 있다”면서 “패키지상품을 이용하는 대부분의 손님들은 코스부터 분수에 맞게 선택하므로 과소비와는 거리가 멀다”고 일부의 부정적인 시각을 일축했다. 실제로 마닐라 등 동남아 여러도시는 우리보다 물가가 싸 계획만 잘 세워서 가면 알찬 여행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문제가 됐던 일부 부유층 상대 고급레저상품들은 “사치성·과소비”라는 여론 때문인지 요즘은 그 인기가 시들해졌고 업체에서도 적극적인 홍보를 삼가고 있다고 국일여행사의 金鉉珍대리는 밝혔다. 이외에도 철도청이 기획해 판매하고 있는 일본여행상품은 기차·배·관광버스 등을 이용, 교통비를 줄임으로써 많은 사람들 특히 노인층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중 가장 저렴한 상품은 규슈 여행 4박5일코스로 31~33만4천원선.

 한편 올해 각 여행사들의 패키지상품 가격은, 이미 요금을 조절한 업체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오는 4월부터 인상, 조정될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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