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폐의 검은 손 쫓는 시민 ‘신문고’
  • 우정제 기자 ()
  • 승인 1990.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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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MCA 시민자구운동본부의 향락문화 추방운동 ‘큰 성과’

 YMCA는 지난 한해 동안 향락문화 추방의 선도적 역할을 해왔다. 이미 重症으로 굳어진 ‘퇴폐’의 환부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시민들로 하여금 스스로 제몸의 고름을 짜게 한 것이다. Y시민자구운동본부(이하 Y)가 향락문화 추방의 기치를 내건 것은 88년 10월. 향락산업이 번창일로에 있던 당시 그 구조적 원인을 분석 · 규명하는 Y시민토론회를 개최하면서였다.

 Y는 한국에서 향락산업이 급성장하게 된 근본원인을 고도성장만을 추구해온 우리 자본주의경제의 파행적 구조 때문이라 보고 이를 크게 4가지로 나누어 지적했다. 첫째 해방 이후 누적돼온 가치문화의 황폐, 둘째 천박한 상업자본주의의 시대상, 셋째 산업구조의 불균형으로 인한 3차산업의 이상비대, 넷째 건전한 직장문화의 부재가 그것이다. 여기엔 물론 기업의 접대경제 풍토가 향락산업의 수요를 창출하는 중요한 근원이 된다.

 Y가 맨먼저 착수한 사업은 주택가에 침투한 유흥업소의 실태파악 및 시민의식조사였다. 표본지역으로 선정된 봉천동은 80년 전후 급속히 홍등가로 변모한 전형적인 주거지로서 설문조사 결과는 매우 충격적인 것이었다. 20세 이상 남성 2백명의 응답자 중 49%가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향락업소를 이용한 적이 있으며 이용동기는 대부분(69.2%) ‘별 생각 없이’ 또는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었다고 답해 다수의 시민이 은연중 향락풍조에 물들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Y는 이어 향락풍조와 관련된 10개 조사사업에 들어갔다. 이 가운데 특히 성과를 거둔 것은 ‘청소년유해환경 심포지엄’이었다. 40개 관련단체가 참가한 이 심포지엄이 끝난 뒤 Y는 곧 ‘청소년보호 시민지도자 대책협의회’를 발족시켰다. 청소년유해환경 퇴치운동은 이후 YWCA, 기독교윤리실천 운동본부, 참교육실현 학부모회 등과의 연대로 가장 활발하게 활동이 전개된 부문이다. 이밖에도 Y는 목회자 간담회를 통해 향락문화 추방운동을 교회로 파급시켰고, 지하철 노조 및 CBS의 협력도 얻어냈다. 또 선정성 짙은 대중오락지의 화형식을 갖고 시중은행에 이책들의 비치를 철회하라고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그 결과 Y의 활동상은 그동안 5백회 이상 언론에 보도되며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큰몫을 했다. 시민자구운동분부 이덕승 간사는 지난해 Y의 활동을 이렇게 평한다.

 “지난해초만 해도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문제를 하반기들어 당국의 적극적 대책을 끌어낼 만큼 사회적 현안으로 떠오르게 한 것이 성과입니다. 그러나 이 운동을 구체적인 지역 주민운동으로 활성화시키지 못한 점, 그리고 향락문화에 대신할 만한 ‘대안문화’ 형성작업이 미진했던 점 등이 아쉽습니다.” 따라서 올해 Y의 운동과제는 이 두가지로 모아진다. Y는 현재 건강한 공동체적 삶을 지향하는 대안문화 형성을 위해 <시민문화프로그램 지침서>를 만들고 있는데 이 운동의 최종과제는 향락업소의 특별구역화 및 조세상의 법제화라고 한다.

 향락문화의 폐해상이 정책적 대처 차원을 넘어선 지금 우리에겐 무엇보다 가치관의 혼돈을 극복할 ‘시민정신운동’이 절실하다. 그런 점에서 Y의 퇴폐 추방운동은 우리에게 소중한 의미를 지닌다. 비록 그 규모는 작지만 자발적 시민결사체로서 Y가 펼치는 운동은 무한한 가능성으로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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