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하는 동유럽 발빠른 개혁 手順
  • 본 · 김호균 통신원 ()
  • 승인 1990.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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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 헝가리 · 동독 · 체코 · 불가리아 · 루마니아 개인기업 장려 등 스탈린식 사회주의 청산 분주

 소련의 민족문제 폭발로 ‘페레스트로이카’(개혁)가 최악의 시련에 직면한 가운데서도 이웃 동유럽 사회주의제국의 개혁과정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폴란드와 헝가리는 정치개혁을 심화하는 한편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단기적인 경제안정 계획을 실행하고 있고 이들보다 늦게 개혁을 시작한 동독, 체코슬로바키아, 불가리아는 민중시위에 의해 확보된 정치개혁을 법제화하고 ‘사회주의적 시장경제’로 요약되는 경제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차우셰스쿠 장기 독재체제를 유혈 민중혁명으로 넘어뜨린 루마니아 역시 임시정부를 중심으로 포괄적인 정치 · 경제 개혁을 수행해나가고 있다.

 폴란드의 정치 · 경제 개혁은 지난해 9월 연대노조 중심의 연립정부가 출범하면서 마조비에츠키 총리가 행한 국정연설에서 그 윤곽이 드러났다. 정치개혁과 경제위기의 극복을 가장 중요한 과업으로 선언한 마조비에츠키 총리는 우선 그동안 자의적이었던 법률집행을 지양하고 법치국가를 확립하기 위해 관계 법률을 개정할 것을 예고했다. 외교분야에서는 폴란드가 맺고 있는 국제조약을 계속 지킬 것을 선언함으로써 바르샤바 조약기구와 코메콘(동유럽 경제 상호원조회의)에서의 폴란드의 위치를 확인했다.

 경제개혁에 있어서는 국영기업을 민영화하고 ‘근대적 시장경제’로 이행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따라 올해안에 약70개의 국영기업이 매각될 계획으로 있고, 시장경제 도입을 위해 지난 12월말에 은행법, 신용법, 관세법, 국영기업과세법, 私기업법이 통과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조치들은 금년중 10~20%의 실업을 낳을 것이고 국민의 생활수준을 20% 하락시킬 것으로 예상(노조의 예상으로는 40%)되므로 불만의 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연대노조 지도자인 바웬사도 수긍하고 있는 바와 같이 그동안 현정부에 주어졌던 전폭적인 신뢰가 이제는 현저히 줄어들었기 때문에 폴란드에 있어 90년은 고비의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헝가리에서는 지난해 11월말에 실시된 국민투표 결과에 따라 정치일정에 변화가 생겼다. 당초 11월말에 대통령을 선출하고 90년 상반기에 의회선거를 실시하기로 ‘원탁회의’에서 합의했었으나 ‘자유민주연맹’이 주도한 서명운동에 의해 발의된 국민투표에서는 0.15%라는 근소한 차로 ‘선 의회선거, 후 의회에 의한 대통령 간접선거’안이 채택되었다.

 헝가리의 경제개혁도 국영기업의 비중을 낮추고 시장메커니즘을 활성화하는 것으로 특징지워진다. 지난해부터 실행되고 있는 주식회사법에 따라 노동자주주제에 기초한 주식회사와 유한회사가 도입되었고 5백명 이하의 사기업도 허용되고 있다. 또한 국영기업이나 조합기업에 개인(외국인 포함)이 40%까지 투자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러나 헝가리의 민영화과정은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첫째 국민이 주식매입에 필요한 충분한 자금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극소수의 부자들이 상당한 투자능력을 갖고 있으나 이들에게 주식이 편중될 경우 불평들이 심화되어 사회문제가 될 염려가 있다. 둘째 외국자본, 특히 대자본의 관심이 그다지 크지 않으며, 셋째 실업과 임금하락을 우려하는 노조의 저항이 있다는 점이다.

 동독의 경우 이미 확보된 집회 · 시위 · 언론의 자유를 법제화하기 위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고, 모든 정파가 참여하는 ‘원탁회의’에서는 금년 5월에 ‘자유 · 보통 · 비밀선거’를 실시하기로 합의가 이루어졌다. 공산당의 지도적 역할을 규정했던 헌법조항이 삭제되고 다당제가 채택됨에 따라 사민당, 민주적 출발, 녹색당, 새로운 광장 등이 창당되었다.

 경제개혁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규정한 모드로프 총리는 일단 경제안정화에 역점화를 둔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기업운영방식에 있어서는 “사회주의적 기업가정신”(모드로프)이 발휘될 수 있도록 독립채산제가 채택됐다. 나아가 임금체계에서는 성과급 원칙을 철저히 관철하고자 하는데, 이는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동독국민의 98%가 바라는 것이다.

 체코슬로바키아에서는 공산당이 소수인 거국내각이 구성되고, 두브체크가 국회의장에, 반체제 극작가였던 바츨라브 하벨이 대통령에 선출됨으로써 개혁이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 공산당과 ‘시민광장’의 타협의 산물인 거국내각은 앞으로 기본권을 제한하는 모든 법률을 폐지하고 선거법 등을 개정하면서 90년 초여름으로 예정된 총선거를 준비해나가고 있다.

 불가리아에서는 지난해 11월 토도르 지프코프 서기장이 퇴진한 이래 공산당이 계속 개혁의 주도권을 잡고 있다. 공산당이 자체 쇄신은 물론 민중의 민주적 요구를 선취한 데 반해 재야세력은 다른 사회주의 국가에 비해 약하기 때문이다. 8개의 재야단체가 모여 있는 ‘민주세력연맹’은 개혁방향으로서 국가와 당의 분리, 권력분립, 공산당의 지도적 역할 폐기, 군대와 경찰의 중립화, 헌법 개정, 언론 · 집회 · 결사의 자유 보장, 시장경제의 확대, 농업개혁 등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공산당의 개혁노성과 매우 유사하므로 금년 5월로 예정된 총선이 실시되기 전에도 별다른 마찰없이 점진적인 개혁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동유럽 사회주의국가들의 정치 · 경제과정에는 몇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로 공산당의 지도적 역할이 폐지되고 다당제가 확립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사회주의 사회에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다양한 계급 · 계층의 이해를 반영하기 위해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둘째, 기본권과 자유가 민중에 의해 쟁취되고 법적으로 인정됨으로써 그동안 껍데기만 있었던 사회주의적 민주주의에 내실을 기할 수 있게 되었다. 경제개혁에서는 “시장은 사회주의경제의 유기적 구성부문”(모드로프)이라는 인식이 실천에 옮겨지고 있다. 이는 초중앙집중적 계획경제를 특징으로 하는 스탈린주의적 사회주의모델의 청산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는 개혁과정에서 필연적이라 하겠다. 끝으로 그동안 국영기업만을 순수한 사회주의적 기업형태로 간주하던 왜곡된 사회주의 모델에서 벗어나 개인기업, 조합기업, 중소사기업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유럽에서 진행되고 있는 경제개혁을 배경으로 리즈코프 소련총리는 코메콘의 개혁을 제안했다. 91년부터는 코메콘 역내 무역에서 세계 시장가격을 채택하고 태환통화로 결제하자는 제안이 그것이다. 사회주의 제국의 개혁은 코메콘내의 상호관계뿐만 아니라 동 · 서 관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동 · 서간의 긴장완화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상호이익에 기초한 협력관계가 확대될 전망이다.
                                                         


동유럽 개혁일지
● 1989
6. 4 폴란드 의회선거에서 연대노조 승리
6. 24 헝가리 사회주의노동자당 집단지도 체제 출범
9. 12  폴란드 연대노조 주도 연정출범, 총리에 마조비에츠키
10. 9  동독 라이프치히에서 약7만명의 시민이 개혁요구 시위(1953년 이래 처음)
10. 18 동독 호네커 서기장 사임, 후임에 에곤 크렌츠 선출. 헝가리 국민의회 국명을 인민공화국에서 공화국으로 변경, 헌법에서 스탈린주의적 요소 배제, 복수정당제 인정하는 대폭적인 헌법개정안 가결
10. 23 헝가리 마티야스 주로스 대통령 취임
11. 3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에서 전후 최초로 약 4천만명의 시민이 시위
11. 4 동베를린에서 약1백만명이 참여하는 사상 최대의 민주화 시위 발생
11. 6 폴란드 통일노동자당 중앙위 총회에서 당의 해체와 신당 결성을 내용으로 하는 신강령 원안 승인
11. 7 동독 내각 총사직 결정, 이에 앞서 인민의회 헌법 · 법제위원회는 정부가 6일 발표한 출국법 개정안을 거부하고, 출국 완전자유화를 요구하는 결의안 채택
11. 8 동독 정치국원 전원 사임, 개혁파의 기수 모드로프 정치국원에 선출
11. 9 동독 국경개방, 베를린장벽 붕괴
11. 10 동독 사회주의통일당, 개혁강령 채택. 불가리아 지프코프 서기장 사임, 후임에 믈라티노프 서기장 선출
11. 13 동독 인민의회, 새 총리에 모드로프 선출, 의장에 비공산계 마로이다 취임
11. 14 체코, 국민의 해외여행 자유 인정
11. 20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서 1968년 이래 최대 규모인 20만명 반정부 시위
11. 24 체코 야케스 서기장 등 지도부 퇴진, 후임에 카렐 우르바네크 서기장 선출. 루마니아 공산당, 14차 당대회에서 차우셰스쿠 서기장을 만장일치로 재선
11. 28 콜 서독총리 독일 통일안 발표
11. 29 체코 연방의회, 공산당의 지도적 역할 폐지를 위한 정부제안 승인
11. 30 체코정부, 오스트리아 국경의 철조망 제거 결정
12. 1 동독 인민의회, 사회주의통일당의 지도적 역할 폐지 결정
12. 3 동독 크렌츠 서기장 사임, 체코 아다메츠 총리에 의한 새 내각 발족
12. 5 동독 호네커 전서기장 자택 연금
12. 7 체코 아다메츠 총리 사임, 야케스 전서기장 당에서 추방
12. 9 동독 사회주의통일당 의장에 그레고르 기지 동독 변호사회 회장 선출
12. 10 체코 마리아 찰파를 수반으로 하는 연립정권 발족, 후사크 대통령 사임
12. 11 믈라티노프 불가리아서기장, 90년 중반 총선거 실시 공약
12. 13 알바니아 아리아 인민의회간부회 의장 보수노선 유지 방침 언명. 불가리아 공산당, 당의 지도적 역할 포기 결정
12. 16 루마니아 티미시와라에서 유혈사태 발생. 동독 사회주의통일당 임시 당대회서 ‘사회주의통일-민주사회주의당’으로 당명 변경
12. 19 콜 서독총리와 모드로프 동독총리 정상 회담을 갖고 동 · 서독간 조약공동체협정 협의
12. 22 루마니아 차우셰스쿠정권 붕괴
12. 28 두브체크 전공산당 서기장, 체코 연방 의회 의장에 선출
12. 29 체코 재야세력 지도자 바츨라브 하벨 대통령 취임

● 1990년
1. 3 체코의 바츨라브 클라우스 재무장관, 코메콘 해체 제의
1. 6 폴란드 공산당 1월말께 당을 해체하기로 합의
1. 8 헝가리, 코메콘 개혁 요구하며 폴란드 체코와 ‘3국 경제통합’을 제의
1. 15 불가리아, 공산당 권력 독점과 ‘노동계급국가’ 명시된 헌법조항 폐지키로 합의
1. 17 체코주둔 소련군 철군키로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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