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기회의 땅’ 뉴질랜드
  • 웰링턴· 김재일 차장 ()
  • 승인 1991.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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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의 자연조건·풍부한 자원 바탕, 국제시장 참여…이민 교역 관광 등 한국 환영

 뉴질랜드가 우리에게 손짓한다. 남반구에 위치해 크게 북섬과 남섬으로 구성된 이 나라는 우리나라에서 비행시간만도 16시간이 걸린다. 같은 대양주에 속해 있으면서도 호주에 비해 뉴질랜드는 우리에게 생소한 편이었다. 그러나 몇해 전부터 이 나라는 우리의 주요한 무역 상대국으로 떠올랐다. 천혜의 자연조건과 풍부한 자원을 가진 '기회의 땅' 뉴질랜드가 우리에게 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양국간 교역액은 86년까지만 해도 1억9천6백만달러였으나 지난해 5억3천9백만달러로 늘어났다. 이중 수입이 3억9천만달러. 우리나라는 지금 뉴질랜드의 5번째 수출시장이다. 우리는 주로 통신장비 (1천8백만달러) 철강(1천3백만달러) 자동차(1천2백만달러) 등을 수출한다. 주요 수입품은 각종짐승의 가죽(9천만달러) 원목(6천3백만달러) 알루미늄(4천8백만달러) 등이다.

자국산 축산제품 자부심 대단
 한 ·뉴질랜드 경제협의회의 뉴질랜드 측대표인 빌 커닝햄씨(오텍스 인더스트리스주식회사)는 올해 한국에 대한 수출이 5억2천만달러를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교역대상국이다. 86년도만 해도 한국은 우리의 17번째 교역상대국에 불과했으나 최근 2년새 5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 그는 원목 수출을 '떠오르는 별'로 표현한다. "재질, 가격, 다양한 용도 등에 있어서 뉴질랜드산 원목의 우수성을 아직 한국이 잘 모르는 것 같다. 한국의 원목 재가공 능력에 따라 원목 교역량이 얼마든지 증가할 수 있다고 본다. " 그는 원목가공이 양국 합작투자의 유망 분야 중 하나라고 진단한다.

 뉴질랜드 임업연구소는 북섬의 유명한 관광지인 로터루아에 있다. 각 연구실에는 목공소를 연상시킬 정도로 많은 목재들이 쌓여 있다. 육종 개발, 용도의 다양화, 화학약품 처리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 연구소의 숀 클리어킨 연구원은 "뉴질랜드의 라디아타 소나무는 균일한 재질, 알맞은 밀도, 가공의 용이성 때문에 악기 가구 공산품 건축용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 '미래의 목재'는 현재 세계적으로 그 재질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데 판매시장과 용도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에 따르면 곧 목재 수출이 이 나라전체 수출액의 30%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임업 외에도 외국인투자 유망분야는 있다. 호주 ·뉴질랜드은행 국제부장인 미첼 킨젤라씨는 호텔, 레저 단지 등 관광분야 투자와 상업 중심지에서의 사무실임대 등 부동산투자를 유망분야로 꼽았다. 그는 남섬의 관광지인 퀸스타운 근방에 홍콩 싱가포르 뉴질랜드 합작으로 콘도미니엄과 골프 코스를 포함한 거대한 레저시설개발 계획을 예로 들었다.

 뉴질랜드에 대한 투자는 1천만달러 이하인 경우 뉴질랜드 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된다. 방송 매체, 상업적인 어업, 농촌지역의 땅 매입 등 민감한 부문을 제외하곤 1백%의 외국인 소유권이 인정된다. 또 외환관리 규정의 완화로 자본의 이입과 송금이 자유롭다고 그는 덧붙였다.

 뉴질랜드 이민은 알려진 만큼 어렵지 않다. 의사 과학자 전기기술자 컴퓨터 엔지니어 간호사 등 기능인력 즉 '직장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환영받는다. 외무무역부의 한 직원은 "뉴질랜드 이민이 캐나다 호주 등에 비해 어렵지 않다고 본다. 뉴질랜드는 오히려 이민을 권장하는 입장이다"라고 말한다. 현재 한국 교민은 1천명 가량인데 이중 9백명 정도가 북섬의 오클랜드에 살고 있다. 뉴질랜드의 주산업은 농업이고 그중에 축산업이 가장 중요하다. 도심을 조금 벗어나면 넓게 펼쳐지는 푸른 초원과 거기서 방목되는 소 양 사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맑은 공기와 물, 풍부한 풀과 축산에 한 기후. 이러한 천혜의 자연조건아래서 뉴질랜드는 경쟁력있는 축산품을 생산하고 있다. 뉴질랜드인들은 쇠고기 양고기 버터 치즈 등 자국산 축산제품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다른 외국인들도 뉴질랜드산 축산제품의 질이 우수함을 인정하고 있다. 비행기 안에서 만난 한 호주인은 "기후와 공해 없는 자연조건 때문에 뉴질랜드산 축산제품은 호주나 다른 나라 제품에 비해 월등하다"고 말했다.

한국 인삼 시험 재배중
 이곳 축산인들은 "상호이익에 바탕한 자유무역"을 주장한다. 축산진흥원의 니겔 미첼 대외정책부장은 "우리는 한국이 시장개방으로 농업부문이 파괴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양국에 이익이 되는 협조방법이 얼마든지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뉴질랜드에서는 치즈 1톤 생산비용이 2천달러인데 반해 한국에서는 1만달러가 든다. 한국치즈 1톤과 뉴질랜드 치즈 2톤을 합작형태로 생산한다면 생산비는 톤당 3천달러가 돼 생산비 절감과 원료수출로 모두 에게 이익이 돌아간다는 것이다.

 사과 배 진흥원의 빌드 레위트 시장개척부장은 원예부문의 시장개방도 서로에게 유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한국과 뉴질랜드는 과일의 생산철이 다르므로 서로 비수기에 사과 배 등을 수입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원예 부문을 유망한 투자분야라고 덧붙였다 .

 북섬의 해밀턴에는 루아쿠라 농업 센터가 있다. 세계 각국 농업 관계자들이 뉴질랜드에 오면 꼭 찾는 거대한 농업 연구소로 양 소 사슴의 과학적인 육성과 건강관기 , 목초지 재배, 원예식물 보호, 축산품과 과일의 품질관리 등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한 연구원은 한국에서 생산이 부족한 품목은 식물이든 동물이든 뉴질랜드에서 공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좋은 토양과 기후 때문에 새로운 품종의 개발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수요를 알면 금방이라도 개발에 착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언어소통의 어려움과 관련 통계의 부족으로 한국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모르고 있다." 그는 이 연구소에서는 한국의 인삼을 비롯한 한약재를 시험 재배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뉴질랜드에는 사슴 사육이 부쩍 늘고 있다. 현재 1백만마리가 전국 4천여 농장에서 사육되고 있다. 이 곳에서 생산되는 녹용의 거의 전량이 한국에 수출되고 있음은 특이한 일이다 . 크라이스트처치시에 있는 '메이어 사슴고기 주식회사'의 미첼 포우트 마케팅부장에 따르면 89년에만 3천6백톤의 녹용이 한국에 수출됐고 수출량은 해마다 늘고 있다고 한다.  뉴질랜드 농가도 근년들어 급격한 소득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짐에반스씨는 로터루아에서 그리 머지 않은 레레와카이투에서 소 4백마리를 키우고 있다. 이 나라 농민의 평균 소 사육 두수가 1백70마리이므로 부농에 속한다. 남에게 빌려준 2백에이커를 제외하고도 그가 사용하는 3백여에이커의 농장은 트랙터를 타고 1시간 정도를 돌아야 대충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넓다. 그는 "지난해만 해도 두사람을 고용했는데 지금은 아내가 유일한 일꾼이다"라며 웃는다. 과거에는 1백20마리 정도만 사육해도 수입이 괜찮았는데 지금은 4백마리를 키워도 별 재미를 못 본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과거에는 우유에서 나오는 지방이 kg당 8~9달러였으나 지난해 4달러 이하로 내려갔고 올해에는 2달러50센트 수준으로 떨어졌다 . "정책이 바뀌어 5년 전부터 모든 형태의 보조금이 철폐됐다. 또 국제시장에서 다른 나라 제품의 덤핑 때문에 우리는 소득감소 등 많은 피해를 당하고 있다." 그는 올해 1년 총수입은 지난해보다 45% 정도가 감소한 12만8천달러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젊은 나라다. 육지가 해저에서 솟아난 지 1억2천만년에 불과하고 마오리족에 의해 개발된 지 겨우 1천년, 본격적으로 이민 정착과 개발이 시작된 것은 1백50년도 채 못된다. 총면적이 27만km (남한넓이의 2.7배)에 인구는 고작 3백30만명이다.

 뉴질랜드는 50년대에 공업화를 강조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이 나라에 적절치 않다는 결론이 이미 나 있다. 인구가 적어 내수가 클 수 없고 대규모 공장에서 일할 노동력이 없기 때문이다. 가격과 품질면에서 경쟁력이 있는 농업부문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뉴질랜드인들은 지금 진행되고 있는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시장이 완전히 개방될 경우 뉴질랜드의 국민 총생산은 당장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저성장 · 저물가' 정책기조 유지
지난 30여년 동안 국제무대에서 뉴질랜드의 국제적인 위상은 상대적으로 저하돼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나라 국민들은 국제사회에서의 위상 하락을 아랑곳하지 않는 듯한 분위기다. 호주 등 태평양 지역 국가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풍요로운 자연환경 속에서 평화롭게 살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만큼 국민성이 느긋하다.

 뉴질랜드 경제연구소의 이안 던칸 선임연구원은 “이 나라에는 한국과는 달리 정부조도의 장기 종합경제 계획 같은 것이 없다 뉴질랜드 경제는 민간부문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통제가 약화되는 방향으로 급속히 나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현재 뉴질랜드는 '저성장, 저물가' 정책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3~4년 후부터 2~3%의 경제성장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뉴질랜드의 물가상승률은 금년들어 0%를 기록하고 있다. 중앙은행의 아더 크라임스 경제부장은 93년까지 물가상승률 0~2%가 목표라고 말한다. 뉴질랜드는 84년까지만 해도 17~19%의 높은 인플레에 시달렸다. 그는 물가를 잡을 수 있었던 큰 이유 중의하나로 중앙은행의 독립을 들었다. "중앙은행의 독립은 효율적인 통화운용을 가져오고 또 물가상승 억제를 국민들이 믿게 하는 데 기여했다."

 뉴질랜드는 풍부한 관광자원을 가지고 있다. 로터루아의 끓는 진흙 못, 온천, 김이 나는 유황 단구와 1백44개의 섬들이 무리를 이룬 베이 오브 아일랜드, 호반 휴양지인 퀸스타운, 또 피오드랜드 국립공원과 마운틴 쿡 등은 세계적인 관광 명소다. 외무부 북아시아국 존 우드 국장은 "이런 관광자원을 한국 국민에게 소개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한 ·뉴질랜드간에 직항로가 개설돼야 한다"고 말한다. 뉴질랜드에 대한 인상을 하나의 색깔로 나타낸다면 단연 초록색일 것이다. 뉴질랜드를 특징짓는 푸르름은 젊음 평화 깨끗함 넉넉함 열려있음을 뜻한다. 이 나라가 지금 우리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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