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特需’ 대목 景氣 백화점쪽에만 몰린다
  • 장영희 기자 ()
  • 승인 1990.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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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목표 30~50% 올려잡고 商戰 치열 …재래시장은 ‘울상’

 신세계백화점 배달요원 최학천(28)씨는 밀려드는 배달주문에 숨이 턱에 차 있다. 방금도 방배동 삼호아파트 등 강남권에 갈비선물세트 등을 배달하고 돌아왔으나 계속 보내야 할 상품은 1톤 봉고차에 가득 실려 있는 상태다. 경력 4년째인 최씨는 5분에 1건을 배달할 정도로 숙달돼 있으나 주문이 많아 10분을 채 쉬지 못하고 나가야 한다. 설날 일주일 전부터 크게 몰리는 상품배달 주문에 백화점들은 아르바이트 요원을 쓰는 등 인력을 3배로 증원했으나 한철 대목에 최씨뿐 아니라 배달원들이 몸살을 앓을 지경이다.

 남대문시장에서 만난 경남 삼랑진 출신의 근로자 이춘애(22)씨는 인파 속에 떠밀려 다니면서도 노모와 동생 재필이, 춘미에게 줄 내복 등 옷가지를 사기 위해 들떠 있다. 도심에서 시달린 심신의 피로를 풀고 고향산천에서 부모와 함께 하는 설맞이에는 한아름의 선물꾸러미가 따라가기 마련이다. 귀향을 서두르는 이의 손에 들려 있는 선물보따리에는 고향을 그리는 마음도 같이 실려간다.

 유통업계는 설이라는 최대 대목을 만나 한껏 부풀어 있다. ‘즐거운 명절 만나는 기쁨’‘설날 큰잔치’ ‘설은 남대문시장과 함께’등 각종 판촉슬로건이 요란한 가운데 설 특수를 잡기 위한 발빠른 움직임이 전개되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성탄절과 신정 특수경기가 부진, 연말 반짝 매출올리기 작전이 실패로 끝나자 새해 첫 대목인 설날을 매출회복의 호기로 잡았다. 지난 하반기부터 계속돼온 불황의 여파가 이곳을 ‘썰렁’하게 할 만큼 짧아진 신정연휴를 그냥 통과해버렸기 때문이다. 각 업체들은 지난해에 비해 30~50%씩 매출 목표를 올려잡고 막바지의 치열한 상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올해 설은 지난해에 이어 ‘찬 세주 마시고 시루떡 茶禮’를 지내는 ‘가족공동체’의 본래 뜻이 정착되어 설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에따라 귀향 및 선물수요도 급증하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올 설은 시기적으로 지난해보다 10일 정도 앞당겨져 연말 선물수요 대신 그것이 설을 겨냥, 집중적으로 나타났던 점도 특징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연말연시에 상품을 사기보다는 차례를 지내는 설을 맞아 물건을 사들였으며 2월 이후에나 구입하기 시작했던 학생층의 의류나 학용품 등의 수요도 동시발생적으로 일어난 것이다. 차례를 지내는 가정이 많아짐에 따라 가락동 농수산물시장, 중부 건어물시장, 한양유통 등 수퍼체인, 부도심권 백화점을 중심으로 정육, 주류, 견과, 선어 등 제수용품의 수요집중 현상이 활발히 일어났다. 한편 올해는 유달리 날씨가 푸근해 의류 등 겨울 계절상품의 수요는 상대적으로 주춤했다.

 선물 구매패턴의 변화양상도 뚜렷했다. 롯데백화점 판촉실 홍성우 계장은 “올해는 와이셔츠, 넥타이, 숙녀용 악세사리 등 패션상품과 지점토공예등 개인의 취향이나 개성에 맞는 선물 상품이 인기를 끌었다”고 밝힌다. 고급화 추세에 따라 선물구매 단가도 지난해보다 5천원 정도가 올라, 1만5천원에서 3만원 상당의 선물세트 수요가 주종을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구매현상이 개별선물용(고단가 소형상품), 귀향선물용(실용상품 가격 양극화), 단체선물용(세트상품) 등으로 크게 구분되는 경향을 보였다.

 지방자치제 시대를 맞아 백화점들은 전국 주요도시에 상품대리점을 개설, 지방에서의 인사성 선물수요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이번 설 판촉에는 ‘천리안 Ⅱ’등 첨단 정보시스템도 동원돼 이체를 띠었다.

 아직 설 특수가 끝나지 않은 시점이나 백화점 등은 매출목표를 대부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와 신세계백화점은 전년 설날 대비 예상 매출 증가율을 30% 늘려잡은 각각 1백94억원과 1백30억원으로 세워놓고 있다. 50%를 늘려잡은 미도파백화점도 올해 목표(83억원)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설 경기를 만끽하고 있는 백화점과는 달리 동대문시장 등 재래시장은 매출이 예상보다는 여의치 않아 대조적인 현상을 보였다. 지방 도매상인이 대거 상경하는 등 대목을 기대했었으나 확보한 물량도 소진못했다고 남대문시장의 한 상인은 울상이다.

 백화점 상권과 재래시장과의 설 경기는 명암이 뚜렷했지만,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시중에 돈이 엄청나게 풀린 것으로 진단한다. 지난해에는 영업일 기준으로 설까지의 일주일 동안에 화폐순증 발행분 8천8백88억원 등 총통화(현금통화와 은행의 예금통화를 합친 것)가 1조7백85억원이었으나 올해는 돈이 풀린 속도로 보아 이 수준을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각종 공공요금 인상설이 나도는 가운데 설에 풀린 엄청난 돈은 물가에 적잖은 압박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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