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는 이제 서울에서 울지 않는다.
  • 박중환 기획특집부장대우 ()
  • 승인 1991.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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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가 다르게 심각해져가는 온갖 공해를 방치한다면, 서울은 머지않아 사람이살 수 없는 '죽음의 도시'로 변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경고는 비단 환경지상주의자들만 제기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발등에 떨어진 불과 같다.

 종달새 뻐꾸기 뱀 개구리 흰나비 밀잠자리와 같은 동물들은 서울의 도심에서 81년에 사라진 이래 볼 수가 없다고 한다(그래픽 참조). 대구에서는 88년 봄 이후 뱀과 개구리가 아예 보이지 않으며, 종달새 뻐꾸기 흰나비 밀잠자리는 수년째 봄에만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바닷바람 덕택에 공기가 다소 맑을 것으로 여겨지는 부산은 서울에서도 견디는 제비 참매미까지 수년째 봄에만 보일 뿐이다. 광주에서는 제비와 참매미가 가을까지 버티나, 종달새 뻐꾸기 뱀 개구리 흰나비 밀잠자리는 여름을 넘기지 못한다.

 이런 사실은 기상청이 1923년부터 8종의 관측 동식물을 지정해, 지난해까지 전국 기상관측소를 기점으로 주변을 매년 조사한 결과 나온 것이다. 기상관측소 주변에서 눈으로 조사한 것이므로 전문성이 다소 떨어질는지 모른다. 그러나 관측소가 도심에 위치해있으면서 숲과 녹지를 갖춘 곳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각종 공해로 찌들어가는 도시환경을 적절히 대변해주는 자료라 하겠다.

 "몇몇 동물이 도심에서 사라진 것쯤이야"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다. 지난해 11월 대기오염의 치명적 징후인 공기 逆轉層 현상이 서울상공에 나타난 것이 처음 확인됐다. 1952년12월5일~9일 닷새 동안 영국 런던에서는 이런 현상으로 '최악의 스모그'가 발생, 2천~4천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아황산가스 일산화탄소 먼지 등이 수증기와 뭉쳐 도시 상공에 거대한 '죽음의 층'을 이루면서 생기는 역전층 현상은 공기오염을 급속도로 악화시킨다. 포항에서도 작년 10월26일부터 보름간 심각한 스모그가 발생, 시민들의 '외출 공포'로 거리의 발길이 뜸해지기까지 했다.

  대기오염을 줄이려는 획기적인 조처를 내린다 해도 단시일내 공기가 맑아질 수는 없다. 정부와 기업의 과감한 투자 못지 않게 시민들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환경단체들은 "정차시 자동차의 시동을 끄는 등 쉬운 것부터 실천하자"고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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