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다가온 지방자치제 선거
  • 조용준 기자 ()
  • 승인 1990.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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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여당 출현으로 관계법 2월 국회통과 전망… ‘풀뿌리 민주주의‘ 본뜻 실현은 어두워져
 90년대 정국운영의 주도권을 둘러싼 치열한 각축전은 결국 민정 · 민주 · 공화의 통합 신당과 ‘유일 야당’인 평민당의 대결 구조를 만들어냈다. 이에따라 통합 신당과 평민당의 올해 첫 결전장은 2월19일의 임시국회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평민당의 金大中총재는 국회해산을 주장하고 있지만 원내 의석의 3분의 2를 점유하고 있는 ‘거대 여당’의 ‘담합’ 앞에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2월 국회는 한층 波高높은 줄다리기로 진행될 것이 예상된다. 민정 · 민주 · 공화를 연결하는 汎보수대연합 구도가 분명해진 이상 이제 평민당은 지방의회 구성 ·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법의 개정 등 지자제 실시에 당의 사활을 걸고 매달려야 하는 입장이 됐기 때문이다. 안기부법, 국가보안법 등의 반민주악법 개폐에 가장 열심이었던 평민당이 하루아침에 ‘소수 야당’으로 전락함에 따라 2월 국회 쟁점의 하나였던 악법개폐 여부도 논의 자체가 가능할지 매우 회의적이다.

“지방자치 단체장 선거 미룰 이유 없다”
 문제는 통합신당이 지자제 관련 선거법을 과연 어떤 방향으로 개정하려느냐는 점이다. 현재의 정국 기상도로 보아 지자제의 조속한 실시를 요구했던 평민당은 한발 물러서서 보다 신중하게 지자제에 대해 전면 재검토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금년 상반기까지 지방의회 구성에 소극적이었던 민정 · 민주 · 공화는 오히려 빠른 시일 안에 지방의회를 구성하는 한편 가능하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도 동시에 실시하는 방향으로 몰고갈 전망이다.

 정계재편 작업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야권의 한 고위 소식통은 이와 관련, “통합 신당을 결성하는 마당에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미룰 이유가 없다”면서 “올해부터 오는 92년까지 매년 선거가 계속 실시됨으로써 정계는 물론 정치, 사회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을 고려하더라도 지방의회 선거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동시에 실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해 통합 신당이 늦어도 올해 안으로는 지방의회 구성과 지방자치단체장 선출을 마무리지을 계획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지자제의 상반기 실시와 관련, 현재 행정부 차원에서의 준비는 오는 3월까지면 거의 끝날 것으로 알려졌다.

 金泰鎬 내무부장관은 당정회의 보고를 통해 오는 3월중 대통령령과 조례를 개정해 행정구역 조정을 마치고, 중앙 정부의 권한 이양도 이미 일부가 완료되는 등 3월까지는 모두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방의회 회의실 2백75개중 2백26개가 이미 마련됐고, 지방의회 운영예산으로 광역자치 단체에 3백90억원(평균 26억원), 시 · 군 · 구 등 기초자치단체에 8백50억원(평균 3억3천만원)이 확보돼 있다고 보고했다. 김장관의 보고에 의하면 2월 국회에서 선거법만 통과되면 기초자치단체와 광역자치단체의 의회선거가 동시에 치러져도 금년 상반기 실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자제의 조속한 실시는 행정적 차원에서는 별 무리가 없으므로 지금까지 각당간에 심한 이견을 보였던 선거구, 비례대표제 도입, 의원 정수 등의 쟁점이 어떻게 조정되느냐가 2월국회에서의 통과 여부를 가늠하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특히 선거구가 중선거구제로 확정된다면 평민당으로서는 더욱 막대한 타격을 입는 셈이 된다. 민정 · 민주 · 공화의 통합으로 인해 호남권과 서울을 제외한 타지역에서 평민당 공천의 자방의회 의원이나 단체장후보는 몹시 고전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가 호남권에서 마저 친여 성향의 인사나 신당 추천의 후보와 동반으로 의회 구성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서울특별시, 부산직할시 등의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도 통합 신당이 힘을 몰아준 후보가 훨씬 유리한고지를 선점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명확한 일이다.

 더구나 신당측은 통합으로 인해 피해를 볼 수 있는 원외지구당 위원장에 대해 지자제 선거로 보상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기존 지역구의 지구당 위원장은 가급적 현역의원에게 배정하고 원외 지구당위원장들은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 의원후보로 대거 흡수한다는 방침이다.

 지자제의 조속한 실시가 대다수 국민들의 ‘주문 사항’이고 정치권도 이의 수렴을 위해 그동안 부단히 노력해왔지만 현 상황처럼 거대 여당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돼 있는 구조 하에서의 지자제실시가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본래의 목적에 과연 부합하느냐는 문제에 대해서는 회의적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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