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야권 ‘2등엔 명수’
  • 조용준 기자 ()
  • 승인 1991.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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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가세, 제몫 표마저 분산…자금·조직력 앞에 ‘바람’도 잠잠

 이번 선거에서는 자금과 조직 동원력이 입후보자의 당락을 결정짓던 과거 행태가 그대로 재현됐다. 자금과 조직에서 모두 뒤질 수밖에 없었던 야권은 과거 85년 2 · 12나 88년 4 · 26 총선 때와 같은 ‘바람'에 기대를 걸었으나 결국 이에도 실패했다. 전국 평균 41.1%에 달하는 기권자(투표율 58.9%)로 인해 야권의 한계가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야권과 무소속 후보가 난립, 야권 몫의 표마저 분산시킨 것도 민자당 압승의 주요인이 됐다.

서울지역을 예로 살펴보자. 서울시 1백32개 선거구 중에서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종로 2 · 3선거구 등 24개를 제외한 1백8개 선거구에서 신민 · 민주 후보가 경합, 야권표가 갈라졌다. 신민당과 민주당이 서울에서 얻은 득표율은 각각 33.9%와 14.4%로 이 둘을 합치면(48.3%) 민자당득표율(41.3%)에 앞선다. 신민당은 서울시 거의 모든 선거구(1백1개)에서 차점자를 냈고 민주당은 서초 1 · 2 · 4, 강남 1 · 3 · 6, 동대문 2 등 모두 7개 선거구에서만 차점자를 기록했다.

경기도의 경우 신민당(20.5%)과 민주당(12.5%)을 합쳐도 민자당(44.2%)에 못 미치는데 이는 무소속이 신민당 득표율보다 많은 21.3%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소속은 인천 대전 강원 충남 경북 경남 제주의 7개 광역권에서 신민 · 민주당을 합친 것보다도 많은 득표율을 보였다.

전체적으로 보면 신민당이 의석수에서는 무소속 1백13석에 앞서는 1백65석을 얻었으나 득교율에서는 오히려 0.5% 뒤진 21.9%를 얻었다. 반면 부산지역의 경우는 무소속이 민자당(47.5%)의 절반에 가까운 22.5%의 지지를 얻고도 단 1명도 당선되지 못하는 ‘이변'을 기록했다. 이 역시 민주당 지지표 25.6%와 나눠졌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전체 평균 득표율 14.3%를 기록함으로써 무소속의 22.4%에도 못 미치는 등 '미니정당'으로서의 역부족을 실감하게 됐다 .

이번 선거 결과가 가지는 또 하나의 의미는 金大中씨가 이끄는 당이 얻을 수 있는 표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지 않느냐는 점이다. 87년 대통령선거, 88년 13대 총선 그리고 이번 선거를 통해 얻은 표는 서울지역만을 볼 때, 유권자수와 투표율의 변동을 감안해도 서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87년이 1백83만3천10표, 88년이 1백22만4천1백표, 이번이 1백26만4천6백68표였다. 다만 87년의 투표율은 80%였다.

신민당은 서울에서 지난 13대 총선 득표율 27%보다 높은 33.9%의 득표율을 획득했으나 의석수는 겨우 15.9%(21석)만을 차지했다. 바로 이러한 사실들이 신민 · 민주 양당에게 위기감을 불어넣고, 야권재편 움직임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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