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격주 휴뮤제
  • 이흥환·조용준 기자 ()
  • 승인 1991.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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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 토요일에는 8시간 일하고 다음 주 토요일에는 쉬는 이른바 토요일 격주 휴무제.
 휴식시간 확대냐 아니면 연장근로수당 삭감이냐는 견해가 맞서고 있다.

찬 : 이정훈 한국노사관계학회 회원. 미국 텍사스주립대학원 졸업. 노사관계학 전공

●토요일 격주휴무제를 찬성하는 이유는?
기업측에서는 생산효율을 높이고 노동자측에서는 여가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노동생활의 질을 높이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노사 모두가 환영할 일이다. 사무직이든 생산직이든 우리나라 노동자의 평균 근로시간은 아직도 주 50시간을 넘는다. 이는 구미선진국과 일본뿐 아니라 대만 · 싱가포르 등 경쟁대상국보다 높은 것으로 국제교역에서의 무역마찰 요인이 되어왔다. 근로시간 단축은 당연히 추구되어야 할 사회적 가치이며, 토요일 격주휴무제는 이의 연장선상에서 조명되어야 할 문제이다. 근로시간 단축은 고용증대로 연결된다. 정부의 공식통계에 따르면 91년3월 현재의 실업률은 2.3%에 불과하다. 그러나 불완전취업자 등을 포함할 때 실질적인 실업률은 7.0%에 육박한다. 더구나 고학력 실업이 대규모로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일의 사회적 재분배가 요구된다. 토요일 격주휴무제는 근로시간의 단축을 통해 고용의 증대를 촉진시킴으로써 사회적 형평을 도모케하는 방법이다.

●우리나라 산업계의 현실을 감안할 때 다소 이상적인 견해가 아닌지?
정부의 장기적 인력 수급계획과 적절한 직업훈련 제도가 뒷받침된다면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서 경직된 태도를 지녀왔던 정부가 왜 토요일 격주휴무제의 도입을 추진하려는지는 모르겠으나 공공기관과 금융기관 등이 이 제도를 도입할 때 근로시간 단축은 급속히 확산될 것이다.

●토요일 격주휴무제가 노동시간 단축과 휴가시간 확대의 정상적인 방법이라고 보는가?
역사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은 산업화의 진전과 함께 자연스럽게 제기되었고, 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때 급격히 추진되었다. 토요일 격주휴무제는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주 5일근무제로 이행하는 과도기에 대두되는 자연적인 현상이다.

●초과 근무시간인 4시간에 대한 연장근로수당 문제가 쟁점 중하나이다. 노동시간을 변형시킨 근로시간제를 채택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근로자에게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노사간의 쟁점이 되는 임금·노동시간에 관한 문제는 노사당사자간의 자율적 교섭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는 노사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것만 법으로 규정하고 이를 어길 경우 제재를 가하는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노사 당사자는 문제를 자율적으로 해결하려는 자세가 미흡하고, 정부도 표면적으로는 노사 당사자주의가 노동정책의 기본 입장임을 천명하면서도 실제로는 과도하게 개입해왔다. 선진국에서의 노동시간 단축은 노사간 교섭을 통해 점진적으로 이룩되어온 것이지, 입법을 통해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또한 근로시간 문제는 임금과 별개의 것이 아니라 노사간에 동시에 해결할 문제이다. 토요일 격주휴무제에 관한 핵심이 연장근로수당에 있다면 이는 입법을 통해 획일적으로 처리하고자 한 데에 기인한다. 정부는 이에 대해 방향만 제시하고 격주휴무제가 확산될 수 잇도록 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에 적극 권장하는 선에서 그 역할의 한계를 두어야 하며, 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불필요한 논란과 저항을 유발할 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제조업체 등 생산직 근로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그것은 토요일 격주휴무제 자체에 대한 논란이 아니라 이를 도입하는 방법에 대한 논란이다. 연장근로수당이 제조업에서 일반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격주휴무제가 제조업 종사자에게 불리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격주휴무제를 입법을 통해 추진하려 했기 때문이다. 노사 당사자가 임금과 근로시간 문제를 교섭을 통해 동시에 해결할 경우, 특정 산업의 노동자가 다른 산업의 노동자에 비해 불리하다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다.

●노동시간은 똑같고 명목 휴일만 결국 무급휴일을 늘리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은 정부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노사 모두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입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두 집단이기주의적 발상이다. 무급휴일 문제역시 노사간 교섭에 의해 결정할 성질의 것이며, 우리나라 법정 공휴일 수는 적다 할 수 없다. 노동조합측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노동조합은 요구만 하는 집단이 아니라 산업사회의 주체임을 인식하고 책임있는 당사자로 행동해야 한다는 점이다.

반 : 홍성진 한국노총 정책연구실 연구위원.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정부에서 갑자기 격주 휴무제 도입을 적극 장려하겠다고 나오는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주 44시간 노동제에 따라 토요일의 생산성이 저하된다고 상공부에서 먼저 문제를 제기했고, 노동부가 이에 맞추어 현재 주단위로 돼 있는 근로시간 단위를 2주 단위로 확대함으로써 격주 휴무제에 따른 초과근로수당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격주휴무제의 도입은 1주 단위의 노동시간을 2주 단위로 확대함으로써 사용자 의도대로 노동시간을 변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확보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년 10월1일부터 3백명 미만의 사업장에도 주 44시간 노동제가 확대 적용됨으로써 이들 사업장에서의 노동시간 변형적용이 문제가 된다. 바로 이것 때문에 87년 법개정 이전 수많은 문제를 야기시켰던 변형근로시간제도를 정부와 사용자가 격주휴무제라는 이름으로 도입하려는 것이다.

●격주휴무제는 노사 양측 모두에게 이롭게 작용할 수도 있지 않은가?
겉으로 보기에는 노사 양측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측면에서 보면 사용자가 노동력을 필요로 할 때 초과근로수당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고 노동력을 사용할 수 있으니 확실히 많은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에게는 1주 단위로 44시간 노동하던 것을 2주 단위로 88시간을 노동하게 됨으로써, 법적 노동시간의 단축은 전혀 없고 단지 ‘무급휴일'의 비정상적 확대만이 있을 뿐이다. 또한 노동단위가 2주로 확대됨으로써 근로일과 휴일의 불규칙성이 야기되고, 근로일도 노동시간이 불규칙하게 적용되어 인간의 생리리듬에 부적절한 영향을 미친다. 결국 실질적으로는 임금이 하락되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오히려 노동강도는 강화되고 노동력의 대사용자 귀속성 또한 강화되게 된다.

●우리나라의 주 44시간 노동제는 선진외국과 비교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흔히 정부와 사용자가 노동시간 문제를 논의할 때 우리의 노동시간이 외국에 비해 결코 길지 않으며, 오히려 우리의 노동시간이 경제수준에 비해 적다고 주장한다. 법적으로만 본다면 독일이 1일 8시간(1주 48시간), 이탈리아가 주 48시간이고 미국은 주 40시간을 할증임금 산정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영국이 일부 산업 또는 여자와 연소자 이외에는 노동시간을 법적으로 규제하지 않고 있거나, 프랑스가 1일 10시간을 상한으로 주 39시간을 법적 노동시간으로 정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우리의 법적 노동시간이 결코 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선진 외국의 경우 노동시간이 법으로 규정되기보다는 노사간 단체협약으로 정해지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법적 노동시간은 별 의미를 갖지 못한다. 선진국의 경우 40시간대 노동시간이 30시간대로 줄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유의해야 한다. 89년도 실제 노동시간을 보면 미국 39.7시간, 프랑스 40.6시간, 서독 41.6시간, 일본 41.2시간이었다. 우리의 경쟁국인 흥콩은 49.1시간,싱가포르는 48.6시간으로 우리의 53.1시간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87년에 일반변형근로시간제가 폐지되었지만 업무의 성질상 획일적인 8시간 근무제가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제 작업의 양이나 긴급성에 따라 사용자 임의대로 다시 노동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변천근로시간제를 도입한다는 것은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집을 태우는 격이다. 1일 8시간, 주 48시간 그리고 노사합의에 의해 주 12시간의 초과근로가 가능한 현재의 제도만으로도 정상적인 생산활동이 충분히 가능하다. 즉 하루 10시간의 노동이 가능한 현재 제도로도 작업의 양이나 긴급성에 대처할 수 있다. 업무의 성질상 특수한 노동형태가 필요한 경우는 이 제도로 극복돼야하며, 부분적 문제인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노동시간제도를 근본적으로 고치려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격주휴무제를 실시할 때 노동자들이 받게 될 수 있는 불이익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나?
이미 앞에서도 밝혔듯이 격주휴무제는 변형근로시간제도의 부활을 의미한다. 변형근로시간제도는 우리의 경험이 생생히 말해주듯 사용자 임의대로 노동시간을 사용하게 됨으로써 노동자들은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수 없게 된다. 임금에 있어서도 시급제나 일급제의 경우 불안정성이 가중될 것이다. 또한 노동일이 특정일에 집중됨으로써 산업재해와 직업병 발생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고용문제에 있어서도 임시고용이나 일일고용 등불안정 고용이 증가, 고용의 불안정성을 증가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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