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단장 꽃시장, 값은 들쭉날쭉
  • 김선엽 기자 ()
  • 승인 1990.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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産地·전문상가 이용하면 싸게 구입 … 위탁판매제 등 유통구조상 문제 개선돼야

花信이 불어오기 시작하는 3월, 서울강남고속버스터미널 지하 꽃상가는 봄기운을 맛보려는 손님들로 한창 붐비고 있다. 가장 잘 팔리는 折花類(가지째 잘라서 파는 꽃)는 역시 꽃 중의 여왕이라는 장미를 비롯, 튜울립, 아이리스, 안개꽃 등, 가격은 장미 10송이에 4천~7천원, 튜울립, 아이리스가 10송이 4천~5천원, 안개꽃 1단(13~15송이)에 1천5백~2천원, 프리지아 1단 1천5백원선, 수선화 1단 3천5백~4천원이며 국화는 20송이에 7천원선이다.

서울강남고속버스터미널 옆에 위치한 인창상가도 비교적 싼 가격에 꽃을 구입할 수 있는 꽃도매시장이다. 서울 근교 등 전국에서 운반돼온 싱싱한 꽃들이 새벽 4~5시에 ?매상인들을 통해 팔려나가고 남은 꽃들은 일반 손님들에게 판매된다. 지하와 2층에서는 절화류가, 1층에서는 꽃바구니, 謹弔용 화환이 주류를 이루므로 목적에 따라 손쉽게 비교, 선택할 수 있다. 가격대는 각각 1단 단위로 안개꽃 1천~1천5백원, 프리지아 5백~1천원, 나리 2천~2천5백원, 아이리스 2천~3천원이며 카네이션은 20송이 3천~5천원, 장미 10송이 3천~6천원, 백합 10송이 3천~6천원, 거베라 10송이 3천5백원선 등이며 양란은 1송이에 1천~1천5백원이다.

꽃상가로 전통이 오래된 이들 시장 외에 88년 3월 개장한 진로도매센터 지하 화훼코너도 간편하게 여러 종류의 꽃들을 고를 수 있는 곳이다. 근조용 화환이나 드라이플라워 바구니도 있긴 하지만 주류는 역시 절화류. 국화 6천~7천원(20송이), 카네이션 6천원선(〃), 장미 2천5백~5천5백원(10송이), 거베라와 백합은 3천5백~4천5백원(〃), 튜울립 2천5백~5천원(〃), 수선화 2천~4천원(〃), 안개꽃과 프리지아는 1단에 8백~1천5백원 등으로 시세가 형성돼 있다.

이렇듯 여러 종류가 한꺼번에 진열돼 있는 상가에서 절화류를 살 때는 꽃 자체보다는 잎의 상태를 살펴보는 게 上品을 고를 수 있는 요령이다. 한국원예사회 李文基회장은 “잎사귀가 깨끗하고 줄기가 튼튼한 꽃을 골라야 향기도 좋고 수명이 길다”고 충고하고 “꽃의 수명을 늘리고 싶으면 시중에 나와 있는 특수약을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서울 남대문 대도시장도 전문꽃상가로 유명하며 蘭이나 盆栽는 서울 서초동 꼬마을, 조경수나 묘목 등은 구파발부터 경기도 고양군으로 이어지는 지역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중간상인 횡포 등으로 생산농가 울상

이처럼 확실하게 꽃전문 상권이 형성되어 있고 화훼의 연간 매출액 1천3백억원 중 절화류 비중이 30%에 이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꽃시세는 여전히 변동이 심한 편이다. 계절은 물론 생산물량, 종류, 품질(상·중·하) 등 가격에 영향을 끼치는 변수가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상인들은 어느 일정기간을 주기로 시세를 매기는 게 아니라 그날그날 눈치작전으로 꽃값을 정한다. 비슷해 보이는 꽃값이 하루가 다르게 들쭉날쭉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보면 쉽게 이해된다. 졸업식, 어버이날, 스승의 날, 현충일 등 特需가 있는 대목 때의 꽃값 폭등은 연례행사다. 그런데도 막상 꽃을 재배한 농가에서는 “생산비도 건질 수 없다”며 한숨을 내쉬고 소비자들은 거의 매년 오르는 꽃값을 놓고 상인과 실랑이를 벌여야 하는 현실은 유통상의 문제를 극명하게 드러내준다.

우리나라에서 절화류가 생산되는 대단위 화훼단지는 경남 김해(카네이션·안개꽃), 마산(국화), 인천(프리지아), 경기도 고양군(장미) 등을 비롯, 충남 서산, 부산, 제주도 서기포 일대에 분포되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농민들은 다른 농산물처럼 시간·경비·시장정보 관리능력 부족 등으로, 생산되는 꽃 전량을 위탁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즉 서울 등 수요가 많은 곳에 상가를 가지고 있는 상인들에게 판매를 위탁하는 것인데, 운송된 물량을 중간상인이 팔아주는 대신 수수료를 지불하는 형식이다. 문제는 이들 중간상인의 횡포를 통제할 아무런 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요지에 상점을 차지하고 있는 상인들은 영세한 농민들의 약점을 이요, 미리 전도금을 주고 물량을 확보한 뒤 판매대금에서 원금과 이자, 판매수수료 등을 뺀 나머지만 농가에 지불하고 있다. 상인들의 횡포는 바로 이 판매수수료를 악용하는 데서 비롯된다. 농수산물유통공사 화훼부이 한 관계자는 “중간상인들이, 7%선이면 적절한 것으로 알려진 판매수수료를 최고 30%이상까지 받기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5~6년전부터 소득작물로 알려져 꽃생산 면적은 매년 30~35%씩 늘어나고 있지만 산지와 시장 상호간에 정보 부족으로 출하조절이 힘들고 시세가 불안정해 농민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현황을 전했다. 원활치 못한 정보흐름은 수요와 공급을 맞춰 적기에 적정량을 출하하는 데 장애가 될 뿐 아니라 중간상인들에게 농간을 부릴 수 있는 소지를 제공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천 서구 공촌동 시범단지에서 7백평(비닐하우스 실평수) 규모로 프리지아, 안개꽃, 국화 등을 재배하고 있는 李鎔玉(34)씨는 “전도금도 받지 않고 내 땅에서 직접 재배해 내보내고 있는데도 위탁수수료를 15%나 물고 있다”면서 “일하기도 바쁜데 여기 앉아서 서울 꽃시세가 어떤지 잘 알 수 없어 판매대금은 중간상인이 쳐주는대로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래도 재배단지가 수도권이라 매주 월요일에는 서울 시장에 들러 시세도 살피고 판매대금을 걷어오고 있다는 李씨는 “함께 꽃재배를 하고 있는 사람들끼리 비교해봐서 평균가격보다 1단당 ㄷ백원 이상 차이가 나면 항의를 하는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인창상가에서 지하점포 ‘마리아’를 경영하는 金英植씨는 “위탁판매제는 생산자와 판매자를 모두 피곤하게 만드는 제도”라며 “농민들만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는 것이 아니라 상인들이 되려 뒤통수를 맞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주장했다. 즉 꽃재배를 하겠다고 해서 미리 자금을 대주었는데 그 돈을 다 뽑기도 전에 꽃 농사를 포기하는 경우를 비롯, 남으 ㅣ화원을 자신의 것 인양 가장, 상인을 안심시켜 전도금을 받아낸 뒤 종적을 감추는 등 사기까지 당한 사람도 있다는 것. 李씨는 또 농민들도 정보교환을 위해 조직체를 결성하는 등 나름대로 자구책을 세워놓고 있는 마당에 어떻게 시세를 조작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화훼유통센터’ 개장애 큰 관심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한산 지하 꽃상가에서 ‘三寶원예’를 운영하고 있는 張錫在씨도 “현재 전국 꽃단지의 10여군데 농가와 거래하면서 위탁판매를 하고 있지만 수수료나 판매금 등으로 문제가 일어난 적은 없었다”고 전하면서 “전도금을 대줬지만 기상조건이 아 ????아 그 해 재배를 망칠 때도 있는데 그럴 때 농민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처럼 피차 조금씩 양보하면 어려울 것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사람들끼리 하는 일인 만큼 서로를 믿지 못하면 하루도 편할 수가 없는 게 이 위탁판매제도다. 실제로 인창상가의 어느 상인은 날이면 날마다 추궁하듯 현지에서 전화를 해대는 재배농에게 상황을 납득시키기 위해 전화통에 매달려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 줄 아느냐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더욱이 상·중·하로 나뉘는 품질 기준이 정확하게 제시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라 이에 대한 시비도 많다는 것. 이런 애로사항을 개선하기 위해 각 지역 공판장 등에서 경매제를 시도해보기도 했지만 중매인의 농간이라는 또다른 폐해가 발생해 결국은 위탁판매로 유통구조가 굳어졌다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꽃농사나 꽃장사가 아직까지는 해볼 만한 수익사업이라는 건 분명하다. 어려움이 많다고는 하나 빚지지 않을 정도의 자본과 전문지식만 있으면 품질보다 물량 위주로 돌아가는 꽃유통시장에서 승산이 있기 때문이다. 땅 2천평을 빌려 국화를 재배하고 있는 陳根水씨(31·인천 서구 공촌동)도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흑자를 보고 있다”고 말혔다. 경기도 고양군 신도읍에 위치한 장미화원 ‘서울장미’의 관리인 李永雨(46)씨 또한 “몇년 동안 장미만 재배해온 주인이 꽤 많은 돈을 벌었다”고 귀뜀하면서 “여기서 기술을 익혀 따로 화원을 낸 사람도 여러명 된다”고 자랑했다. ‘서울장미’ 소유주는 남대문시장에 같은 이름의 꽃상점도 함께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재배와 판매를 겸할 경우 불필요한 신경전을 피할 수 있고 시세에 따른 계획출하로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자금 영유가 있는 상인들이 점차 직영화원을 늘려가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하지만 소작농이나 소규모 재배농가들로서는 이같은 양면작전은 꿈도 꿀 수 없는 남의 얘기일 뿐이다. 또 재배와 판매를 겸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돈이 돈을 벌고’ 직영화원들이 꽃시장을 장악해 유통구조가 더욱 왜곡되는 결과를 낳을 위험이 크다. 이 때문에 농수산물유통공사에서 추진하고 있는 화훼유통센터(서울 서초구 양재동) 개장 계획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안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화훼유통센터의 설립 목적은 전자식 공개경매제도를 도입, 중매인과 중간상인의 횡포를 방지함으로써 공정가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유통공사에서는 지난해 8월 국내 5대 절화류(국화, 카네이션, 장미, 백합, 글라디올러스)에 대한 표준 출하규격을 제정, 생산농가에 알리고 전근대적인 포장·운송으로 인한 상품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포장기구와 방법도 새로 개발해놓고 있다. 또 산지에서 전국적인 출하동향을 파악하고 계획출하를 할 수 있도록 유통정보용 팩시밀리를 주산지 농민조직체 사무실에 1대씩 설치 지원할 방침이다. 더불어 노동력 절감, 표준규격 출하를 위한 포장기기와 꽃출하 조절 및 수출촉진자금 32억 지원, 우수품질 생산을 위한 재배기술 지도자육성(40명)등이 계획되어 있다.

하지만 지금껏 기득권을 누리고 있던 상인측의 반발, 갑자기 높아진 품질기준에 대한 재배농의 적응여부 등 개장에 앞서 선결돼야 할 과제들이 산적, 유통구조 개선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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