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양’ 농업의 살길 찾기
  • 편집국 ()
  • 승인 1990.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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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농업부문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무래도 농수산물 수입개방으로 인한 농촌경제의 악화와 농업의 쇠퇴화 및 이로 인해 고통받는 농민문제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무역수지가 호전되기 시작했던 87년부터 농산물 과잉생산국들은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의 상호 호혜무역 원칙을 내세우며 우리의 시장개방을 요구하는 거센 압력을 가해왔다. 특히 집중적인 압력을 받아오던 농수산 당국은 지난해 4월 농산물 2백43개 품목에 대한 수입자유화계획을 예시하기에 이르렀다. 더욱이 오는 97년 국제수지(BOP) 조항을 졸업하게 될 경우 나머지 모든 농산물까지도 국내시장을 개방하지 않으면 안되는 현실에 직면하게 되었다.


농수산물 수입부과금제도 도입을

이미 우리의 농산물시장에서는 외국의 농산물로 인해 가격이 폭락하고 있으며 농민들은 암울한 장래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 수입산업이 되어버린 농업은 위축되고 수출산업인 제조공업부문은 성장하면서 개방무역질서 속에서 국제적 분업상황의 경제구조가 구축되어가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이제 우리 농업은 국제적 호혜무역시대를 여는 ‘희생산업’으로서 굳어져가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지금까지 상공업 위주의 경제발전정책을 통하여 불이익을 받아왔던 농민들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으며 국내산업간 균형파괴는 농촌사회의 불안과 사회·경제·정치적 과제들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제구조 속에서도 농업이 그 나름대로의 산업적 역할을 발휘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균형유지대책이라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농산물이 일단 수입되기 시작하면 소비층이 생기면서 계속적인 수입요청이 있게 되고, 한번 들여온 양은 소비가 확대되므로 다시 줄여서 수입하기가 어려워 결국 국내의 생산기반을 파괴시키게 되는 것이다. 물론 국내 농산물도 규모를 확대하여 기계화하고 기술을 향상시키면 국제적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수출이 가능해지거나 가격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는 작물은 불과 몇가지에 그칠 뿐 대부분은 농업대국들의 기계화된 엄청난 규모의 생산물과는 경쟁이 되지 못한다.

농정 당국은 이러한 문제점에 대처하여 수입농산물로 인한 국내 생산농가의 피해를 보상하고 농업개방화에 대응하기 위한 농업구조개선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계획들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들도 다른 산업부문의 이해와 협조가 없이는 실효를 거둘 수 없으며 농업의 산업적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분위기 속에서는 구호로만 그치게 될 우려가 크다. 농산물의 수입으로 인한 피해는 엄청나고 광범위한 것이다. 충북대 성진근 교수의 연구발표에 의하면 쇠고기 한 품목의 수입개방이 미치는 피해액만도 무려 7천85억원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그런데 농림수산부가 발표한 피해보상계획에서는 모든 농산물의 수입개방피해보상액으로 3개년 동안 5천억원을 마련했다고 하니 이것으로는 농민들의 원성을 무마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유럽의 경우, 농산물의 수입으로 인한 국내생산자의 피해보상과 지원을 위하여 수입부과금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며 이것이 가지는 국내산업 보호의 의미는 실로 작지 않다. 이 제도는 국내에 수입되는 모든 농수산물에 대해 일정한 비율의 부과금을 갹출하여 기금을 조성하고, 이를 수입에 따른 피해농민의 생산 지원, 가격지지 및 생산자단체의 활성화 지원이나 농민사회복지 지원에 활용함으로써 보상과 환원을 꾀한다. 농산물의 수입으로 인한 수익이나 수입농산물의 판매이익은 분명히 그만큼의 자체 위축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농업부문에 ㅁ두 환원시켜야만 농업의 쇠퇴를 막을 수 있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국내산업부문간의 불균형을 막고 안정된 성장을 꾀하기 위하여, 즉 농수산 분야의 쇠퇴방지와 사회안정을 위하여 농수산물수입부과금을 제도화하고 이렇게 조성된 기금이 제도적 장치를 통하여 농업부문에 환류되도록 함으로써 항구적이고 실효성있는 보상대책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식량 안보에 우방은 없다.

그러나 이와같은 피해보상적 조치는 농산물의 수입자유화에 대한 수동적 대응책일 뿐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적극적인 대채긍로 우리 농산물의 해외수출 시장개척을 위한 전략이다. 미국의 곡물이 우리 식량수급의 대부분을 차지할 수 있게 된 역사적 과정 속에서 우리는 그들의 장기적이고 치밀하며 끈기있는 시장개척정신을 배워야만 한다.

잃어가고 있는 우리의 농산물시장을 되찾는 길은 당장의 수입금지조치가 아니라 수출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과 지원이다. 우리 농업을 지키기 위한 과제가 매우 심각하고 시급하다는 것을 고려하면서 지혜를 모으지 않으면 안된다. 물론 우리 식량의 안보적 안정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과 자급대책은 당여한 전제조건이며 기본적 과제이다. 그 이유는 아무리 우리의 우방국이라 해도 자기들의 국가안보를 위해서 등을 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진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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