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북한사람도 수상대상에 포함”
  • 이성남 기자 ()
  • 승인 1990.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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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평화상’위원회 金溶植 초대위원장

지난 2월27일 열린 서울평화상 발기인 총회에서 서울평화상위원회 초대위원장으로 추대된 金溶植씨. 행정관료들 의지대로 구상,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탁상행정 산물’ ‘5공식 발상’ ‘올림픽 영구회 우려먹기’ 등 비판적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운영책임을 맡게 된 金위원장은 시종일관 서울평화상의 당위성을 역설하면서도 비판적 견해에 귀를 기울이는 여유를 보였다.

● 서울올림픽 1주년 기념식에서 대통령이 전격 발표함으로써 국민여론 수렴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해서 아직도 비판적인 여론이 많은데요?

여론형성에는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여론과 단기적인 안목에서의 여론이 있다고 봅니다. 한 예로 경부고속도로 건설 당시에는 국가적 인플레와 재정적 파탄을 우려하는 소리가 높았지만, 결과적으로 국가발전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88올림픽 때는 국내외에서 얼마나 강하게 반대 했었습니까? 그러나 온 국민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쳐서 성공리에 마쳤습니다. 서울평화상도 우리민족의 창의성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 30만달러라는 상금 액수에 대해서 논란이 많습니다. 89년의 역사를 가진 노벨상과 85년에 제정된 일본국제상에 이어 세계 세 번째 규모이며, 막사이사이상이나 네루상에 견주면 월등하게 많기 때문에 상금으로 권위를 사겠다는 발상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현재 국민체육진흥공단에 있는 올림픽 잉여금이 4천억원인데 금년 말쯤이면 5천억원쯤으로 불아납니다. 그중 30만달러를 인류평화에 이바지한 사람에게 주는 것은 대단히 의미있는 일이라 생가합니다. 서울평화상 상금은 정부예산을 축내는 것도 아니고 쌀을 살 돈으로 상금을 주는 것도 아닙니다. 그만한 돈으로 세계올림픽 문화에 기여할 몫을 생각해야 합니다.

● 분단상황에서 우리는 ‘평화상’제정보다는 ‘평화상’을 받으려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평화상을 제정할 만큼 성숙되지 않았다는 증거가 아닐까요?

분단국가인 만큼 평화에 대한 염원이 더욱 더 강하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동족기리 전쟁을 치른 분단국가에서, 그것도 동서가 한자리에 모여 올림픽을 치른 예는 없었습니다. 세계사적으로 기억될 만큼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서울평화상 제정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 그렇다면 북한사람에게도 이 상이 수여될 수 있습니까?

비정치적이고 비군사적인 차원에서 전 인류를 대상으로 선정할 것이므로 아프리카인에게 상이 돌아갈 수도 있고 북한사람 또는 남한사람에게 주어질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체육에 관련하여’ 세계평화에 공헌한 것이 인정돼야 한다는 조건입니다.

● 앞으로의 일정은 어떻게 되어 있습니까?

8월까지 수상자를 결정하여 올림픽 개최 2주년인 올 9월17일에 시상식을 거행할 예정이었는데 북경 아시안게임이 9월20일이어서 아시안게임이 끝난후로 시상식을 잡고 있습니다 빠르면 10월 하순, 늦어도 연말안에는 시상식이 거행될 것입니다.

중책을 맡은 소감은 어떻습니까?

올해 첫 수상자 선정이 이 상의 권위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될 것이므로 막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엄격하고 공정한 선정을 통해서 해가 갈수록 이 상의 권위를 키워나갈 생각입니다. 두고 보십시오. 나라는 작지만 머지않아 서울평화상의 권위를 세계에서 인정할 것입니다.

다른 올림픽 개최국가에서 그동안 왜 평화상을 제정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고 되묻는 그는 78살의 나이에 걸맞지 않는 젊음과 ‘살아있는 외교사’로서의 관록을 짙게 풍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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