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의 本馬 ·統戰 ·大遵
  • 안병찬 편집인 ()
  • 승인 1992.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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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번 대통령 선거가 전술차원이 아닌 국민을 위한 정책 대결의 마당이 되게 해야 한다.

 김영삼 대표가 기어이 집권 여당의 대통령후보가 되는 순간 혀를 끌끌차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가 우격으로 호랑이 껍질을 차지했대서였다. "대단하군"하고 감탄하는 소리도 들렸다. 그의 돌파력과 집념을 가리킨 것이었다.

 그의 행동은 武松의 행동양식으로 설명해도 되겠다.

 중국 고전소설 《수호전》에서 무송은 술에 거나하게 취해 목적지 景陽間으로 가는 길을 재촉하여 주막을 나선다. 무송은 '大虎가 출몰하니 해 떨어진 산길을 가지 말라'는 현리의 포고문도 무시하고 단신 초겨울 산중을 전진하다가 대호와 딱 마주친다. 반공에 치솟으며 벼락치듯 달려드는 대호를 슬쩍 비켜 무송은 맨손으로 그놈의 목덜미를 움켜잡고 무쇠주먹으로 60~70차례 난타하여 대호를 잡고 만다.

 김영삼후보의 얼굴이 불콰한 것만 가지고 얼큰한 취기로 호랑이 굴을 찾아간 무송과 같다는 말이 아니다. 그가 청와대 가는 길을 재촉한 나머지 시비곡직 불문하고 야간 돌격함이 목적지에 서둘러 가기 위해 무송이 담대한 행동을 취함과 비슷하다는 말이다.

 

'트로이의 목마' 이어 '통일전선전술' 쓰는 김영삼씨

 정권은 그것을 가지려 투쟁하는 사람에게는 호굴도 두렵지 않을 만큼 절실한 목적대상이 된다. 요즘 집권 여당 쪽에서 만들어낸 것으로 '정권 재창출'이라는 말이 있는데, 창출의 말뜻이 "전에없던 것을 처음으로 생각하여 만들어 내는 것"이므로 정권 '창출'이라면 몰라도 '재창출'은 어불성설이다. 아무튼 정권을 창출하기 위해 당사자들은 정권싸움을 벌인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김영삼 총재가 호굴 속으로 뛰어들어 펼친 정치적 결단과 승부를 '목마의 기습공격'에 견줄 수도 있다.

 목마의 기습은 호머가 쓴 서사시로 3천년 전의 전설이다.

 그리스 원정군의 10년 攻圍도 허사가 되었을 때 지모의 명장오디세우스(율리시즈)는 큰 목마를 만들어 트로이성 앞에 밀어다놓는 계책을 쓴다. 트로이군이 사제 라오콘의 충고를 무시하고 목마를 성 안에 끌어들이자 그 밤에 그리스 무사들이 목마에서 뛰어나와 기습공격을 가하니 트로이성은 허망하게 멸망한다.

 김영삼씨가 적은 인원을 이끌고 호굴 속으로 들어가 야간돌격을 감행하는 장면에서 트로이 목마가 상징하는 특공전을 생각하게되는 데는 까닭이 있다.

 목마의 특공전에 뒤이어 김영삼 후보가 청와대 공성을 위해 작전을 구사하는 모습은 마치 '통일전선전술'처럼 보인다.

 그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라며 5월21일 서교동의 최규하씨 자택부터 방문하자 우리는 어안이 벙벙했다. 이튿날 연회동으로 전두환씨를 방문하여 주고받는 말을 듣고서야 그것이 범 여권을 결속하려는 방책에서 나온 움직임이라고 깨달은 사람도 적지 않다. 김영삼 후보가 5공정권의 '창출자'를 향해 자기가 새 정권의창출자가 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은 통일전선전술의 안경이나 쓰고 보아야 풀릴 법한 대목이다.

 

문민·포용·大道 구현하는 후보로

 우리는 5공정권 창출자인 전두환씨의 두터운 신임을 받으며 국토통일원 장관을 지내던 허문도씨가 '통전전술과 트로이의 목마'를 연계하여 좌경 운동권과 야당을 공격한 말(86년 11월28일)을기억하고 있다. 허문도씨는 "그동안 좌경운동권이 외쳐온 구호 중의 하나인 '민주화'가 바로 통일전선을 위한 목마임을 간과할 수 없다"고 강경한 어조로 말했다. 그날은 마침 신민당 서울대회의전야로 허문도씨는 신민당 성 앞에 밀어다 놓은 좌경 목마를 신민당이 끌어들이고 있다고 비난한 것이다.

 통전은 主敵을 고립시키기 위해 동맹자를 끌어들인다. 우파와 연합하고 중간파를 끌어들이고 다시 우파를 치는 책략을 펼침으로써 버금가는 적을 쟁취하여 주적인 극우파를 고립시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제 김영삼 후보가 정권창출의 대망을 달성할 방책으로 '통전과 트로이의 목마'를 반대방향으로 굴리는 형편이니 분파와 통합 과정을 거듭하며 적과 동지를 구분하지 않는 정치현실이 실감난다.

 통일전선전술의 안경으로 들여다 보면 민주당 김대중 후보는 김영삼 후보의 주적이 된다. 그 주적이 '김영삼 후보 선출'을 보고 여야 모두 순수한 민간인 출신 후보를 냈으므로 축하할 일이라고 논평했다. 또 김영삼 후보 스스로 30여년의 민주화투쟁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과거의 군 출신 후보와는 달리 오는 대통령선거가 공명정대한 정책의 대결이 되도록 앞장서라고 주문했다.

 들리는 바로는 김영삼 후보 측근 참모들이 주군으로 하여금 이제부터는 상도동의 사랑방 운영을 지양하고 비중있는 인사만 만나게 하려고 궁리한다는 것이다.  또 공보와 의전 뿐 아니라 경호를 보강할 방법까지 강구중이라고 한다.

 그보다 더 급한 것이 있다. 김영삼 후보가 말해온 문민과 포용과 大道를 정책으로 구현하고 실천하는 일이다. 오는 대통령선거가 또 숙명적인 두 김후보의 대결이 될 모양인데 '통전'의 마당이 아니라 정책대결의 마당이 되게하는 책무가 김영삼후보에게지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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