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력이 몰고올 ‘팍스 일본’시대
  • 침승진 (산업연구원 부연구원) ()
  • 승인 1991.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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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경제에서 과거 팍스 브리태니커,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에 뒤이을 경젝 명확히 부상되고 있지 않는 가운데 경제의 다극화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유럽공동체(EC) 통합, 북미자유무역협정, 아시아 · 태평양지역경제권 형성이 진전되면서 세계 경제를 주도해나갈 지역경제와 각 지역경제에서의 주도국 위상을 선점하기 위한 모색기에 접어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세계 경제에서의 패권국 지위를 회득하기 위한 세계 장거리경주의 결승전에 비유해보면, 유럽선수는 과거의 화려했던 유럽시대를 되찾으려는 동기는 충분하지만 사공이 많아 진로에 난관이 적지 않다.

 미국 선수는 최근까지 세계 장거리선수권을 보유하고 있으나 승리에의 의지가 과거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일본선수는 세계 단거리 선수권 보유자로, 세계 경제의 주도국이란 타이틀 획득에 있어서는 폐활량 부족 · 국제적 감각의 결여를 드러내 이기주의 성향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완주, 최종테이프를 끊을 것인가 커다란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일본 경제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증대와 경이적인 경제발전의 주요 요인 및 취약점을 정리 하면서 21세기의 세계경제 속에서의 일본 경제의 위상을 진단해 본다.

21세기 초에는 미 · 일  경제 비중 역전
 1970년대 이후 미국의 경제력은 상대적으로 크게 저하된 반면 일본경제의 비중은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과거 30년간 일본과 미국의 경제력 변화추이를 비교해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나타난다.

 일본은 1960년대에 세계 총 GN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에 불과하였고 미국은 34%에 달하였으나, 1990년에는 각각 15%와 22%로 나타나 일본 · 미국의 GNP 합계는 줄곧 세계의 37% 로 불변이고 단지 양국의 구성비만이 변화했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1990년대에 일본의 연평균성장률이 4%, 미국이 2.5%를 유지할 경우 21세기 초에는 GNP의 절대액에 있어서 일본과 미구의 비중이 역전될 것이며, 1인당 소득은 일본이 미국의 2배에 이를 것이다.

 다시 말해서 오는 21세기에는 ‘Amerippon vs Jamerica'라는 게임에서 일본이 선두로 부상하는 ’Jamerica'의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이 좀더 높다는 것이다.
 이렇듯 일본 경제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부상하게 된 최대 발전요인은 일본형 자본주의의 본질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본형 자본주의의 특성은 첫째 경제거래에 있어서의 장기 신뢰관계 중시, 둘째 주주의 법인화라는 자보시장의 특성, 셋째 생산자 중시의 경제로 집약된다. 이런 일본형 자본주의의 특성과 일본인 특유의 위기의식, 즉 일본국민 및 기업의 대다수가 위기를 위기로(때로는 지나치게) 인식하고 있는 것이 효율적인 경제발전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구미제국의 경우 돌발적인 환경변화에 대하여 경영자 정치가 등 일부 계층만 위기를 인식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는 구미의 경제사회가 ‘계층사회‘인 데 반해 이본은 ’중간사회‘이며 ’전원참가형 기업구조‘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전후 일본의 경제민주화 추진과정에서 경제활동의 중심이 되는 기업은 노 · 사 · 거래선과의 공동체를 공고히 형성하는 등 ‘수평사회’로 발전함으로써 기업간 경쟁, 기업 내 종업원간 경쟁이 격렬하게 되었으며, 이것이 일본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한 것이다.

 일본 경제의 또 다른 특성으로 외부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강한 점을 들 수 있다. 일본의 근대사에서 일본 스스로가 선택한 전략의 수행과정에서는 크고 작은 실패를 경험하게 되는 바, 이는 일본인 특유의 집단정신에 의한 감정적 폭발로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민생기술, 군사기술로 전용
 그러나 외압에 대한 적응과 조정능력은 대단하여 석유쇼크 이후의 구조조정, 엔고 국면에서의 경이적인 합리화 추구 등의 대응은 일본 경제의 강한 ‘균형회복력’을 부여주고 있다

 이제 일본형 자본주의는 점차 일본형 기술자본주의로 변형되고 있다. 세계는 과학 · 기술의 발전에 따른 제2의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있다. 과학 · 기술이 산업을 변화시키고 경제 · 정치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자원소국이며 기술대국인 일본은 세계무역의 10% 가깝게 시장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러한 국제경쟁력의 배경에는 일본 기술수준의 우위가 존재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 중요시 되고 있는 신소재 · 전자정보시스템 · 생명과학 응용분야에서의 기술은 앞으로 일본의 우위를 가속화시키면서 관련산업의 경쟁력을 더욱 고조시킬 것이다.

 또한 군사기술 · 기초과학의 미국 우위, 민생기술의 일본 우위라는 구도 속에서 과거와는 달리 일본의  민생기술이 군사기술로 전용되는 현상(Spin on 현상)이 나타나면서 일본 기술수준이 재평가되고 있다. 더욱이 일본형 기술자본주의 최근 기술 재고화현상(stock현상), 기술융합의 진전, 일본 특유의 관리기숭의 향상 등으로 그 지위를 현저하게 높이고 있다. 이상의 일본형 자본주의의 강점은 동전의 앞뒷면 관계처럼 동시에 취챡점을 내포하고 있다. 즉 일본형 자본주의의 논리 자체에 알본 경제의 취약점의 핵심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장기 신뢰거래, 주주의 법인화로 국제적 재화와 자본시장으로부터 격리된 폐쇄성이 존재하고 있다. 생산자 중시라는 특성은 소비자 중시의 경제와의 균형된 진전을 지체시키고 있다. 또한 일본은 경제력에 부응한 국제적 책임을 갖고 정치적인 결정을 할 수 있는 권력중추가 존재하지 않는 ‘분권적 국가’, ‘얼굴이 보이지 않는 국가’로 평가되어 국제사회에서 투명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 취약성으로 되어있다.

 이제 1990년대 세계 경제환경의 변화 속에서 일본이 적응력 · 균형회복력 · 기술력을 발휘하고 취약점을 보완해나가면 세계최대의 자산국가로서 슈퍼파워가 될 기본조건을 갖추게 될 것이다. 폴 케니디 교수처럼 경제력이야말로 패권국의 선결조건이며 문화 · 정치 · 군사면에서의 패권은 자연히 생겨난다고 한다면 현재의 일본 · 미국 · 유럽의 3극구조 가운데 가장 높은 경제 · 기술력을 갖추게 될 일본이 자국의 광범위한 권익을 확대학기 위하여 패권국으로 부상할 가능성은 높다.

 단 1990년대에 일본형 및 구미형 자본주의 체제 사이의 우월성 경쟁에서 일본형 자본주의가 세계 속에 수용될 수 있을 것인가 여부가 최대 관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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