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 일본 新 태평양전쟁 벌일 것인가
  • 도쿄 · 채명석 객원편집위원 ()
  • 승인 1991.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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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군사력, 日 경제력 합치된 ‘팍스 아메리카나 Ⅱ’ 시대 열려 ‘대일본주의’ 부활로 충돌 가능성

 진주만 피습 50주년을 맞는 미 · 일 양국에서는 요즈음 제2차 태평양전쟁을 예고한 ≪다가오는 미 · 일 전쟁≫ (The Coming War with Japan)이라는 책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80년대말 “일본의 경제적 팽창을 봉쇄해야 한다”는 미국 내 일본 재인식론자(리비조니스트)의 일본봉쇄론보다 더욱 충격적인 이 책은 다음과 같이 미 · 일충돌의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
 
“미국은 경제력의 쇠퇴로 언젠가는 아시아 · 태평양지역에서 군사력을 철수하게 된다. 자원공급에 대해 항시 공포감을 갖고 있는 일본은 자원과 시장확보를 위해 멀지 않아 재무장, 이 지역의 ‘힘의 공백’을 메우려 든다. 아시아 · 태평양지역의 군사적 강자로 등장한 일본은 필연적으로 미국의 태평양 지배전략과 상충하게 돼 양국의 경제전쟁은 이윽고 군사적 충돌로 발전한다.”

 다시 말해서 ‘대동아공영권’의 부활을 노리는 일본과 ‘해양지배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미국과의 제2차 태평양전쟁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미 · 일충돌을 예견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反日의 書’는 또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이 최근 로체스터 공과대에 위탁해 만든 ≪일본 2000년≫이라는 보고서가 바로 그것이다.

 이 CIA보고서는 “일본은 세계에 대한 책임감이 결여돼 있기 때문에 서방제국이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조처를 취하지 않으면 세계를 경제적으로 제패하려 들 것이다”라고 지적, 일본의 ‘세계공영권’ 구축을 경계하고 있다. 이보고서는 또 “경영이념을 갖추지 못한 ‘일본주식회사’는 세계 경제 제패가 유일한 경영목표이기 때문에 미국과의 충돌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하고 있어 앞서의 책과 같이 미 · 일충돌을 예견하고 있다.

각종 反日의 書 “일본은 21세기의 적”
 이 CIA보고서는 89년 ≪No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이라는 책이 미 의회에서 큰 화재를 모았던 것처럼, 지금 대량으로 복사돼 워싱턴조야에서 널리 읽히고 있는 ‘숨겨진 베스트셀러’이다. 한편 일본에서는 이 보고서가 “일본을 21세기의 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대미 불만이 용암처럼 분출하고 있다. 일본 언론도 이러한 반일서적들이 냉전체제종식 이후 미국 내에 착하고 있는 “소련의 군사력보다는 일본의 경제력이 더 위협적이다”라는 이른바 ‘일본 위협론’을 증폭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세계 제2의 경제대국, 제3위의 군사대국 이본은 지금 이 예언서들이 지적하고 있는 거처럼 ‘신 대동아공영권’거널을 향해 진군하고 있는 것인가.

 걸프전쟁을 전후해서 일본에서는 ‘팍스 아메리카나 Ⅱ’라는 용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e부분의 세계전문가들이 걸프전쟁 이후의 세계질서는 유일한 초강대국 미국이 주도하는 ‘일국 패권시대’가될 것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있을 때 일본의 시각은 달랐다. 이들은 세계 최대의 채무국이자 엄청난 무역 · 재정적자를 안고 있는 미국의 경제력은 이미 국지적 분쟁을 단독으로 해결할 능력을 상실할 정도로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고 단정한다.

 따라서 아시아 · 태평양지역에 있어서 미국의 지배적 역할은 그 한계점에 도달하고 있으며, 걸프전쟁 때와 달리 미 · 일간에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군사력과 일본의 경제력이 합치되어 아시아 · 태평양지역을 지배하는 것이 바로 ‘팍스 아메리카나 Ⅱ'이며 지금 바야흐로 그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최근 ‘월드 리포트’라는 특집에서 “미국은 경찰관, 일본은 산타클로스라는 역할분담이 언제까지나 지속된다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팍스 아메리카나 Ⅱ’는 대결의 시대로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신문은 오는 12월7일로 태평양전쟁 발발 50주년을 맞이하는 요즈음 아시아의 경제적 상황은, 이전 일본이 무력으로 건설하려고 했던 ‘대동아동영권’과 흡사하다고 지적한다. 즉 일본의 산업전사들은 자본 · 기술 · 경영관리 등의 무기로 이 지역에 일본의 경제력에 의존하는 ‘통일제국’을 구축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또 미국이 ‘책임분담’의 증대만을 요구하고 ‘힘의 분담’은 꺼리기 때문에 ‘팍스 아메리카나 Ⅱ’는 결국 와해될 것으로 내다본다. 그럴 경우 미 · 일관계는 앞서의 예언서처럼 충돌의 시대로 접어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 · 일충돌’은 현실적으로 한걸음씩 다가오고 있는 것인가. 일본은 지난 걸프전쟁 때 2차례에 걸쳐 1백20억달러에 달하는 전비를 미국에 지원했다. 그러나 걸프전쟁이 끝난 후 일본은 전승국이 명단에 끼기는커녕 “돈만 내고 피는 한방울도 흘리지 않는 거만한 일본인들”이라는 비난만을 귀가 아프도록 들어야 했다.

 실제로 일본 외무성이 90억달러의 분담금을 추가로 결정한 직후 미국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70%가 일본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이본은 경제력에 걸맞는 국제적 역할을 전혀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얼굴은 보이지 않는 일본인, 돈만 내면 된다는 일본의 ‘수표 외교’가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반일감정이 전해지자 일본내 반미 분위기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일본의 보수우익들은 “자력으로 전쟁도 수행 할 수 없는 처지에 무리한 요구만 강요하고 있다”고 미국의 대일압력을 비난하면서, “일본은 미국이 버튼만 누르면 현금을 인출해주는 ‘현금자동인출기’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그중에는 예전의 ‘□□美英’(야만적이고 잔인한 미 · 영)과 흡사한 주장을 펴면서 신 국수주의적 반미를 외치는 사람들도 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은 ≪No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의 저자로 너리 알려진 이시하라 신타로 전 운수성 장관. 그는 “일본인은 전후 미국인에 의해 거세되어 내시처럼 돼버렸다. 경제대국이 된 지금이야말로 일본은 WASP(화이트 · 앵글로색슨 · 프로테스탄트)압력에 대항해 홀로 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이후 총리 ‘아시아의 맹주’ 자처
 앞서 말한 것처럼 걸프전쟁은 미국만이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임을 입증해준 한편, 미국 단독의 경제력만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미국의 한계’도 드러냈다. 또 경제마찰의 심화로 들쭉날쭉하던 미 · 일관계는 그 전쟁여파로 심한 감정의 앙금을 더해가고 있다. 이러한 틈새를 이용해 일본 정부는 지난 4월26일 걸프만지역에 소해정을 파견했다. 미국의 대일압력이라는 ‘외압’을 역이용해 해외파병의 교두보를 확보한 것이다.

 가이후 총리는 이어 5월3일 싱가포르연설에서 “아시아 · 태평양지역에서의 일본의 정치적 역할을 확대해가겠다”고 표명함으로써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하고 나섰다. 아 · 태경제력의 60% 이상을 거머쥐고 이 지역에 정부개발원조(ODA)의 62%를 쏟아넣고 있는 일본이 이제는 그 경제력에 걸맞는 정치력을 발휘하겠다는 속셈인 것이다.

 그 구체적인 행동이 바로 캄보디아 내전에 적극 개입하려는 움직임이다. 일본은 지금껏 캄보디아 4파의 화평을 적극 주선해 왔으며, 유엔안과는 별도로 독자적인 내전 종식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또 일본 정부가 지금 유엔평화유지활동(PKTO) 관련법안을 서둘러 마련하려고 하고 있는 저의는 바로 이 캄보디아 내전종식 후 1천여명의 평화유지군 내지는 정전감시단을 파견해 이지역의 정치적 방언권을 확대하는 데 있다고 여겨진다.

 냉전체제 종식과 걸프전쟁의 틈새를 비집고 크게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것은 일본 정부 뿐만이 아니다. 일보 내 보수우익세력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일본이 여태껏 ‘모라토리엄(지불유예) 국가’에 불과했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하면 일본의 현행 헌법은 미국이 멋대로 만들어 강제로 떠맡긴 불량품이므로 일본인 스스로가 만든 헌법을 갖추지 않는 한 ‘완전한 국가’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들의 목표는 결국 소해정 파견 때와 같은 헌법의 ‘확대해석’에 만족하지 않고 현행 헌법을 ‘개정’하자는 데 있다. 이들은 “일본은 전후 45년간 평화헌법이라는 족쇄에 묶여 ‘소일본주의’에 안주해왔다. 그러나 세계 GNP의 15%를 차지하고 세계 제일의 채권대국으로 부상한 지금, 일본만 평화롭게 살겠다는 ‘1국 평화주의’를 버리고 戰前과 유사한 ‘대일본주의’를 지향하자”고 외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일본 정부는 지금 ‘전범’이라는 사슬을 끊기 위해서도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유엔현장의 ‘옛 적국조항’ 삭제와 안보리 상임이사국 선임공작이 바로 그것이다. 유엔헌장 53조와 107조에는 제2차대전 때 연합국과 교전했던 적국(일본 독일 이탈리아 등 7개국을 상지하고 있다) 이 또다시 침략행위를 할 경우, 안보리 결의 없이 이를 무력으로 응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본의 세계 경제 제패는 인류의 제앙”
 일본 정부는 이 두가지 문제를 전후 외교의 최대 과제로 삼고, 얼마 전부터 이에 대한 개정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이를 달갑지 않게 여기는 미국과 유럽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는데, 최근 일본 정부는 유엔분담금 납부액이 미국 · 소련에 이어 세 번째라는 점을 들어 구 적국조항의 효력상실 선언을 요구하고 나섰다.

 냉전체제 종식과 걸프전쟁을 계기로  시작한 일본의 이러한 움직임은 당연히 많은 나라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무장평화유지 활동에 일본을 참가시키는 것은 알코올중독자에게 위스키가 들어있는 초콜릿을 주는 것이다.” 이것은 일본의 소해정 파견 직후 싱가포르의 이광요 전총리가 지적한 말이다. 그는 5월초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와의 인터뷰에서 “대다수 아시아인은 일본의 재무장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그 이유로 “일본인들은 한 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려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92년말의 유럽공동체(EC) 통합을 앞두고 유럽도 일본을 더욱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통상장관 때 “일본은 유럽 공통의 적”이라고 공언한 프랑스의 에디트 크레송 총리는 취임 후 즉각 일본과의 경제전쟁을 선포했다. 또 80년대말 일본의 경제팽창을 봉쇄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미국의 일본재인식 조사의 논조를 그대로 답습한 CIA보고서도 “이본이 세계 경제를 재패한다면 그것은 인류의 재앙이다”라는 극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러한 ‘일본 위협론’이 전세계를 휩쓸고 있을 때 지금 일본의 보수우익 그룹에서는 또다시 ‘신 대동아공영권’ 구축을 외치고 있다. 이같은 ‘대일본주의’의 부활은 결국 앞서의 소설처럼 “미 · 일 양국민이 원하든 원치 않든” 두나라의 충돌을 예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화제의 미 · 일관계 전망서
 ≪일본봉쇄≫(Containing Japan) /제임스 팔로우스(1989)/일본은 세계공존 사상이 결여되어 있는 나라. 오직 존재하는 것은 경제확대구조뿐. 따라서 미국은 일본가의 우호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일본의 경제확장을 봉쇄하지 않으면 안된다.

 ≪다가오는 미 · 일전쟁≫(The coming War with Japan)/조지 프리드먼, 메레디즈 르바드 공저(1991)/ 경제력의 쇠퇴로 미국은 아시아에서 철군, 일본은 자원과 시장확보를 위해 재무장하여 아시아 지역의 힘의 공백을 메우려든다. ‘신 대동아공영권’을 구축하려는 일본과 태평양 지배권을 잃지 않으려는 미국은 반드시 충돌하여 제2차 태평양전쟁이 발발한다.

 ≪CIA보고서≫/로체스터 공과대학(1989)/ 일본은 개인의 자유와 존엄에 입각한 서구형 시스템과는 달리 집단주의 · 경제이기주의에 의한 일본형 시스템에 의해 경제대국화할 것임. 따라서 일본이 세계 경제패권을 차지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대응조처가 필요하다. 일본은 미국 견제를 목표로 소련과 동맹관계를 체결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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