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낸다고 폭주족 없어지나
  • 박성준 기자 ()
  • 승인 1992.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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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폭 운전 청소년 급증…레저로 유도해야 ‘위험’ 근절



 도심 속 10대 무법자인 청소년 폭주족이 날로 늘고 있다. 영업용택시 운전기사 김훈씨(47?유림운수)는 지난 4월 말 밤 12시가 넘어 서울 을지로 4가 풍전상가 앞을 지나다 대형 오토바이사고를 목격했다. 을지로 입구쪽에서 전속력으로 달리던 오토바이 한 대가 택시를 들이받은 것이다. “쾅” 소리와 함께 5~6m 정도 허공에 떴다가 그대로 떨어진 운전자는 17~18세쯤 돼보이는 고등학생이었다. 함께 달리던 2대의 다른 오토바이 운전자는 쓰러진 동료를 남겨둔 채 뒷좌석에 여학생을 태우고 달아나버렸다. 운전사 김씨는 “지난해부터 폭주족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보통 3~4대가 한패가 되지만 때때로 10여대가 무리지어 다닐 때도 있다”고 말한다.

 난폭운전과 과속은 폭주족에게서 볼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모습이다. 현재 도로법규상 시내에서 오토바이가 낼 수 있는 최고 속력은 시속 60~70km. 그러나 속도감을 즐기는 폭주족이 규정대로 속력을 낼리 만무하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배기량 125cc짜리 오토바이의 최고속도는 시속 1백20km이다. “교통량이 줄어드는 심야시간대가 되면 서울 장안평?미아리 일대?공항로 등에서 과속으로 달리는 폭주족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택시기사들은 말한다.

 폭주족은 교통법규를 위반할 뿐만 아니라 법으로 금지된 차체 개조도 서슴지 않는다. 쇼버(오토바이에 달린 원통형 완충기)를 높이고 핸들을 직선형으로 만들어 차체를 높이는 것이다. 개조된 오토바이는 중심을 잡기 어렵고 충격을 받으면 쉽게 부서질 수 있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크다. 또 한 폭주족은 ‘마후라’(머플러)를 소리가 크게 나는 것으로 갈아끼우고 대형 카스테레오를 장착하거나 ‘빵빵이’로 불리는 에어 클랙슨까지 부착해 소음공해를 일으킨다.

 문제는 최근 일부 청소년들 사이에서 폭주족 흉내가 유행병처럼 번진다는 점이다. 지난 4월 면허시험을 통과해 ‘2종원자’(원동기자전차?배기량 125cc 이하) 면허증을 손에 쥔 김모군(19?서울 ㄴ공고 3년)은 “요즘엔 오토바이 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16세를 넘기기 무섭게 면허를 따는 친구들이 많이 늘었다”고 밝힌다. 이들의 대부분이 차체를 개조해 폭주족 흉내를 낸다고 김군은 전한다. 현재 김군과 같은 반 학생 80명 가운데 오토바이 면허증 소지자는 15명 정도. 학생들이 면허시험을 보기 위해 한꺼번에 수업을 빠지는 바람에 교실 여기저기에 빈자리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한국의 폭주족은 최근 언론의 비난처럼 심각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모터사이클 동호인 모임 ‘스파이더 클럽’ 禹炳國 회장(38)은 “한국의 경우 난폭한 운전자들이 가끔 폭력을 휘두르는 사례는 있어도 일본의 경우처럼 폭력집단이나 범죄 조직화된 예는 없다”면서 “무조건 이들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오토바이 경기장과 연습장을 등을 마련해 청소년의 욕구가 건전하게 해소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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