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많은 중국 벌 수입 막아야”
  • 정희상 기자 ()
  • 승인 1992.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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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세계에 분포된 벌통은 총 2천5백만통으로 집계된다. 소련이 8백만통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7백만통을 가진 중국이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70만통이 있다. 벌집한통에 꿀벌 약 2만마리가 사니 우리나라에만도 1백40억마리 가량의 벌이 날아다니는 셈이다. 물론 여기에는 토종벌도 포함돼 있다.

 우리 조상이 벌을 기르기 시작한 것은 고구려때부터라고 기록돼 있다. 양봉 기법은 고대 인도에서 중국을 거쳐 고구려?백제?신라?일본 순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본격적인 근대 양봉 기법이 들어온 지는 1백년도 채 되지 않는다. 1900년경 독일 선교사가 양봉을 들여온 것이 근대 양봉의 효시였다. 현대 우리나라에는 이탈리안 벌인 흑색계통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탈리안 벌은 카니올란벌, 코카시안벌과 함께 ‘표준 벌’로 불린다.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높고 생산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70년대 초 ‘꿀벌 응애’라는 질병으로 타격을 입은 때를 빼고는 70년대 말까지는 양봉의 전성시대였다. 그러나 80년대 들어 외국에서 들어온 ‘석고병’이라는 벌 전염병으로 엄청난 벌이 폐사하고, 여기에 최근 농약, 환경오염이 겹침으로써 벌의 떼죽음은 해마다 늘고 있다.

 환경오염 외에 벌의 떼죽음을 부채질하는 요인으로는 외국벌의 무분별한 수입이 꼽힌다. 특히 올해부터 일부 양봉 관계자들이 들여온 중국벌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서울농대 양봉과학연구소 우건석 박사는 중국산 수입벌이 몰고 올 폐해를 이렇게 말했다.

 “국내 벌의 수가 감소하자 지난해 호주에서 5천통의 벌이 들어왔다. 올해는 호주에서 다시 2만통이 수입됐고 중국에서 처음으로 3천통이 들어왔다. 호주는 세계적으로 꿀벌의 질병이 가장 적은 나라이기 때문에 아직 별 문제는 없다. 그러나 중국벌은 질병 기생충이 많기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다. 중국산 벌을 해부한 결과 심각한 전염병균이 나타났다.”

 그의 연구실에 진열된 중국벌과 그 유충의 몸에 시커멓게 붙어있는 병원균은 사태의 심각성을 쉬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우박사는 “이런 상태에서는 아무리 국내에서 우수 벌을 양성하더라도 빈 독에 물붓기”라며 중국산 벌 수입을 강건너 불구경하듯이 방치하는 정부의 무책임을 질타했다. 세계 주요 양봉국들은 저마다 꿀벌보호를 입법화해 벌의 수출입관리를 엄격히 통제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자국 벌의 이동경로까지 정부에서 파악해 피해방지를 돕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벌의 집단 폐사 원인균을 가진 중국벌이 아무런 방제 방역 과정 없이 무분별하게 들어왔다. 벌만 수입된 것이 아니라 병원균의 서식처가 되는 벌통도 같이 수입됨으로써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는 것이 우교수의 주장이다. 모든 양봉 국가가 방제를 이유로 벌통 수입만은 금지시키는 상황에서 벌통까지 수입한 예는 우리가 처음이라는 것이다.

 그가 지난해 최초로 발견해 보고한 지리산 토종벌의 ‘작은 꿀벌 응애’라는 질병도 외국벌 수입으로 생겨났다고 한다.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이래저래 벌의 떼죽음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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