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가지 뻗칠수록 “앉아서 떼돈”
  • 김상익 기자 ()
  • 승인 1991.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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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상륙한 ‘암웨이’의 무점포 판매 인기… 회사측 “소비자 기만 아니다”

 20만원어치 물건을 팔고 그 대가로 1백50만6천원을 받는 거짓말 같은 일이 과연 있을 수 있을까. 요지경 같은 판매조직 속에서는 그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지난 5월1일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암웨이의 판매방식도 그중 하나다. 돈을 벌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귀가 솔깃해질 이런 ‘매력’ 때문인지 지난 2개월간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가정주부는 물론 번듯한 직장을 가진 중년 남성까지도 암웨이 판매조직에 들어가기 위해 아우성을 쳤다.

 암웨이는 친구 사이인 제이 밴 엔델과 리치 디보스라는 두 사람이 1959년 미국에서 설립한 직접판매회사이다. ‘LOC’라는 이름의 생분해성 다목적 액체세제 하나로 사업을 시작한 암웨이는 현재 세탁용 물비누에서부터 화장품·주방기구·자동차에 이르기까지 3백여종의 소비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암웨이는 이른바 ‘무점포 판매’방식으로 90년 한해 동안 미국에서 22억달러 이상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암웨이의 판매원은 ‘디스트리뷰터’(공급자)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디스트리뷰터는 신분증 사업설명서 물품주문서 시제품 5종류 등이 들어 있는 ‘비즈니스 키트’(구입비 5만5천원)를 구입한 뒤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개인사업’을 시작한다. 이들과 회사와의 관계는 독특하다. 회사는 제품을 공급하고 판매실적에 따라 장려금을 지급하는 업무를 할 뿐 판매원과 고용관계를 맺는 것은 아니다.

암웨이 급부상엔 ‘한탕주의’도 한몫
 암웨이측은 암웨이 판매방식이 방문판매와도, 상점판매와도 구별된다고 말한다. 무점포 판매라는 점에서는 방문판매와 유사하지만 방문판매가 주로 모르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판매라면, 암웨이 방식은 친구 친지 가족 등 아는 사람을 주고객으로 한다는 것이다. 아는 사람에게 물건을 판매하는 만큼 제품의 질이 믿을 만한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인다. 친지의 소개로 암웨이를 알게 됐다는 ㅈ씨는 “평소 세일즈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있지 않은 탓에 처음엔 의심을 품었지만 제품을 직접 써본 뒤 암웨이를 믿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작은 회사의 월급쟁이 사장 노릇을 하며 부업으로 암웨이 제품을 팔고 있지만 자리가 잡히면 아예 전업할 생각이라고 털어놓았다.

 암웨이의 보상제도는 다른 전문 영업조직과 마찬가지로 판매조직이 확장될 때마다 상부 조직원에게 더 많은 판매장려금이 돌아가도록 보장한다. 암웨이가 한국에서 단기간에 선풍을 몰고온 데에는 ‘한탕주의’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위의 표와 그림들을 보자. 만약 ‘가’라는 판매자가 6명의 친지 ‘나’에게 20만원어치의 물건을 팔고 ‘나’ 역시 20만원어치씩 물건을 팔았다면(보기1) ‘가’와 ‘나’는 모두 30%의 소매이익금 6만원씩을 받을 수 있다. 회사측은 소매이익금 외에 실적에 따라 판매장려금을 지급한다(판매장려금 비율표 참조). ‘가’가 이끄는 판매조직은 1백40만원에 대한 9%의 판매장려금 12만6천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 판매장려금을 ‘가’가 독차지하는 것은 아니다. 각기 20만원의 실적을 올린 ‘나’에게도 그에 대한 판매장려금이 돌아간다. 20만원에 대한 장려금 비율은 3%이므로 ‘나’는 6천원씩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가’는 12만6천원에서 3만6천원(6천원×6명)을 뺀 9만원을 판매장려금으로 지급받는 것이다. 결국 ‘가’는 20만원어치를 팔고 소매이익금 6만원과 판매장려금 9만원을 합친 15만원의 판매수입을 얻고, ‘나’는 6만6천원씩을 받게 된다.

 이 조직이 다시 가지를 쳐 ‘나’는 각기 4명의 하부조직 ‘다’를 ‘후원’하고, ‘다’는 또 각각 2명의 판매인 ‘라’를 거느리고 있으며 이들 모든 판매조직원이 월간 20만원씩의 판매실적을 올렸다고 할 때(보기2) ‘가’의 판매수익은 1백50만6천원이 된다. 어떻게 이런 계산이 나올까.

 이 조직 총인원은 ‘가’ 1명, ‘나’ 6명, ‘다’ 24명, ‘라’ 48명 등 79명이다. 79명이 각각 20만원어치를 판매했다면 이 조직의 총매출액은 1천5백80만원이 된다. 이 판매액은 21%의 판매장려금을 지급받는 수준이다. 따라서 이 조직에 돌아오는 장려금 총액은 3백31만8천원이 된다. 여기에서 ‘나’에게 지급해야 할 장려금을 뺀 금액이 ‘가’의 장려금이다.

 13명으로 구성된 ‘나’조직의 판매액은 각각 2백60만원이므로 ‘나’에 대한 장려금 비율은 12% 수준으로 떨어진다. ‘가’는 2백60만원에 대한 장려금 31만2천원을 여섯 사람 모두에게 지급하면 그만이므로(31만2천원×6=1백87만2천원) 1백44만6천원의 장려금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소매이익금 6만원을 더하면 ‘가’는 총 1백50만6천원을 벌게 되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방식으로 ‘나’는 31만2천원 중 ‘다’에게 지급할 몫을 뺀 16만8천원을, ‘다’는 ‘라’에게 지급할 6천원을 뺀 2만4천원을 판매장려금으로 지급받는다.

 ‘라’는 아직 하부 판매원을 ‘후원’하지 못했으므로 소매이익금 30%와 판매장려금 3%등 33%의 수익밖에 올리지 못하나 ‘가’는 자기 밑의 판매원을 “후원하고 교육하는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직접판매 실적에 대한 7백53%의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라’의 경우도 언젠가 파내장려금 21%를 받는 수준으로 매출실적을 올리면 ‘어른 대접’을 받아 독립할 수 있으나 그렇게 될 때까지는 ‘윗사람’들에게 상당한 액수의 ‘교육비’를 지급하는 셈이다.

 이같은 보상제도 때문에 암웨이의 판매방식이 피라밋식 판매방식이 아니냐 하는 의문이 생겨나고 있다. 암웨이측도 이 점을 의식한 듯 최근 피라밋식과 암웨이 방식의 차이점을 홍보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60년대부터 홀리데이매직 코스콧 게로마 등 피라밋식 판매회사가 활개를 쳐왔다. 이들 회사는 신규회원을 끌어들이면서 고액의 입회비를 받거나 대량의 재고를 떠넘겨 이익을 취했다. 그러므로 비싼 대가를 치른 신규회원이 돈을 벌기 위해서는 더 많은 회원을 자꾸 끌어들이는 길밖에 없었다. 이처럼 물건판매보다는 회원 확대를 통해 수입을 창출하는 판매방식이 소비자를 기만하는 피라밋방식이다. 현재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는 피라밋 방식을 규제하는 법을 제정해놓고 있다.

“피라밋 판매방식 아니다”
 암웨이는 자사가 “75년 미국에서 제소된 적이 있으나 연방무역위원회가 79년 피라밋식 판매가 아니라는 최종판결을 내렸다”면서 △비즈니스 키트 구입비용 5만5천원이 입회비의 전부이며 △품질이 뛰어나고 △소비자가 제품에 대해 불만을 느끼면 교환 또는 환불을 해주는 한편 △재고부담을 지우지 않는다는 점 등에서 암웨이 방식과 피라밋 방식은 차이가 난다고 주장한다.

 1백만~2백만원대의 자기침구 판매로 유명해진 저팬라이프, 암웨이, 터퍼웨어 등 3종류의 판매방식을 조사한 바 있는 어느 민간 마케팅연구소의 ㅊ연구원은 암웨이의 판매방식에 대해 “소비자 만족보증 및 환불제도 등을 통해 개선·발전된 피라밋 방식이 아니겠느냐”면서 “그러나 그같은 판매방식이 소비자를 기만하는 방식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경제기획원 공정거래위원회는 암웨이를 내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 사실 자체가 암웨이의 ‘불공정성’을 말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 박유광 사무처장은 “조사가 끝나서 어떤 판정(심결)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이므로 그사건에 관해 말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내사결과가 암웨이에 대한 ‘의심’을 풀어주게 될지 그 반대일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심결이 날 때까지 암웨이 선풍은 날로 거세게 아파트촌과 주택가 골목을 휩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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