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지도자의 人生史 연구
  • 김광식 (한식대 강사·정치학) ()
  • 승인 1992.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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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접근한 양성철 교수의 《박정희와 김일성》


 분단시대 남북한 최고통치자였던 박정희와 김일성의 정치행태를 심리학적 방법론을 빌려서 설명하고 있는 《박정희와 김일성》(한울 펴냄)은 몇가지 점에서 독특하다.

 첫째는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두 인물의 위상 때문이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분단되어 있는 남한과 북한을 통치하였을 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삶에 강렬한 자취를 남겼다. 둘째는 기존의 傳記를 심리학적으로 분석하는 연구방법론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먼저 각종 전기물을 통해 두 사람의 인생 이력을 비교 분석함으로써 통치자로서 두 사람의 삶을 보다 사실에 가깝게 파악하려고 노력하였다. 다음에는 이러한 시대배경과 인생역정이 이들의 정치 활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가 하는 것을 성장의 심리학을 통해서 해명해나간다. 따라서 이 책에서 박정희와 김일성은 시대의 아들인 동시에 심리학적인 존재로서 독자들 앞에 서게 된다.

 이 책은 크게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 3부까지는 각각 박정희와 김일성의 어린 시절과 성년기, 그리고 최고 권력을 장악하게 되는 과정을 다루고 있고, 4부에서는 한반도 통일의 전망 속에서 박정희와 김일성을 직접 비교한다. 여기에서 저자는 박정희와 김일성을 직접 비교한다. 여기에서 저자는 박정희와 김일성이 외관상의 차이와 대조적인 성격에도 불구하고 몇몇 중요한 정치심리적 측면에서 서로 일치함을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첫째로 두 사람은 학자라기보다는 군인이었다. 그들은 칼이 펜보다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무력을 사용해서 권력과 합법성을 설명한 것이다. 두 번째로 그들은 모두 기존권력의 유지와 극대화를 위해서 마키아벨리적 경구를 사용했다. 세 번째는 두 사람 모두가 자기 경력에 관해 열등의식을 갖고 있었다. 저자는 이 열등의식을 두 사람이 젊은 시절 경험한 서로 다른 ‘정체감의 위기’(identity crisis)로 설명하고 있다. 즉 김일성이 만주에서는 중국 공산 유격대와, 이후는 소련군과 연계한 것, 그리고 박정희가 일본군에 복무한 것 등이 그것이다. 넷째 박정희와 김일성의 외세 접촉은 전혀 다른 결과를 낳았는데, 박정희에게는 외세선호주의를 그리고 김일성에게는 외세혐오주의를 가져왔다.

 이 책은 81년 미국에서 영문으로 먼저 출간되었고, 87년에 《분단의 정치학》이라는 이름으로 번역된 적이 있다. 그런데 이 책이 쓰여진 이후 지금의 상황에 이르기까지 세계사적인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한반도에서도 격동의 역사가 전개되었다. 그 큰 흐름의 하나는 냉전이 해소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냉전의 해소가 우리 민족이게 평화를 보장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냉전을 대체하는 것은 공존과 평화가 아니라 새로운 경제적 민주주의이다. 그리고 이 경제적 대치구조 속에서 일본이 아시아로 밀려오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새로운 소용돌이의 시대에 민족의 생존과 번영을 이루기 위해서 민족적 지혜를 모으지 않으면 안된다. 양성철 교수는 이 책의 한글판 서문에서 지혜는 이상과 희망에 의해서 저절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철저한 현실 분석을 통해서 나온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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