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엑스포 吳明 조직위원장
  • 김상익 경제부 차장대우 ()
  • 승인 1992.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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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 치르면 과학기술 도약”



 대전엑스포 吳明 조직위원장은 엑스포 상징탑인 한빛탑 상량식이 있던 5월27일 행사에도 참석하지 못하고 뉴질랜드로 향해 떠났다. 엑스포 참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출국 이틀 전인 25일 서울 삼성동 한국종합전시장(KOEX) 별관 3층 집무실에서 오명 조직위원장을 만났다. “경제 사정이 나쁜데다 정치권마저 불안정해 행사준비가 더욱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럴 줄 알고 위원장직을 안 맡으려고 했는데…”라고 대답하며 지난 2년6개월간 겪은 고충과 앞으로의 계획을 털어놓았다. 오 위원장은 62년 육군사관학교(18기)를 졸업한 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을 입학해 전자공학을 전공했다. 72년 뉴욕 주립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81년부터 88년까지 7년7개월간 체신부 차관과장관으로 근무했다. 89년 11월7일 羅雄培 민자당 의원의 뒤를 이어 대전엑스포 조직위원장 자리에 앉았다.

 

대전 엑스포가 4백여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큰 대회를 준비하기엔 넉넉지 않은 시간인데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쪼개 쓰십니까.

새벽 6시에 일어나 7시에 아침을 먹고 7시30분에 집을 나옵니다. 건강관리에 시간을 좀 보낸 뒤 사무실로 옵니다.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행사를 준비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방향 결정 등 내부의 일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편입니다. 담당 국장?총장?위원장이 수시로 만나 머리를 짜냅니다. 엑스포는 과학기술 분야는 물론이고 문화 예술 교육 등 관련이 안되는 분야가 거의 없는 행사입니다. 그래서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이벤트 하는 분, 탤런트, 에어로빅 하는 분, 미래예술을 하는 분, 디자이너, 하여튼 굉장히 넓은 분야의 사람과 만나야 합니다. 매일 밤 늦게 돌아가니 집에서 저녁밥 먹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해외출장도 자주 다니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틈날 때마다 나갔습니다. 횟수를 기억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처음에는 주로 아이디어를 얻고 기본방향을 정하기 위해서 해외를 둘러보았지만 최근에는 유치교섭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에 각국을 방문합니다. 금년 6?7?8월중에 각국의 예산이 거의 정해지기 때문에 그 전까지 집중적으로 다니면서 유치교섭을 해야 합니다.

 

그동안 엑스포에 대해서는 언론에 숱하게 보도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국민들은 엑스포가 무엇인지 알고 있지 못합니다. 홍보가 안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우선 올림픽과 비교하면, 올림픽은 국민의 90%가 올림픽이 뭔지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엑스포는 90%가 이해를 못하고 있습니다. 엑스포는 올림픽과 달리 선진국 중심의 행사입니다. 그동안 선진국에서만 개최돼왔고 참가하는 나라들도 대개 선진국이었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엑스포를 홍보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명칭도 문제입니다. 일제 때 창경원에서 한 것도 박람회고, 상품을 전시하는 무역박람회도 박람회고, 신문에 보도되기를 베트남에서도 박람회를 한다고 하니까 박람회란 명칭이 국민에게 큰 혼란을 주고 있습니다. 엑스포는 박람회다. 이러니까 무든 국민이 다 아는 행사처럼 인식하고 있어 정확하게 홍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금도 대부분의 국민이 엑스포를 상품전시회쯤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엑스포란 도대체 어떤 행사입니까.

엑스포는 한 시대가 달성한 성과를 확인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무대입니다. 국제박람회 협약 제1조에 박람회는 “일반 대중의 교육과 계몽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인류 노력에 의하여 성취된 발전성과를 전시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여줌으로써 새로운 발전을 추구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엑스포는 단순히 상거래 차원에서 개별업체 위주로 특정상품을 전시하는 무역전시회와 크게 다릅니다. 세계적으로 여러 가지 박람회가 개최되고 있으나 박람회의 꽃은 국제박람회기구(BIE?Bureau of International Exposition)가 공인한 엑스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인 엑스포는 다시 종합엑스포와 전문엑스포로 나뉘는데 종합엑스포는 ‘인류의 광범위한 활동 부분에서 달성됐거나 달성될 진보’를 대상으로 하는데 비해 전문엑스포는 ‘일류 활동의 일부분’만을 대상으로 합니다. 현재 스페인의 세비야에서 열리는 만국박람회는 종합엑스포이고 대전엑스포는 전문엑스포입니다.

 

대전엑스포의 주제는 무엇입니까.

‘새로운 도약에의 길’이 주제입니다. 부제는 ‘전통기술과 현대과학의 조화’와 ‘자원의 효율적 재활용’입니다.

 

엑스포의 주된 목적은 교육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대전엑스포는 어떤 것을 교육하려 합니까.

과학기술입니다. 엑스포 행사장을 한번 둘러보기만 하면 국내 국외를 통틀어서 모든 국민들이 과학기술에 대해서 뭔가 머리 속에 정리하고 새롭게 발전해나가는 과학기술을 직접 알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엑스포 행사장은 국제전시관과 상설전시장 두 구역으로 이루어집니다. 상설전시관 구역에는 정보통신 우주 항공 자동차 소재 자원활용 전자 컴퓨터 등 15개의 테마관이 있는데 여기를 돌아보는 동안 분야별로 미래의 모습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경험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국제전시관 구역에서는 전세계의 앞서 나가는 기술이 다 선을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엑스포를 잘 치르고 나면 전국민의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가 넓어집니다. 그렇게 되면 우수한 청소년들에게 과학기술자의 꿈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국가 전체로 봐서도 과학기술에 더 많이 투자할 여건을 만들어주게 됩니다.

 

한때 국내 기업의 참여가 부진해 애를 먹지 않았습니까.

초기에는 그랬습니다. 그래서 수없이 찾아다니면서 설득했습니다. 어떤 기업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어렵사리 그룹 회장을 찾아뵜는데 회장께서 “난 이해하겠지만 사장단 회의에서 다시 한번 얘기해달라”고 하시더군요. 보따리 싸들고 사장단 회의에 들어가 그림을 펼쳐보이며 설명을 했습니다. 또 다른 그룹에서는 한다고 했다가 나중에 안한다고 해서 몇 번씩 찾아다닌 적도 있습니다. 재계에서는 저희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재계쪽에 정말 고맙다고 얘기할 만큼 지원을 잘 받았습니다.

 

정부 부처와 협조는 잘 되고 있습니까.

정부의 지원을 잘 받아야 하기 때문에 정부에 있는 분들과 자주 만납니다. 예산은 경제기획원과 관련이 되고 업무상으로는 상공부와 관련이 큽니다. 과학기술처는 물론이고 엑스포와 관련되는 업계에 대한 지원 때문에 재무부의 협조도 있어야 합니다.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동력자원부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각종 문화예술 행사도 함께 치러지기 때문에 문화부와도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다들 도와주려고 합니다만 정치의 계절인데다 우리나라 경기가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쪽에서 지원해주는 데도 어려움이 많은 것 같습니다.

 

현재 스페인에서 열리고 있는 세비야 엑스포에서 화재가 났습니다. 뜻밖의 안전사고에 대한 대책을 세워놓으셨는지요.

안전사고는 언제든지 날 수 있습니다. 세비야의 경우 정부관이 불탔고 남태평양관이 최근에 불탔습니다. 우리의 경우도 화재가 날 가능성이 많습니다. 특히 우리처럼 급하게 작업을 하다보면, 예를 들어 한쪽에서는 용접을 하고 있고 한쪽에서는 인테리어 공사를 하다보면 사고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벌써부터 소방훈련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공사가 진행된 뒤엔 소방차가 현장에 와서 대기하도록 조처해놓긴 했습니다만 만에 하나 화재가 발생할까봐 저도 굉장히 걱정입니다. 대전엑스포를 참관할 관람객은 약 1천만명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행사기간중 생길지 모르는 인적?물적 사고에 대비하여 경비대를 설치하고 각종 보험에도 가입할 것입니다.

 

1천만명이나 되는 관람객을 수용하려면 숙박시설과 교통이 문제될텐데요.

숙박시설은 대전과 인근지역에서 1백63개 업소 6천2백34실 정도를 신?증축할 계획입니다. 민박가정도 2백가구 이상 선정할 계획입니다.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해서 경부고속도로 일부 구간을 확장할 것이며 교통통제 센터도 설치 운영할 계획입니다. 한편 고속도로의 과중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특별열차를 운행하는 등 철도의 수송 부담률을 최대한 높일 계획입니다.

 

대전엑스포 조직위원회는 60개 국가와 20개 국제기구를 유치한다는 목표를 세워놓았는데 차질 없이 진행되겠습니까.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참가하겠다고 알려온 나라는 영국 프랑스 일본 등 41개국입니다. 미국 캐나다 등 11개 나라도 공식서한을 곧 보내올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독일 브라질 싱가포르 등 30개 국가는 참가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한편 22개의 국제기구가 참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최근 남북한의 화해 분위기는 북한의 참가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아직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스페인 세비야의 경우 개막식날 23개 관이 문을 못 열었습니다. 건물이 완공되지 않았거나 전시물이 미쳐 준비되지 않아 국기 게양대에 국기가 못 올라갔습니다. 우리도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이것도 크게 걱정이 되는 부분입니다.

 

예산은 얼마나 들어갑니까.

박람회장을 건설하고 운영하는 한편 각종 행사를 치르는 데 드는 직접경비는 약 3천8백70억원으로 잡고 있습니다. 대전시의 일부 간선도로 확장?포장 및 주변환경 정비 등 기반시설 투자에 2천65억원이 들어갈 것입니다. 모두 5천9백35억원이 들어가게 됩니다. 이 재원은 국고 2천7백83억원, 자체수입 1천6백83억원, 지방비 1천2백30억원, 기타 기금 2백39억원으로 충당될 것입니다. 이밖에 엑스포에 참가하는 국내 기업들이 전시관 건립비용 등으로 3천억원 정도 투자할 것 같습니다.

 

경제 사정이 어려운 속에서 큰 돈을 들여 치르는 행사인데, 엑스포가 우리나라 산업기술 발달에 끼칠 영향과 경제적 이득에 대해 설명해주시지요.

기업에 있는 기술자들은 해외에 자주 나가서 앞선 기술을 보아야 하지만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데 인색합니다. 엑스포를 개최하면 비싼 돈 내고 비행기표 사서 해외에 나가지 않아도 국내에서 외국의 선진기술을 볼 기회가 생깁니다. 이렇게 손쉽게 아이디어를 얻는 것만 해도 큰 성과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기업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기업인들은 연구개발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약한 것 같습니다. 입으로만 중요하다고 했지, 그게 가슴에 와닿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까지 과학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소홀히 하지 않았겠습니까. 저는 심한 말로 기업인들이 무식하다는 소리 안 들으려고 과학기술이 중요하다고 말하지 실제로 과학기술 투자를 안하면 내가 죽는다는 생각까지는 갖고 있지 못하다고 말합니다. 기업 소유주들이 상대 회사나 세계를 앞서가는 회사의 기술을 보게 되면 과학기술 투자에 대한 절박감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또 엑스포에 참가하는 기업과 그들이 생산하는 상품에 대한 이미지가 높아집니다. 이것은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70년 오사카 엑스포를 치르기 전까지 일본제품은 미국의 3류 백화점에서 판매되었는데 엑스포를 잘 치른 뒤 일류 백화점에 진출하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산업연구원(KIET)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엑스포는 3조6백43억원의 국내생산 유발효과와 1조2천5백억원의 소득유발효과, 21만 7천명에 달하는 고용효과를 창출한다는 것입니다.

 

행사 뒤처리는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각종 시설물들을 이용해 동양에서 으뜸 가는 과학주제 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자체 수입으로 공원을 운영할 것입니다. 재미있게 구경하면서 국민, 특히 청소년들에 대한 과학교육을 지속적으로 할 것입니다. 다른 어느나라도 이런 시도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전세계 전문가들이 우리의 구상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금년 하반기나 내년 초부터 전문가들의 평가가 나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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