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새 전기 ‘평화공존’
  • 한종호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1991.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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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유엔가입 ‘새로운 질서’ 이끄는 촉매 역할

 동서를 갈라치던 냉전의 칼날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각국은 ‘새로운 질서’라는 명분 아래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지도에서 보듯 한반도를 둘러싸고 열강의 움직임이 어느때보다도 활발하다.

 북한 역시 현실주의 외교노선을 내걸고 본격적으로 국제무대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북한을 방문한 전기침 중국 외교부장은 “낡은 국면은 깨지고 있으나 새로운 국면이 아직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여러나라 인민들은 새로운 국제질서를 수립하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며 북한의 정책 변화에 대한 완곡한 지지를 표명했다.

 북한은 이미 작년 9월 일본에 조기 국교수립을 제안한 바 있고 지난 5월 27일에는 유엔가입 의사를 밝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북한은 지금까지 유엔 동시가입이 ‘두개의 조선’을 고착화시키는 반통일적 책동이라고 일관된 비판을 해왔다. 이번 유엔가입 의사를 표명한 것도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공식화된 ‘두개의 조선’
 그러나 이런 북한의 태도는 역으로 북한이 ‘불가피하게’ 국제정치의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사실을 반증해준다. 이러한 변화는 무엇보다도 북한이 견지해온 대남정책의 핵심인 ‘민주기지노선’에 대한 위기감에서 출발한다. ‘혁명기지로서의 북조선’을 강화하기 위해 북한은 탄력적 외교를 통한 경제재건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북한의 ‘자구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북한 지도부의 자세전환은 주변 강대국의 꿍꿍이속이 뒤얽힌 한반도의 불안정한 상황을 새로운 안정, 곧 ‘새로운 질서’로 이끌어가는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그 형태는 크게 보아 남북교차승인, 혹은 ‘장기간의 평화적 공존체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남북한 유엔가입은 북한―미국과 북한―일본의 관계개선 속도를 빠르게 하고 남한―중국간의 수교도 앞당길 것이다. 국제사회에서는 ‘두개의 조선’이 공식화되고 남북대화도 2국가간의 관계로 간주되고 있다.

 더 나아가 남북한이 상대방의 존재를 승인하고 현재의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면 남북한은 통일 이전의 독일과 유사한 ‘평화공존체제’로 가게 된다. 그리고 새로운 남북관계에 기초한 교류와 협력이 본격화되면 한반도는 통일의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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